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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70만원인데 아들 카드빚 50만원 갚으라고

박재범 기자 입력 2010. 06. 03. 06:19 수정 2010. 06. 03.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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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재범기자][[기자수첩]금감원 별동대]

대형마트에서 청소일을 하는 할머니는 전화 받기가 무섭다. 둘째 아들이 진 카드 빚을 갚으라고 걸려오는 독촉 전화 때문이다.

아들에게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다짜고짜 전화한 은행 직원의 목소리에 손이 떨린다. 신용불량자인 둘째 아들에게 어떻게 카드가 발급됐는지 물어볼 겨를조차 없다. 청소일로 받는 월급이 고작 70만원인데 매달 50만원씩 갚으란다. 그렇지 않으면 급여 압류까지 한다니 잠이 오질 않는다.

금융감독원엔 온갖 민원이 쏟아진다. 대출 금리 부당 적용, 연체 이자 부당 부과, 미사용 카드 연회비 징구 등은 기본이다. "금융회사에 '속았다'" "금융회사가 '무섭다'"는 넋두리도 많다.

힘없는 이들의 하소연이다 보니 그 속엔 눈물이 섞여 있다. 그 눈물을 조금이나마 닦아주기 위해 만들어진 게 금감원의 민원조사팀이다.

지난해 11월 신설될 때만 해도 기대보단 우려가 많았던 게 사실. "수박 겉핥기에 그칠 것" "금감원은 금융회사 편" 등의 시각이 적잖았다.

하지만 반년 남짓 지난 시점의 평가는 좀 다르다. 민원인들은 연신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왜일까. 무엇보다 '현장 조사'의 힘이다. 민원이 접수되면 곧장 현장으로 달려간다. 팀장 포함 6명의 소수 인력이지만 스스로 민원인이 돼 금융회사를 누빈다.

일반인은 말단 직원 만나기도 쉽지 않지만 금감원 별동대가 뜨면 임원들까지 나온다. 자연스레 민원인들의 민원에 콧방귀를 끼던 금융회사는 고개를 숙인다.

아들 카드 빚 독촉을 받던 할머니도 은행의 정중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았다. 다른 민원 처리 때도 '정중한 사과'가 꼭 곁들여진다. 민원이 해결된 것 못지않게 민원인들의 마음이 더 좋아지는 이유다.

일각에선 감독당국이 보이지 않는 힘으로 금융회사를 옥죄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금융회사가 '무서운' 이들에겐 금감원 별동대가 한없이 고맙다.

오히려 한명의 고객보다 금감원 별동대에만 머리를 숙이는 금융회사의 콧대를 계속 납작하게 해 달라는 목소리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박재범기자 swa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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