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김용철 '삼성을 생각한다' 조목조목 반론

2010. 4. 1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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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최정엽 기자]그동안 철저하게 침묵으로 일관해 왔던 삼성이 입을 열었다.

삼성은 지난 12일 사내 18만 임직원의 소식지인 <미디어 삼성>을 통해,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 책에 기술된 내용 중 상당부분이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반박의 글을 올린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이번 내용은 철저히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외부인 접속은 물론 카피조차 되지 않는 방식으로 게재됐으며, 이후 직원들의 입을 통해 그 내용이 전해졌다.

사실과 다른 책 내용 ´무대응´ 원칙 불구 ´직원들에게는 사실을…

미디어 삼성이 지적한 부분은 삼성이 사내 이메일과 전화 등을 도·감청한다는 것과 전자제품 생산현장 등의 열악한 근무환경, 총수 일가 등을 위한 비자금 조성, 회계부정 및 분식회계 관련 등이다. 또한 책에 거론된 특정임원에 대한 부분도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비록 사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지난 2월 출간된 김 변호사의 책과 관련, 삼성이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했던 삼성이 입을 연 이유는 책 출간으로 이를 접한 임직원들에게는 최소한의 진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용철 변호사의 책에 삼성은 감시, 미행, 도청, 비자금, 돈, 와인, 삼성 돈받은 사람만 좋아하는 대통령, 정권을 물어 뜯지 않는 특검을 원하는 청와대, 비리, 편법, 떡값 등 사실상 ´모든 범죄 용어의 종합선물세트´로 표현됐다.

이와 관련,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책과 관련한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은 여전히 ´무대응´"이라면서 "무대응 이란 인정한다는 것이 아니라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책 내용 전반에 대한 심도있는 검토를 실시했으며 상당 부분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우선, 직원들을 가장 불쾌하게 만들었던 도청과 이메일 감시 등의 내용과 관련, "음성녹음장치는 없으며, 복도 등 CCTV의 경우 기술 유출 및 도난 사고 방지를 위한 것으로 어느 건물에나 설치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엄청난 분량의 직원 이메일 감시와 실시간 검열의 경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수원공장 화장실에 휴지도 없다는 이야기 등 근무 여건은 직원들이 더 잘 아는 어이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뿐만이 아니라 비자금, 분식회계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의 다양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지만 대응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책과 관련한 별도의 대응 역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겨레신문>은 지난 2월 1일 ´검사 상가 갈 때 이건희 전용기 내줘´라는 기사를 송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바로 ´검사 상가 갈 때 이건희 전용기 내줘´ 기사에서 김용철 변호사의 책 내용을 인용해 그가 ´후배 검사´ 상가에 갈 때 현직 검사들과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전용기를 이용한 것으로 보도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후배 검사´가 아니라 ´후배 검사 출신 삼성 임원´ 상가인데 책에 잘못 적어 바로잡고 싶다"고 알려왔다 면서 정정한 바 있다.

김 변호사 전처남 "´왜곡·명예훼손´ 등 내용 있어 출판정지가처분신청 할 것"

이뿐만이 아니다. 김용철 변호사의 전처남 양 모씨의 경우 "책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얼룩졌고 본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출판정지가처분´을 내고 싶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를 30년 동안 알아왔다는 그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책에 보면 구체적으로 나에 대한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면서 "언론이나 인터넷, 책을 통해 김 변호사는 정의로운 사람으로 비춰지고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 책에 ´만취상태에서 폭력을 행사한 처남을 구속하도록 했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김 변호사는 당시 내 사건 담당 검사도 아니었다. 어떻게 그런 표현을 쓸 수 있는가?"라며 반문했다. 사건 담당 검사가 처벌한 것이지 당시 검사였던 김 변호사가 내린 것이 아니라는 설명.

또한 그는 "당시 김 변호사의 처남은 3명뿐이고 폭력으로 구속된 사람은 나 혼자다. 일반 독자들의 경우 내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내 주변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이것은 명예 훼손이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호소했다.

그는 책이 출간된후 출판사인 <사회평론>에도 전화를 통해 "´어떻게 개인 명예훼손이 가능한 부분이 그대로 나갈 수가 있느냐?´고 항의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억울해 했다.

양 모씨는 "현재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책 출간으로 나는 정의의 사도인 김용철 변호사의 발목을 잡은 못된 처남으로 기록이 됐다. 직장생활도 하기 힘들게 됐다. 출판정지가처분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 법무팀장을 지낸 김 변호사는 지난 2007년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통해 삼성의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에 대한 대규모 로비 의혹을 폭로한 바 있다.

또, 삼성 특검 수사 재판이 끝난 뒤인 올 2월 `삼성을 생각한다´를 출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렸다.[EBN = 최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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