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제소사/ 3월 17일] <1646> 고무줄
160년 전 아이들도 고무줄놀이를 했을까. 그렇지 않다. 나오지도 않았으니까. 누가 처음 만들었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영국의 고무산업을 일으킨 토머스 핸콕이 1823년 발명했다는 설과 핸콕의 공장에서 일하던 스티븐 페리가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기록상으로 최초는 페리. 1845년 3월17일, 영국 특허를 따냈다. 고무줄의 등장은 일상생활을 변화시켰다. 연필 지우개와 쿠션 정도로 사용되던 고무가 의복과 포장ㆍ사무실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고무의 수요증대는 국제정세 변화와 노동력 이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마침 미국인 발명가 찰스 굿이어가 천연고무에 유황을 섞어 가열해 탄력과 딱딱함을 갖춘 고무를 개발하면서 자전거와 자동차용 수요까지 폭증하던 시기. 영국은 브라질에서만 자라는 고무나무 종자를 밀반출해 온실에서 묘목을 키운 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지에 거대 농장을 차렸다.
선진국의 자본이 열대지역에 투자되는 플랜테이션 농업도 이때부터 본격화했다. 현지인 인력으로도 일꾼이 모자라 중국 남부의 노동자들이 대거 이주해 동남아 화교 수도 가파르게 늘어났다. 각국은 오스트레일리아와 남아메리카에도 고무나무 이식을 추진했으나 실패로 끝나 오늘날에는 전세계 고무나무의 95% 이상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밀집돼 있다.
2차 대전 동안 개발된 합성고무가 전세계 고무 수요의 약 75%를 차지해도 고무줄만큼은 여전히 천연고무에서만 나온다. 탄성이 커야 하기 때문이다. 고무줄은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어도 거대 소비자는 따로 있다. 세계 최대의 고무줄 소비자는 미국 우체국과 포장업체들이다. 발명가인 페리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에 대해서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지만 고무줄은 간단한 발상의 전환으로 세상을 변화시킨 발명사례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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