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자식 굶어 죽게 한 인터넷 게임 중독

수원 | 경태영 기자 입력 2010.03.03. 17:39 수정 2010.03.04.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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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된 아기 방치한 채 PC방서 밤샘 부부 영장

인터넷 게임에 빠져 생후 3개월 된 딸을 방치, 굶어 죽게 한 비정한 부모가 도주 5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수원 서부경찰서는 3일 김모씨(41·무직)와 부인 김모씨(25)에 대해 유기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부부는 지난해 9월23일 오후 7시쯤 생후 3개월 된 딸을 지하 단칸방에 혼자 두고 인근 PC방에 가서 12시간 동안 밤새 인터넷 게임을 했다. 이들이 다음날 오전 7시쯤 집에 왔을 때는 이미 딸은 배고픔에 울다 지쳐 숨져 있었다. 이들은 겁이 나 경찰에 "아이가 이상하다. 안 움직인다"고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숨진 아이의 이마에 멍이 있고, '미라'처럼 말라 죽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또 아이의 우유병에 곰팡이가 피어 있는 것도 발견했다. 경찰은 아이의 주검이 석연치 않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 결과 '장기간 영양 결핍으로 인한 기아사'로 나왔다.

경찰이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하자 겁이 난 부부는 도주했고, 그동안 여러 곳을 전전했다. 그러다 지난달 경기 양주시 처가에 전입신고를 하고 숨어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2008년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나 결혼한 뒤 매일 4~6시간씩 PC방에서 인터넷 게임을 하는 등 게임에 중독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해 6월2일 딸을 출산한 뒤에도 아이를 방치한 채 PC방에서 인터넷 게임을 했다.

숨진 아이는 하루에 7~8번 먹어야 하는 우유를 부모의 인터넷 게임 때문에 하루 한번 정도만 먹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부부는 심지어 타 놓은 지 오래돼 상한 우유를 아이에게 먹이기도 했으며, 아이가 울며 보채자 때리기까지 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 부부는 3일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게임에 미쳤다"며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뒤늦은 후회를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한편 지난달 경기 양주에서 인터넷 게임을 그만하라고 나무라는 모친을 폭행해 숨지게 한 20대가 경찰에 붙잡힌 데 이어 서울 용산의 한 PC방에서도 5일 밤을 새우며 게임을 하던 30대 남성이 숨졌다.

이에 대해 인터넷중독 예방상담센터 고영삼 부장은 "최근 인터넷 중독 고위험자에 의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만큼 게임 중독 예방이 중요하다"며 "인터넷 게임 중독은 마음속 결핍으로 인한 몰입 등이 주원인인 만큼 당사자와 자주 대화를 나누고, 중독 증세를 보일 경우에는 전문가에게 의뢰해 체계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수원 | 경태영 기자 kyeong@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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