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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한국' 진화 대신 고립 택하나

입력 2010.04.15. 19:20 수정 2010.04.1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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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외면받는 '액티브엑스' 호환기술 개발

스마트폰 앱 등 규제 시대변화 뒤처져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한국에는 다른 나라에선 좀처럼 발견할 수 없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참으로 미스터리한 '아이티 강국'이다.

■ 액티브엑스(X) 호환기술 세계 첫 개발

외환은행은 지난 13일 인터넷익스플로러(IE)말고 파이어폭스나 사파리 같은 브라우저에서도 액티브엑스를 이용한 인터넷뱅킹이 가능하다는 공지를 띄웠다. 액티브엑스는 브라우저가 제공하지 않는 기능을 사용자 피시에 설치해 쓰도록 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익스플로러용 기술이다. 이는 엠에스도 보안에 문제가 있다며 사용 자제를 권하는 기술이다. 한국 인터넷환경이 세계적 환경과 동떨어졌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외환은행은 엠에스 환경에서만 쓸 수 있는 액티브엑스를 다른 브라우저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호환성'을 확보한 것이다. '액티브엑스 강국'에서 '세계 첫' 기술개발이 이뤄진 것이다. 하나은행 등 3개 은행도 서비스를 준비중이라 '액티브엑스 호환성'을 확보한 국내 시중은행은 상반기에 4곳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주요 서비스에 액티브엑스를 많이 쓰는 포털들도 관심을 갖고 있다.

전자정부를 익스플로러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는 지적에, 행정안전부는 정부의 공공서비스가 최소 3개 이상의 웹브라우저에서 돌아가야 한다는 웹표준화 지침을 만들어 적용하도록 했다. 그런데 호환성 확보방식이 좀 특별하다. 액티브엑스를 통해서 제공되기 때문에 다른 브라우저에서 쓸 수 없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파이어폭스, 크롬 등의 브라우저에 액티브엑스 기능을 하는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부가설치(플러그인)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다른 브라우저를 쓸 수 있는 전자정부 사이트가 늘어났지만, 대신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 날개 꺾인 '스타크래프트2', 차단된 안드로이드 게임

게임물등급위원회는 지난 14일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2: 자유의 날개'에 대해 '청소년 이용불가'판정을 내렸다. 올 6월 출시예정으로 청소년 등 세계 게이머들의 관심이 높은 기대작이지만, 한국에서는 자유의 날개가 꺾인 채 '성인용'이 된 것이다. 미국·독일·오스트레일리아 등 대부분 '12·15살 이용가'이고 '청소년 이용불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게임위에서는 캐릭터가 공격당할 때 선혈이 낭자한 점 등을 문제삼고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문화부는 지난 12일 메이플스토리 등 일부 게임에 대해 '심야시간(자정~오전 8시) 청소년 접속금지(셧다운)' 규정을 적용하는 내용의 '게임 과몰입 대책'을 발표했다. 늦은 밤 시간이나 새벽에 깨어 있는 '아침형 인간'은 게임할 시간 맞추기가 힘들어졌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지난 2월 모바일게임 개발업체들에게 "안드로이드 버전이 없는 모바일게임은 킬러타이틀로 선정될 수 없다"고 알렸다. 하지만 국내에선 안드로이드 게임이 곧 끊기게 돼있다. 구글이 한국의 게임물 사전심의 조항을 받아들일 수 없어, 안드로이드마켓의 게임 카테고리를 차단하기로 한 때문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올해 안드로이드에 '올인'하다시피하는 스마트폰 전략을 짜고, 게임업체들에 '협력'을 요구하는 상황인데 정작 서비스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 '구매대행'은 불가, '직접 공수'는 가능

애플은 15일 태블릿피시(PC) 아이패드가 미국 안에서 예상보다 잘 팔려 세계시장 공급을 애초 일정보다 한 달 늦춘다고 발표했다. 그런데도 많은 국내 소비자들은 이미 직접 오픈마켓을 통해 '해외쇼핑몰 구매대행' 방식으로 아이패드를 샀다. 하지만 오픈마켓의 아이패드의 판매는 13일부터 중단됐다. 아이패드 판매를 위해서는 사업자가 전파법에 따른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판매 중단 전 한 쇼핑몰에선 아이패드가 하루 50대가량이 팔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아이패드는 피시로 분류돼 전자파 적합 인증을 받아야 하고,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만큼 형식등록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폰이 국내 출시되기 전, 개별 구입자들이 전파연구소에서 수십만원을 들여 절차를 밟은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미 많은 기업이나 개인들이 직접 들여온 아이패드는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방통위 관계자도 "여행자가 아이패드 1대를 판매가 아닌 사용 목적으로 들여올 경우 전자파 적합 인증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아이패드 사기 위해 미국에 다녀와야 하는 세상'이라고 말한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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