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도 아닌 멀쩡한 사람, ''산 송장'' 만들어

정희수 2010. 4. 2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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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종합병원에서 전립선암을 의심해 조직검사한 뒤 사지가 절단되는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조직검사 결과 환자는 전립선암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올해 나이 57세인 김동수 씨는 대전의 한 개인병원에서 PSA 수치 검사결과 평균 일반인(PSA 3.0 이하)보다 높은 5.4가 측정돼 을지대학병원에서 전립선암 검사를 받게 됐다.

◇ 을지대학병원, 12군데 조직 떼내…병세 악화

김 씨 가족에 따르면 을지의료원 을지대학병원 비뇨기과 모 교수는 김 씨한테서 전립선암이 의심된다며 조직검사를 받으라고 했고 당시 김 씨의 당뇨병력에 대해 문진했던 그 교수는 당시 특별한 검사없이 수술날짜를 잡았다.

김 씨는 그 교수의 소견대로 2월24일 조직검사를 받았고 조직 검사는 3년차 모 레지던트에 의해 행해졌다. 그 레지던트는 관장여부도 확인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특별한 체크없이 바로 조직검사를 실시했고 총 12군데의 조직을 떼냈다.

그 후로 2일이 2월26일 저녁 10시경 김 씨는 심한 구토와 복통을 호소해 119 구급차로 타고 건양대학교병원으로 급히 이송됐다.

◇ 건양대병원, "이 환자 혹시 심근경색?"…"패혈증이네"

응급실에 실려온 김 씨가 열이 나고 흉통을 호소하자 건양대학교 병원측은 심한 식중독과 함께 심근경색이 의심된다며 심장과 연결된 혈관확장 수술을 긴급히 시행했다.

수술 후 김 씨는 심장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심장혈관 조영술(CAG)도 받았다.

그러나 김 씨의 아버지의 대장균에 의한 패혈증에 감염돼 있었고 건양대병원측은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검사결과 김 씨는 심근경색이 아니었고 심장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튿날인 2월27일 오전부터 혈색이 안 좋아지고 손발이 차가워지면서 구토증상과 복통이 호전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상태는 점점 더 악화되기 시작했다.

여러 차례의 혈액검사 후 담당 의사는 환자가 폐혈증이 의심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오후에 바로 중환자실로 이송된 김 씨는 의식을 잃어 산소호흡기를 사용해가며 치료를 받아야 했다.

3월5일경 김 씨의 의식이 돌아왔다. 의식이 돌아오고 점점 좋아지는가 싶더니 손, 발, 코 끝이 거무스름하게 변하더니 상태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질 않았다.

건양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응급실에 실려온 김 씨가 구토 증상과 열이 났었고 항생제가 투여된 상태에서 협진이 온 상태였다"며 "처음 의무기록을 보니 저녁에 식사를 하는데 먹지도 못하고 토를 했으며 당시 흉통 증상을 호소해 심근경색을 의심한 바 심전도 검사를 시행케 됐다"고 말했다.

패혈증은 의학적으로 발견되더라도 한 두 시간 만에 바로 사망하는 질환이 아니지만 심근경색의 경우 5분 내로 사망할 수 있어 심근경색에 준해 치료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 패혈증에 승압제 사용…당뇨환자라는 꼬리표

손과 발 그리고 코끝의 괴사가 호전되지 않자 결국 김 씨는 사지를 절단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말았다.

담당 주치의는 상담결과 24일 이뤄졌던 전립선 조직검사로 인해 대장균이 침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폐혈증을 일으킨 병원균은 바로 사람의 대변에 가장 많이 산다는 '대장균'이었다. 이는 건양대병원의 소견서의 '병명'란에도 의심할 여지없이 분명히 명시돼 있다.

한 종합병원의 감염내과 교수는 "패혈증이 오면 혈압이 떨어지게 되고 그로 인해 말초 혈액의 순환이 원활치 못하게 돼 말초조직이 죽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손발이 썪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장기에 허혈성 손상이 오면 기능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패혈증 환자를 치료시 떨어진 혈압을 올리면서 뇌와 심장 등 주요 장기에 혈액을 몰아줌으로써 중심혈압을 높이는 승압제를 사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씨를 치료한 건양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승압제를 장기간 과복용한 것도 아니고 고작 이틀 밖에 사용하지 않았는데 빠른 괴사가 진행됐다"며 "이를 고려해볼 때 당뇨로 인해 동맥경화증이 생겼는지 추정은 되지만 이를 증명할 길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종합병원의 감염내과 교수는 "승압제를 쓰지 않더라도 패혈증이 오면 혈압이 떨어져 혈액순환이 원활치 않는 법인데 평소 당조절이 잘 안된 당뇨환자라면 증상이 더 심해지게 된다"며 "거기다가 혈압을 올리는 승압제를 쓰면 말초혈관에 혈액공급이 원활치 못하게 되면 증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씨 가족은 김 씨가 지병으로 당뇨를 10년간 앓아왔지만 당 조절이 잘 돼 왔다고 강조했다.

