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지평선/5월 4일] '미드' 열풍

입력 2010.05.03. 21:49 수정 2010.05.0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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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미국드라마) 열풍은 1990년대 말 시트콤 '프렌즈'에서 시작됐다. 미국식 유머의 생경함과 동성애 소재의 등장 등 정서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실용영어 학습 교재로 활용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어 '로스트' '섹스앤더시티' '위기의 주부들' 'CSI' 등 히트작들이 쏟아졌다. 요즘 케이블 영화채널에서 방영 중인 '스파르타쿠스'는 대작 미드의 계보를 이으며 5%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케이블 업계에선 보통 시청률 1%만 넘어도 '대박'으로 여긴다. 지상파TV 시청률로 비교하면 30%를 웃도는 수준이다.

■ 인기의 비결은 지나친 선정성과 폭력성이다. '롬' '튜더스' 등 기존 미드도 선정성 논란이 있었지만, 고대 로마시대 검투사 노예들의 반란을 그린 이 드라마의 성애 묘사는 포르노에 가깝다. 남녀 간의 변태적이고 노골적인 성 행각이 공공연히 등장하고, 피가 튀고 살을 도려내는 잔인한 액션이 쉼 없이 이어진다. 밤 12시에 본 방송이 편성된 '19세 시청가' 프로그램이지만 재방송은 밤 10시대다. 케이블TV의 밤 10~12시대 청소년 시청률은 3.9%나 된다. 더욱이 인터넷 포털에서는 성인 인증 없이도 얼마든지 다운받을 수 있다.

■ 미국 어린이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8,000회의 살인과 10만회의 폭력 행위를 목격한다. TV를 통해서다. 어린이는 어른들의 행동을 모방하고 배우는 데 타고난 능력을 지녔다. 폭력은 살인광대 조커는 물론, 히어로 배트맨에 의해서도 자행된다. 각종 영상물이 미화하는 폭력은 어린이가 모방하는 매력적인 행위가 된다. 폭력물에 많이 노출된 아이들이 범죄자가 될 확률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선정적인 영상물의 폐해 또한 마찬가지다. 국제소아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섹스앤더시티'와 같이 선정적인 드라마를 즐겨 본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성적(性的) 비행에 빠질 확률이 2배나 높았다.

■ 유혈이 낭자한 폭력과 섹스로 무장한 미드가 우리 안방극장을 파고들고 있지만, 등급 고지 외에는 어린이를 보호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게 현실이다. 방통 융합과 게임산업 진흥 등 성장 논리에만 매몰된 정부에 해결책을 바라기도 쉽지 않다. 마침 이번 주(3~9일)는 TV안보기시민모임(대표 서영숙 숙명여대 교수)이 주최하는 '제7차 전국 TV안보는 주간'이다. TV DVD 컴퓨터를 모두 끄고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을 가져 보자. 우리가 평소 자극적인 영상물에 얼마나 많이 노출돼 있는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