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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한국, IT 노동자 야간근로는 대한민국의 ''자화상''

김민정 입력 2010. 03. 23. 08:21 수정 2010. 03. 23.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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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노동자는 고착화된 야간근로로 시달리지만 야근수당은 받지 못한 채 발만 구르고 있다. 우리 나라의 편법적 야간근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정부는 행정력의 이유로 이에 대한 시정 의지가 없는 실정이다.

IT 업계에서 5년간 일한 나모(남·35)씨는 "한 달간 4번 집에 들어갔지만 잠을 잔 건 아니고 짐만 챙겨왔다"며 "몇 년전에는 프로젝트 마감날 새벽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사람도 있고 최근에는 위장 장애로 위절제 수술까지 한 사례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또한 2년간 업계에서 홈페이지 구축을 맡았던 김모(여·29)씨는 "매일 밥도 못 먹고 날을 새며 일을 하는데 생리휴가가 있을 턱이 있겠느냐"며 "프로젝트가 큰 게 걸려 세 달 동안 손에 꼽을 정도로 집에 들어갔고 생리가 열흘동안 멈추지 않은 적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한 달에서 길게는 일 년까지 야간근무는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6개월 이상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숙식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반면 IT 업계는 대기업의 하청을 받는 업체가 다수로 ▲파견직 근로자 ▲프리랜서 등이 많아 근로자 상당수는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태다.

특히 소프트웨어 산업은 상위 1.5%도 안되는 대형SI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도급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밑으로 내려갈수록 늘어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이하 IT노조)측 추산 주당 60시간 이상을 일하고 있으며 임금도 시간당 1300원 수준에 불과했다.

IT노조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IT노동자들의 주당노동시간은 약 57.8시간, 6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하는 비중은 전체 응답자의 43.4%에 달했다. 80시간 이상의 초장시간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의 비중 또한 7.6%에 육박했다. 반면 시간외근무수당은 8%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야간수당과 관련한 소송 자체가 거의 없고 사회적 인식이 24시간 일을 당연시 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법률사무소 의연 박영만 변호사는 "우리 나라는 야간수당은커녕 기본급을 제대로 주지 않는 문제가 더 커 야간수당에 대한 소송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프로그램 개발, 인터넷 개발 등은 24시간 서비스가 보편화돼 있지만 외국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야간근무를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인식을 바꿔야 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성노동자의 경우 상황은 더 열악하다. IT노조의 실태조사에 응한 여성노동자 가운데 생리휴가가 적용되는 곳은 4%, 출산휴가는 3%에 불과햇다.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노동연구원 정진주 연구교수는 "IT 산업 특성상 출산휴가 등 노동권이 보장되지 못할 소지가 많다"며 "야간근무로 인한 심혈관계 질환, 위장장애 등이 우려할만한데 특히 가임기 여성에게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더불어 전문가들은 ▲장시간 근로로 인한 질환, 근무환경에 따른 근골격계 질환이 심각 수준으로 이에 대한 보건교육을 실시할 것 ▲원청이 기간을 일방적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하청업체와 마감시한을 협의할 것 등 대책을 주문했다.

IT 노동자의 평균연령은 29.2세로 젊지만 평균근속연수는 1.8년에 불과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업환경연구소 조기홍 국장은 "근골격계 질환이 심화되면 어깨 근육이 파열되고 통증이 심각수준에 달한다"며 "스트레성 장애, 수면부족으로 인한 정신장애, 시력저하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IT 노동자는 2년에 한 번 하는 건강검진 외에는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꼬집어 말했다.

이어 조 국장은 "장시간 단말기 작업을 할 경우 근골격계 원인 조사를 통해 작업 감독을 해야 하는데 IT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았다"며 "특히 IT 사업장은 법적으로 직원 산업보건 교육의 의무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혜진 대표는 "외국에서는 특정 업무에 드는 시간을 계산해서 기간을 준수토록 하고 있지만 우리 나라는 원청에서 기간을 통보하는 방식"이라며 "정부는 재택근무자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IT 노동자가 다수 포함된 재택 근무자에 대한 보호책은 마련되지 않은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일본 등에서는 가내 노동자에 대한 특별법이 제정돼 업무에 드는 시간을 정확히 계산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고착화된 편법적 야간근로에 대한 시정 의지는 없으며 행정력 부족 등의 이유로 앞으로 IT 근로자에 대한 실태조사 또한 벌이지 않을 계획이다.

노동부 근로기준과 전해선 사무관은 "5대 취약업종에 대해서는 따로 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특정 이슈가 되지 않는한 1000명의 감독관이 모든 작업장을 커버하긴 어렵지 않겠느냐"며 "야간 근무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는 따로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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