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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살인죄 '공소시효' 27일 폐지

입력 2010. 04. 26. 23:00 수정 2010. 04. 2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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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중의원, 오늘 형소법 개정안 처리·즉시 시행키로

강간치사 '15년→30년' 등 중범죄 시효 2배로

1995년 4월28일 새벽, 일본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의 한 노인 부부가 살고 있는 집에 불이 났다. 불을 끈 자리에선 주인 부부의 주검이 발견됐다. 주검은 불이 나기 전 이미 훼손된 상태였다. 경찰은 살인 뒤 방화로 보고 수사를 벌였지만 아직까지 범인을 잡지 못했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15년. 2007년 12월 형사소송법이 개정돼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25년으로 늘었지만, 이 사건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현행법에 따르면 오는 28일 이후에는 범인을 잡아도 처벌할 수가 없다.

일본 중의원이 이를 고치기로 했다. 중의원은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아예 폐지하고, 다른 중범죄에 대해서도 시효를 현행보다 두 배로 연장하는 법 개정안을 27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늘어난 공소시효는 아직 시효가 남아 있는 사건들에 모두 적용한다.

이번 시효 연장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죄'에만 적용된다. 법정최고형이 '사형'인 '강도살인죄', '살인죄' 등의 공소시효는 현행 25년 규정이 폐지된다. 새 단서가 나오면 수사기관이 언제든 수사를 재개하고, 범인을 잡기만 하면 언제든 기소해 처벌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지난해 2월 결성해 살인사건 등 시효 폐지 및 정지 운동을 벌여온 살인사건피해자유족회 미야자키 요시유키 회장은 26일치 <마이니치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죄를 범할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범죄를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검거율도 높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야자키 회장은 외아들 일가 4명이 2000년 12월 살해당했다. 범인은 현장에 혈흔과 지문을 남겨, 시효가 연장되면 검거를 기대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법정최고형이 무기징역·금고인 강간치사 등의 범죄는 현행 공소시효 15년을 30년으로 연장한다. 또 최고 징역·금고 20년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상해치사죄의 경우 시효가 10년에서 20년으로, 그밖에 교통사고 운전 과실치사죄 등 유기징역·금고에 해당하는 치사 범죄는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다.

개정법의 연장된 시효를 기존 범죄에도 적용하는 것은 '소급입법 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부 있지만, 이는 법원의 판단에 넘기기로 했다. 특히 국회와 법무성은 보통의 경우 공포·시행까지 최소 1주일 걸리던 관행과 달리, 이번엔 '법 통과 즉시 공포·시행'하는 이례적 조처까지 단행할 예정이다.

물론 수사기관의 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도쿄신문>은 "사건 한 건당 증거품이 평균 542점에 이르고, 이를 보관하는 데는 7㎡의 공간이 필요하다"며 "1년에 평균 30건을 이듬해로 이월한다면 100년이면 도쿄돔 절반 크기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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