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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들과 함께 살고 화장실서 밥먹는 그녀들

권민철 입력 2010. 05. 25. 06:24 수정 2010. 05. 25.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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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사회부 최인수, 김효은 기자]

환경미화원. 환경을 아름답게 하는 사람들이라지만, 그들은 아름다움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버려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원래 이름은 청소부였다. 쓰레기를 치우고 화장실을 청소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누구이고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어머니뻘 되는 청소부한테 막말을 했다는 '패륜' 대학생이 우리사회에 던진 파문을 계기로 청소부들이 도대체 누구이기에 이렇게 천대 받고 있는지 5회에 걸쳐 집중 조명해본다.[편집자주]

지난 19일 서울 모 사립대학의 평생교육원 건물. 지하 4층에 내려가니 퀴퀴한 냄새와 함께 '접근엄금'이라는 푯말이 적힌 전기실이 눈에 들어왔다.

그 맞은편 계단 아래 바닥은 물이 흥건히 고여 있었다. 늘 축축하다보니 벌레는 물론 쥐까지 자주 나타나는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귀신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이곳을 휴게실로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이 학교 환경미화원 양모(59.여)씨다.

원래는 출입문도 없었지만 그나마 지난 3월에야 출입문을 달았다고 한다.양씨는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이불과 주워온 소파를 놓으니 그럴 듯해졌다"며 "하루 20분 정도 쉬는 곳인데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경찰서 본관 지하에는 덜 씻긴 음식쓰레기 통을 가져다 만든 세면대가 눈길을 끌었다.

마치 재래식 화장실을 연상케 한 이곳에서 청소부들은 손을 씻고, 바로 옆에 있는 철재 사다리를 타고 그들의 '방'으로 올라간다.

가파르고 좁은 사다리를 타야 올라갈 수 있는 이 다락방을 청소부 신모(49.여)씨는 '천국'이라 불렀다.

"그래도 우리는 이것만으로도 만족해요. 천국이야. 아저씨들은 밖에 쉬는 데가 따로 있어요."

사실 신 씨의 말대로 이런 공간이 감지덕지인 청소부들도 적지 않다.

서울의 한 최신식 건물에서는 청소부들이 통신설비를 점검하는 가로 50cm, 세로 50cm, 높이 2m 크기의 관(棺)보다 더 좁은 공간을 쉼터로 이용하고 있었다.

이렇게 후미진 곳에 휴식공간을 마련하게 된 이유에 대해 사립대학 청소부 양씨는 "학생들이 지나다니는 곳에서 쉬면 안 될 것 같아서, (학생들한테) 피해를 끼칠까 봐"라고 겸연쩍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러다보니 하루 12시간을 일하는 청소부들이 쉴 만한 공간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곳도 적지 않다고 한다.

서울 강남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일하는 강모(52.여)씨는 "쉴 데가 마땅치 않아 화장실에서 5분정도 쉬는 게 전부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서울의 한 유명 대학병원에서는 청소부들이 점심시간마다 걸레 빠는 곳이나 비소독실(오물을 처리하는 곳)로 들어간다.

도시락을 먹는 곳이 마땅치 않아 찾게 되는 곳이라고 한다.이 병원 청소부들에게는 전용 휴게실이 있지만 걸어서 10분을 가야하기 때문에 이용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

서울 강동구의 한 회사 건물에서는 화장실 앞 소파에서 도시락을 까먹는 청소부들도 있었다.점심 한 끼 그냥 식당에서 사먹으면 이런 일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이들은 단 돈 10,000원이 아쉬운 사람들이다.

월급으로 86만원을 받는다는 사립대학 청소부 양씨는 "우리들에게 이 사회의 최저 임금은 최고 임금"이라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남들이 먹다 남은 음식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청소부들도 있다.

한 병원 청소부들은 간호사들이 먹었던 야식을 챙겨두었다가 점심으로 때우기도 한다고 한다.이 병원 환경미화원 이모(53.여)씨는 "밥 남는 거, 얻어오는 거, 간호사들이 야식 먹고 남은 것을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전자레인지 돌려서 먹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쉬고, 먹고, 씻는 문제는 환경미화원들에게 해결만 하면 그만인 문제들이다.이들이 정작 밖으로 할 수 없는 이야기는 아파도 병가를 낼 수 없고,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것들이다.

병원 청소부 이씨는 "아무리 아파도 평일에는 절대 조퇴를 시켜주지 않는다"며 "아파도 내 업무를 대신할 사람이 없어 약국에서 진통제를 먹고 계속 일해야 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서울의 한 청소차 차고지에서 일하는 박모(57)씨는 "차가 막히는 출근 시간대보다 일찍 쓰레기 수거를 마치려면 화장실에 갈 시간조차 없다"면서 "아침밥도 거르기 일쑤"라고 말했다.twinpin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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