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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 수 없는 다리' 건너는 KT·삼성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 입력 2010. 05. 06. 09:28 수정 2010. 05. 0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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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에 한국 역사와 고전을 빗댄 비방이 난무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KT와 애플을 나당연합군에 비유하고 있다. KT가 미국 애플이라는 외세와 손잡고 아이폰이라는 신무기를 들여와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했다는 것이다. 이 비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고구려, SK텔레콤은 백제쯤 된다. KT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일방적으로 밀리자 구차하게 애국심 마케팅까지 동원한다'라고 비난한다. KT는 '목화씨를 들여온 문익점'으로 자처한다. 아이폰은 목화씨인 셈이다. KT는 아이폰을 반입해 국내 통신 소비자들의 효용을 한 단계 높였다고 자부한다.

KT의 아이폰 출시로 인해 타격을 받은 삼성이 안드로이드폰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KT를 홀대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나당연합군, 문익점에 이어 지난 4월22일에는 홍길동까지 등장했다. 이석채 KT 회장은 무역협회 최고경영자 조찬 강연회에 참석해 '쇼옴니아는 호부호형하지 못하는 홍길동'이라고 비유했다. 스마트폰 분야에서 KT를 노골적으로 차별 대우하는 삼성전자를 겨냥한 것이다. 쇼옴니아는 KT가 삼성전자 스마트폰 단말기 옴니아에 기초한 서비스 상품이다. 삼성전자는 보조금 정책이나 마케팅 지원에서 쇼옴니아를 노골적으로 차별 대우하고 있다. 국내 통신업계에서는 "KT가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와 통신 서비스업체 사이에 묵시적으로 합의한 스마트폰 무시 전략을 눈치 없이 깨고, 아이폰이라는 금단의 열매를 베어 문 탓에 박해를 받고 있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KT는 쇼옴니아를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형편이다. KT 단말기사업본부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T옴니아나 오즈옴니아에게는 보조금을 지원하면서도 쇼옴니아에게는 지원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판매 대수가 달라 보조금 지원액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쇼옴니아는 같은 사양의 단말기를 지원하더라도 T옴니아나 오즈옴니아보다 터무니없이 비싸다. T옴니아는 지난해 말부터 '공짜'로 지급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옴니아 단말기 광고에도 T옴니아와 오즈옴니아는 명시하지만, 쇼옴니아는 'M8400'으로 명기한다. 쇼옴니아라는 KT 브랜드를 백안시하는 것이다.

배신감까지 느끼는 삼성전자, SK텔레콤과 파트너십 강화 전망

이석채 KT 회장이 4월22일 코엑스에서 열린 KITA 최고경영자 조찬회에서 '스마트폰과 IT 혁명'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완패는 삼성전자에게는 상처이다. 단말기 시장에서 첨단 업체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당한 것으로 인식한다. 지금까지 손발이 잘 맞던 KT가 하루아침에 등을 돌린 것에 배신감까지 느끼고 있다. KT는 지난해 말부터 삼성전자 눈치를 보며 적극적으로 화해를 모색했다. 하지만 아이폰이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옴니아는 참패를 거듭하면서 분위기는 악화 일로로 치달았다. 지난 4월 말 현재 국내 아이폰 가입자는 60만명에 이른다. 출시 5개월 만에 60만명을 넘어선 것은 세계 기록이다. SK텔레콤은 지난 2월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모토로이를 출시했으나 예약 판매 열흘 동안 가입 신청자가 2만명에 불과했다. 옴니아2는 공짜로 공급해도 별 호응이 없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스마트폰 공급 계획에서 KT를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단말기 '갤럭시A'를 4월 마지막 주에 출시하면서 SK텔레콤에게만 공급하기로 했다. 갤럭시A는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첫 스마트폰으로 아이폰 킬러라는 별명을 지녔다. 단말기 제조업체는 공용 모델과 전용 모델을 갖고 있다. 공용 모델은 통신 서비스업체에게 공통적으로 공급하고 전용 모델은 특정 업체에게만 공급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A를 SK텔레콤 전용 모델로 지정했다.

KT는 갤럭시A보다 오는 6월 출시될 갤럭시S 모델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이 역시 SK텔레콤 전용 모델이 될 것이다. 갤럭시S는 아몰레드(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 화면과 1GHz프로세서를 탑재한 삼성전자의 야심작이다. KT단말기 사업본부 관계자는 "(갤럭시 시리즈 SK텔레콤 전용 모델 전략은) KT의 아이폰 서비스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 행위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나 KT 전용 모델을 출시한다고 언급하고 있으나 그마저 확정되지 않았다. 나온다 하더라도 갤럭시S에 뒤지는 모델로 예상해 기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전략 차원이다. KT가 아이폰과 제휴한 것처럼 삼성전자도 SK텔레콤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것으로 해석해달라"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조삼모사' 마케팅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가 비싼 것은 '조삼모사' 마케팅 전략 탓이다.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 업체는 보조금을 넣어 출고가를 산정한다. 매출 원가에 적정 마진을 붙이고 나중에 할인할 보조금까지 얹어서 출고가를 결정한다. 시장이 활황일 때는 보조금 할인 폭이 적다 보니 보조금마저 마진이 된다. 요즘처럼 시장이 어려울 때는 쌓아둔 이익 잉여금을 풀어 보조금 형식으로 할인 폭을 키운다. 그러다 보니 보조금이 마케팅 기법으로 둔갑한다. 보조금까지 감안해 출고가를 높인 뒤 소비자에게는 할인한다고 생색을 낸다. 이른바 '조삼모사' 마케팅이다.

통신 서비스업체 관계자들은 '외국 단말기를 들여와 싸게 공급할 수 없다'라고 지적한다. 통신 서비스업체 관계자는 "노키아나 모토로라가 출시한 2백~3백 달러짜리 단말기를 국내에 들여와도 24만~36만원에 팔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국내 단말기 업체가 비슷한 사양이나 출고가가 높은 단말기를 대폭 할인한 가격으로 시중에 공급하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출고가가 싼 외산 단말기보다 출고가가 비싸지만 큰 폭으로 할인한 국산 단말기를 선호한다. 국내 통신 서비스업체 관계자는 "국산 단말기가 성능이나 사양에서 별 차이가 없는 외산 단말기보다 30~40% 비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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