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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앙대는 울부짖고 있다.

입력 2010. 04. 15. 14:57 수정 2010. 04. 1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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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시위 했던 인문학부생 인터뷰…"학문이 사라지고 있다"

[미디어오늘 김원정] 서울 흑석동 중앙대 정문 쪽은 약대 건물을 신축하는 공사로 먼지와 소음이 가득했다. 공사장을 둘러친 철제 벽에는 '두산건설'이란 글씨가 선명했고, 30미터 높이의 타워크레인이 새싹과 꽃망울을 틔우려는 나무들 사이로 우뚝 솟아 보였다.

지난 8일 아침 이 학교 노영수(독어독문학 전공·28세)씨가 크레인 위에 올라 경찰과 대치했고 김창인(철학 전공·21세), 표석(국문학 전공·21세)씨도 비슷한 시각 서울 한강대교 아치에 올라가서 고공시위를 벌였다. 중앙대 이사회가 단과대 통폐합을 뼈대로 한 '학문단위재조정안'을 논의키로 한 이날, 이들 셋은 취업률을 잣대로 한 구조조정안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이같은 방식으로 항의했다.

지난 2008년 두산그룹에 인수된 중앙대에서는 그동안 진중권 교수가 '사실상 해임'되고, 총장에 대한 풍자 만화가 실린 교지가 회수됐으며, 이에 더해 교지 예산마저 삭감되는 일들이 벌어졌다. 학생회가 주최해온 새터를 폐지한 재단과 학교쪽은 일련의 사건들에 천막농성으로 대응하던 학생들을 강제로 농성장에서 내몰고 이들에 대한 징계를 검토중이다.

보수적 색체의 언론들은 박용성 이사장의 '결단'과 '뚝심'을 높이 사고 있다. 교내에는 학생회에 반대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고공시위'의 무모함을 탓하는 이들은 중앙대의 자금 사정이 절박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77개에 이르는 학과는 국내 최대 수준이라면서 정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학생들은 더 이상 대학이 경쟁과 효율의 논리로 지배돼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언론탄압' '과잉대응' '기업논리'에 맞서 소통을 강조하던 이들을 통해 현 정부 이념이 대학 안에서 그대로 직조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4일 오후 중앙대 문과대에서 만난 노영수·김창인씨 역시 "중앙대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 노영수(좌)씨와 김창인(우)씨.

- 고공시위를 통해 사람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뭔가?= 노영수 "절실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힘있는 재단을 상대로 뭔가 다른 목소리를 내면 계속해서 짓밟혔다. 구조조정안이 이사회에서 최종 통과되는 것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데 무기력하게 당하는 게 몹시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에 내쫓기는 심정으로 올라갔다. 진중권 사태부터 이어지다 재단이 결국 어문계열과 복지계열에 대한 구조조정안을 들고 나왔다. 그런데 이들에게 과연 진정성이 있는가? 그 부분에 대해 대단히 많은 회의가 들었다. 학교는 전공에 대한 선택권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구조조정 대상 학과는 잠정적으로 폐과되는 것이나 다름 없다."

= 김창인 "높은 곳에서 발을 헛디디면 위험하다. 그만큼 절실했다. 구조조정안도 문제지만 재단과 학교 쪽의 일방적이고 비민주적인 통보방식도 문제였다. 논의를 한다는 게 그렇게 어렵나? 경영대는 확장하고 올해부터 통계과목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과의 존폐 문제를 떠나 그 계획이 너무 일방적이다."

- 징계가 검토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노영수 "감안하긴 했지만 상당한 수준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무단 건조물 침입죄로 지난 8일 오전 경찰서에 연행돼 있을 때 두산 임원이 나타나서 영업 손실 보다 처벌강도가 센 영업 방해로 처벌해달라고 형사에게 얘기하고 갔다. 학교에선 일단 민사로 2500만원을 청구했고 수용여부에 따라 강제 집행하겠다고 알려왔다. 다시는 이런 목소리를 낼 수 없도록 겁을 주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학내 분규는 언제라도 생길 수 있기에 내가 전례를 잘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것 때문에 고민 중이다. 경찰서에선 조서를 쓰고 나왔는데 조만간 기소될 듯하다."

