건강보험 국고지원 미뤄 올 적자만 2조..진료비 못 줄수도

정유미 기자 입력 2010. 3. 2. 18:26 수정 2010. 3. 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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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3조7천억원 안내놔..내년에 최악상황 가능성민간의보 의존도 높아져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1월 적자 규모만 2268억원을 기록했다. 올 한 해 적자가 2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최악의 경우 내년에는 진료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한편에서는 건강보험을 믿지 못해 개인 의료보험을 찾는 국민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 체계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악화되는 건강보험 재정 = 지난 1월 건강보험 적자 규모는 1월만 놓고 보면 2002년 이후 최대치다. 이대로 가면 올해 말쯤 건강보험 재정 적립금 2조3000억원이 모두 소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정 악화의 가장 큰 이유는 보험이 적용되는 대상은 확대되고 있는데도 그에 필요한 재정은 확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올해 건강보험은 암환자 진료비 부담을 5%로 낮추는 등 보장성을 크게 확대했다. 보험료 역시 4.6% 올랐다. 하지만 금융위기 여파로 임금이 동결된 상황이어서 지출을 따라가지는 못한다는 게 공단 측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건강보험법 등에 따른 국고 지원분 3조7000억원의 지급을 미루고 있다. 이 누적 지원금만 있어도 재정위기는 한 차례 넘길 수 있다. 의료급여 대상이던 차상위계층 25만여명이 최근 2년 사이 건강보험 대상이 된 것도 재정 악화의 원인이다. 참여연대 손대규 간사는 "정부는 건강보험의 보장 확대가 적자의 이유라고 말하지만, 정부의 의료 지원은 오히려 줄고 있다"고 말했다.

◇ 급증하는 민간 의료보험 =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8년 국민들이 병·의원에서 사용한 의료비는 총 41조1200억원이다. 이 중 건강보험공단이 급여로 내준 돈은 25조5800억원, 환자 본인 부담은 15조5400억원이었다. 하지만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2007년 64.4%에서 2008년 62.2%로 1년 사이에 2.2%포인트나 감소했다. 또 연 1000만원 이상 고액 진료비를 내는 사람도 1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않는 선택진료비나 고가 치료장비 이용료 등 비급여 항목이 그만큼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병·의원들이 낮은 의료수가 때문에 보통의 진료만으로는 수지를 맞출 수 없어 환자들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선택진료나 고가 치료장비 등을 이용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보장률이 낮아지면서 국민들은 민간 의료보험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2003년 6조3000억원 정도였던 민간 의료보험 시장은 2008년에는 12조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건강연대 조경애 운영위원장은 "병원들이 선택진료와 고가 장비로 진료비를 챙기면서 국민들은 값비싼 민간보험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며 "앞으로 민간보험료 지출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합리적인 건강보험료 인상방안 마련해야 = 전문가들은 건강보험만으로도 진료비를 걱정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강보험료는 직장 가입자들이 10조원을 낼 때 기업(사용자)도 10조원을 납부해야 한다. 정부도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전체 보험료 수입 20조원의 20%인 4조원을 지원해야 한다. 즉 가입자가 10조원을 낼 경우 총 24조원의 재정이 확보되는 것이다. 이에 비해 민간 의료보험 재정은 가입자가 낸 10조원이 전부다. 여기에서 운영비와 주식배당금 등을 빼면 가입자에게 돌아오는 금액은 6조원에 불과하다.

국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하려면 민간 의료보험보다는 건강보험 재정을 확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 이해당사자인 정부와 국민, 의료 공급자가 건강보험 재정 확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국민들은 합리적인 보험료 인상에 동의하고, 병원 측은 건강보험 운영체제 개편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건강보험이 위기에 처했는데, 정부가 지방선거를 의식해 공론화의 장조차 마련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면서 "병원비 때문에 서민 가계가 파탄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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