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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불패' 기울고, '강남필승' 끝났다

지영호 입력 2010. 06. 01. 10:23 수정 2010. 06. 0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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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기획]부동산괴담, 진실은?/ 강남필패론]'아파트 시가총액 감소, 지가 하락률 전국 1위, 거래량 13개월 만에 최저 수준, 건물 공실률 가파른 상승세'

요즘 강남에 대한 이야기다. '강남 부동산 가격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강남불패 신화가 민망할 지경이다. '이제 강남은 끝났다'는 '강남필패론'까지 등장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많이 엇갈린다. 하지만 '강남필패'는 아니더라도 '강남필승'만큼은 확실히 끝났다는데 이견이 없는 상태다.

"금융위기 시절의 한파 같다"

지난 10여년간 강남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시장이었다. 녹물이 나오고 매일같이 주차 문제로 이웃간에 분쟁이 생기는 낡아빠진 아파트도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치솟는 곳이 강남이었다. '자고 일어나니 돈 천만원 이상 올랐다'거나 '아파트 몇채로 하루아침에 부자가 됐다'는 말은 강남에서 흔한 이야기가 됐다. 부동산에서 만큼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뽐낸 셈이다.

그런 강남이 수상하다. 매수자가 없다. 팔려는 사람들은 많은데 물건을 보러 오겠다는 사람은 없다. 중개업자들은 "거래가 완전히 죽었다"며 한숨이다. 버티기 양상에서 한계에 이른 매도자들이 한두명씩 호가를 대폭 낮춰 시장에 내놓지만 이마저도 팔리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른다.

시세 하락을 주도하는 것은 재건축 아파트다. '누르면 튄다'고 했을 만큼 규제강화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상승세를 이어갔던 강남 재건축이 규제 완화에도 좀처럼 오를 기미가 없다. 오히려 하락세만 가파르다.

현상은 1년반 전 미국발 금융위기가 불어 닥쳤을 때를 연상케 한다. 강남권 재건축아파트의 심리적 지지선인 3.3㎡당 4000만원대가 붕괴된 현상도 동일하다. 채훈식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하락세가 2월 3주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면서 "하락세만 보면 금융위기 시절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아파트-땅-오피스 '빅3' 모두 흔들린다

부동산 버블 붕괴나 강남 필패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주택 가격 통계는 국토해양부가 발표하는 아파트 실거래가다. 호가 위주인 부동산 정보업체나 각 포털의 시세에 비해 실거래가는 실제 매매계약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가격의 진실성을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18일 국토해양부는 4월 아파트 실거래가 신고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서 강남은 참패했다. 안전진단 통과 전 10억원 이상에서 거래되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전용면적 77㎡ 아파트가 4월 9억2000만원으로 한달만에 8000만원 이상 떨어졌다. 개포주공 1단지 전용 51㎡ 역시 한달 새 2000만원 하락한 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실거래건수의 감소세도 이어졌다.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의 거래량도 지난 1월 1054건을 정점으로 계속 줄어 4월에는 539건으로 절반가량에 그쳤다.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다. 서울 전체도 3월 4401건에서 3245건으로 대폭 감소했다.

강남의 변화는 아파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국 249개 시군구 가운데 강남의 땅값이 가장 큰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의 4월 지가변동율을 보면 강남구는 0.13% 하락률을 기록했다. 전국 땅값이 13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라 강남의 하락이 더욱 두드러진다.

건물 공실도 마찬가지다. 올해 들어 강남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은 9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다국적 부동산 기업 ERA코리아의 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강남권 전체 평균 공실률은 12.1%에 달했다. 2002년 이후 강남권 오피스빌딩의 평균 공실률은 최고 6%대였다.

보고서는 강남 오피스빌딩이 도심권에 비해 탄력적인 시장인데다 경기침체로 신규 임대수요가 드문 편이어서 이 같은 빌딩 공실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장진택 ERA코리아 전략기획팀 이사는 "강남 오피스의 매매가격이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어 변화를 좀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강남 오피스가 IMF 사태 이후 최고의 공실률을 기록한 것은 8년간 끌어온 대세상승기가 끝나는 신호탄이라고 해석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밝혔다.

'강남필승' 끝났다

강남불패 신화를 이야기할 때 에그프라이 이론을 흔히 적용한다. 달궈진 프라이팬 위의 달걀은 흰자나 노른자 모두 뜨겁지만, 식는 순서는 다르다. 흰자는 급속하게 차가워지는 반면 노른자는 온기가 남아있다. 부동산 시세변화도 이와 같다는게 에그프라이 이론이다.

뱃살을 빼려고 다이어트를 하면 다른 곳의 살이 빠지고 나서 가장 마지막에 빠진다는 것에 비유한 뱃살이론이나, 가뭄 시 외곽부터 물이 마르고 중심부는 가장 마지막에 없어진다는 저수지이론도 모두 같은 의미다.

강남의 부동산은 '에그프라이 이론'의 노른자위에 해당한다. 각종 시장 악재에서도 지금까지 강남의 부동산 가격은 가장 굳건했다. 강남이 노른자라면 강북이나 수도권 신도시 등은 흰자에 해당한다. 참여정부 시절 강남 아파트 가격이 뜨겁게 상승하면 곧이어 흰자도 상승하는 현상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강남의 가격하락이 지속되면서 에그프라이 이론의 적용 범위가 좁아졌다. 달걀이 서울 수도권에서 '강남3구'로 축소된 것이다. 축소된 달걀의 노른자는 압구정 등 전통적 강세지역이다. 이 지역은 아직도 철옹성처럼 가격이 버티고 있다.

반면 송파, 잠실 등 달걀 흰자에 해당하는 강남의 외곽지역은 낙폭이 크다. 닥터아파트의 4월 조사에 따르면 가락시영 재건축조합의 분양신청이 중단되면서 실망한 조합원이 투매한 매물 등 잠실동, 신천동 일대 재건축단지의 약세로 송파구는 주간 재건축아파트 낙폭률이 1.04%나 됐다. 올해 초 반짝 상승했지만 최근 일부 단지의 사업성이 지지부진해지면서 하락세를 주도했다.

주변부가 빨리 식는다는 에그프라이 이론에서 간과하기 쉬운 게 있다. 프라이팬에 열이 식으면 달걀의 흰자가 먼저 식지만 속도만 다를 뿐 노른자도 결국 식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달리 이야기하면 다른 곳의 프라이팬이 뜨거워지면 뜨거워지는 달걀도 다른 프라이팬의 것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강남권 수요는 투기적 성향이 크다"며 "강남이 여전히 건재하기는 하지만 투기수요는 언제든 움직일 수 있는 변동수요임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강남 불패'는 몰라도 '강남필승'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지영호기자 tellmetoday@<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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