김 씨 가족은 "아버지는 전립선암 조직검사를 받기 전까지 건강했다"며 "지병으로 당뇨병을 대략 10년전부터 앓아왔지만 평소 아버지는 당뇨와 혈압관리를 꾸준히 받아왔고 당조절에는 별 이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씨 가족은 "만약 당 조절이 안 됐다면 을지병원에서 전립선암에 대한 검사 당시 이에 대해 충분한 설명 및 조치가 있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 사지 멀쩡한 사람, "한달 만에 산 송장"…평생 신장투석까지

3월16일 코에 대한 괴사가 더 진행되기 전에 괴사된 부위에 대한 절제수술이 필요해 진행했으며 코에 대한 수술은 한차례로 끝낼 수 없고 몇 차례 더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병원측으로부터 듣게 됐다.

더불어 건양대병원측에 따르면 전립선 쪽에 생긴 농양은 2월24일 을지대학병원에서 전립선 조직검사를 하고 난후 생긴 것이며 이 농양으로 인해 발열이 심하게 났다.

그로 인해 3월20일 농양 제거수술을 받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김 씨는 패혈증의 후유증으로 신장이 모두 망가져 처음에는 24시간 내내 혈액 투석을 받게 됐고 현재는 이틀에 한번 꼴로 평생 신장투석을 받아야만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3월25일에는 괴사됐던 양손과 양발이 호전될 가능성이 없어 사지를 절단해야 한다는 의사소견이 나왔다.

두 신장이 모두 망가진 것도 억울한 김 씨는 이제 사지를 모두 절단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김 씨는 절단수술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고 수술은 계획대로 진행됐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패혈증의 후유증으로 김 씨는 뭉개져버린 코의 피부를 절제하는 수술 또한 받았다. 현재 김 씨의 코가 완전히 뭉글어져 없어져 코 구멍 두 개만 남은 상태다.

◇ 두 병원 다 어쩔 수 없었나?

이번 사건에 대해 의료자문을 해준 한 종합병원 교수는 병원측에 대해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 교수는 "을지대학병원의 경우 열이 나면 응급실에 가라는 차트기록 외에는 환자한테 이에 대한 충분한 상황은 설명했는지, 혈당조절이 안 됐는지 여부에 대한 기록이 없다"며 "전립선암 검사시 동의서에 대한 언급도 적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 씨의 아들이 을지대학병원에 또 다른 기록 여부를 요청했을 때 병원 측은 전립선암 조직검사를 한 것 밖에 없기 때문에 두 장의 기록 외에는 없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그 교수는 "건양대병원의 경우 환자가 흉통을 호소해 심근경색을 의심해 이에 따른 CT 촬영을 했지만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심장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당뇨가 있던 상황에서 조영제가 콩팥에 독으로 작용해 만성 신부전을 일으킨 것으로 보여진다"고 자문했다.

이어 그는 "건양대병원에서 사지절단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충분히 했는지, 사전에 부작용에 대해 보호자에게 충분한 설명은 했는지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의사, "교과서대로 했다"…소보원에 고발하면 끝?

김 씨 가족에 따르면 을지대학병원 비뇨기과 의사와의 상담에서 "나는 교과서 대로 했을 뿐이다"며 "나는 월급쟁이 의사니 원무과에서 상의하라"며 책임을 원무과로 떠넘겼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씨 가족은 을지대학병원 원무과에 "아버지가 패혈증으로 사지가 이렇게 절단됐다"며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아버지가 병원에서 평생 치료받게만 해달라"고 간청했다.

이에 대해 을지대학병원 원무과는 김 씨 가족의 간청에 대해 모로쇠를 일관한 채 "소비자고발원에도 의료팀이 있으니 신고하라"며 "사건보고 후 연락을 주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전립선암 조직검사의 합병증으로 패혈증이 확실한 가운데 을지대학병원 측은 의사가 무과실로 나오게 되면 이를 중재할 기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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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제휴사 / 메디컬투데이 정희수 기자 ( elizabeth@mdtoday.co.kr) 관련기사임신중 지방 많이 먹으면 '손녀'까지 유방암피주사 'PRP' 치아 발치후 회복 촉진에도 효과적담배피는 사람 '폐암' 사망율 3.9배키 큰 엄마 아이들이 더 '건강'동네병원 10곳중 3곳 이상 빚만 '4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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