= 김창인 "내겐 민사소송을 걸지 않았다. 총장이 철저히 조사해달라고 했고 그에 더해 학칙으로도 처벌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

- 교수들이 시국선언에 나선 대학 아닌가? 학내 분위기가 궁금하다.= 노영수 "절대적 지표를 갖고 여론을 말할 수는 없지만 내 행동에 대해 안 좋게 보는 학생들도 있다. 재단에서 막대한 돈을 들고 왔고 당장 두산이 뭔가 해줄 것 같은 기대감도 분명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저항하는 모습들을 좋지 않게 보는 시각이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사회 안에서 마땅히 대학다워야 하는 모습이 있지 않나? 고공농성이 최선의 방식이었는가 하는 문제는 생각해볼 수 있지만 비판과 질타를 받아도 저항한 것 자체를 후회하지는 않는다."

= 김창인 "나는 학우들이 많이 지지하고 있다고 본다. 얼마 전 학생총회에 1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회의가 성사되진 않았지만 학생회 차원에서 온 사람들 말고 개별적으로 찾아온 사람도 많았다. 구조조정안을 폐기해 학내 민주주의를 지키자는 여론이 그만큼 늘었다고 본다."

- 당신들이 바라는 대학은 어떤 곳인가?= 노영수 "다양한 학문 영역이 있고 분야별 특성이 있다. 그런데 지금 학교와 재단은 모든 것을 천편일률적 잣대로 보려 한다. 경영학이든 공학이든 다양한 학문과 목소리가 공존할 수 있었으면 한다. 두산이라는 재벌 재단이 들어오면서 획일화된 경쟁논리가 가속화되고 있다. 아니 재단으로 인해 학교 태도가 돌변했다. 과거엔 진중권 교수를 그렇게 내칠 이유가 없었다. 지금은 모든 것을 효율에 맞추고 옥죄니까 반발이 나오는 것이다."

- 구조조정안은 결국 통과됐고 학생회 천막도 강제철거됐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건가?= 김창인 "5월 중 학생회 주최로 재학생 총투표가 실시될 것이다. 중앙대 전체 학생들에게 구조조정안에 대해 묻고 그 의견을 모아서 학교 본부나 재단에 건의하겠다고 한다. 구조조정안이 통과되긴 했지만 아직 교과부에 넘어가지 않은 상황이라 비관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얼마 전 숙명여대에서도 학생들 의견을 재단이 반영한 사례가 있다. 구성원들 동의 없이 밀어붙이기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믿고 싶다. 실제 구조조정 1차 안에는 폐과가 언급됐지만 2차 안에서는 학부제 통합으로 재단이 한 발짝 물러선 게 보인다. 계속 외치고 소통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 노영수 "나는 좀 이견이 있다. 처음 천막을 치고 깃발을 들었을 때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이런 움직임으로 이사장의 의중을 막아낼 수 있을까?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현실적으로 패배하는 싸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더라도 저항을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인문학도로서 멋지게 지고 싶다."

- 20대는 스펙 쌓기만 열중한다는 비판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노영수 "천막농성 전에는 그저 도서관이나 오가던 학생이었다. 굉장한 대의를 꿈꾼 건 아니고 눈감을 수 없어서 나선 것이다. 능동적으로 행동했다기 보다 더 이상 회피할 수도 없어서 저항한 것이다. 결국 사회적 여론도 지지할 것이라 믿는다."

= 김창인 "중앙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많은 대학들에서 이런 문제가 있고 그 중심에 중앙대가 있다. 중앙대는 재벌기업이 직접 들어온 곳 아닌가. 그래서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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