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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부' 공포에 우량 건설사도 자금조달 '올스톱'

좌동욱 입력 2010. 06. 07. 14:39 수정 2010. 06. 0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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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가·사채시장에 `건설사 살생부` 확산

- 불확실한 루머로 정상기업도 자금확보 애로

- "평가 결과 시장에 즉시 공개하는 게 바람직"

[이데일리 이진철 좌동욱 기자] 지난해말 기준 건설사 시공능력 10위권 내 A사(社)는 높은 브랜드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사업에서 주택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최근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설이 돌고있다.

A사 관계자는 "토목과 건축,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비중이 50%대로 늘어났지만 주택전문업체라는 이미지가 여전히 강해 최근 자금 사정이 어렵지 않냐는 문의가 많다"며 "매출은 다소 부진하지만 이익은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공능력 20위권 내 대기업 계열사인 B사, 30위권 내 C사도 최근 증권가에서 떠도는 건설사 살생부(구조조정 대상 기업) 명단에 올라있다. B사는 모기업 업황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C사는 계열 건설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동반 부실 가능성 때문에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현재 신용위험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개별 주채권은행에 확인한 결과, 이들 3개 기업은 모두 신용위험평가에서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 기업)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들을 엄정하게 솎아낼 방침"이라면서도 "시중에 떠도는 부정확한 건설사 살생부 명단이 돌고 있어,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잘못된 정보와 루머가 시장에 떠돌면서 결과를 확인하기 전까지 돈을 빌려주지 않겠다는 심리가 금융권에 팽배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업황부진에 시달리는 건설업체의 경우 제 2금융권이나 사채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원까지 막히면서, 부도 공포 속에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 증권가 사채시장에 유통되는 `건설사 살생부`

지난달 중순 증권계를 중심으로 돌았던 살생부 명단에 포함된 건설업체는 대략 15곳. 명단에 오른 건설사 중 시공능력 69위 성지건설이 최근 1차 부도를 낸 후 가까스로 최종부도 위기를 넘겼고, 성우종합건설은 모기업인 현대시멘트와 함께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런 사건들은 살생부 명단을 그럴듯하게 보여주는 근거가 되고 있다.

지난달말 사채시장을 통해 확산된 건설사 살생부 명단은 시공능력 100위권 내 건설 중 15곳을 포함한다. 이중 증권가 살생부 명단과 겹치는 건설사는 20위권부터 60위권까지 5곳이다.

주채권은행들은 이들 건설사 중 2곳은 C(워크아웃)~D(법정관리), 한곳은 D등급으로 잠정 분류하고 있다. 다른 한곳은 최근 시장에서 자금난이 불거졌다. 결과적으로 5곳 중 4곳(80%)이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로 선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상당수 기업들은 B등급 이상이다. 20위권 내 B사에 대해 주채권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근거없는 억측"이라고 잘라말했고, 30위권 내 D사에 대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워크아웃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채권은행의 고위 관계자도 50~80위권 건설사 3곳에 대해 "C등급 이하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감독당국과 채권은행에 따르면 올해 시공능력 100위권 건설사 중 C~D 등급으로 분류될 건설회사는 15곳을 넘지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작년초 신용위험평가로 부실 건설사들을 한차례 걸러냈고, 그 이후에도 대략 5~6곳 기업들이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며 "100위권 내 건설사의 경우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작년 수준이거나 작년 작년보다 소폭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초 100위권 건설사 91개 업체에 대한 1차 신용위험평가 당시엔 C등급 11곳, D등급 1곳 등 총 12곳이 구조조정 기업으로 분류된 바 있다.

◇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 건설사 `분통`

건설사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시공능력 20위권 내 건설회사 관계자는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만기도래한 회사채 상환에 대비한 자금까지 미리 확보해 놓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노력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루머로 와전되면서 회사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사는 건설사 자금난이 그룹 전체의 자금난으로 와전되면서 그룹 계열사 주가가 동반 폭락하는 상황까지 초래했다. 사채 시장에서 이런 건설회사들의 어음 유통은 사실상 두달째 중단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해도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기관이 아닌 개인투자자로 만기 연장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건설사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을 하고 싶어도 인수할 수요처가 없다"면서 "은행은 만기 도래한 대출에 대해 연장을 하지 않고 회수를 하고 있어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신용위험평가 정보를 채권 은행들과 금융감독당국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채권은행들은 시공능력 100위권 건설사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5월말까지 마무리하고, 이달말까지 나머지 건설사와 업종에 대해 평가를 확대한다는 스케줄로 신용위험평가를 진행하고 있지만, 감독당국은 평가결과를 이달말 또는 내달초 일괄 공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주채권 은행들의 평가 결과는 오는 18일까지 감독당국에 보고되며, 이후 부채권은행과 협의를 거쳐 결과가 확정된다.

감독당국은 "평가결과를 외부에 공개해서는 안된다"고 채권 은행들을 지도하고 있지만, 은행권내 인맥과 연줄을 통해 결과는 외부로 누설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정보들이 불확실한 정보들과 함께 그럴듯하게 포장돼 시중에 유통되면서 부실 건설사 뿐 아니라 우량 건설사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건설사들은 지적하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상시 평가로 진행돼야할 대기업 신용위험평가가 정부를 거치면서 `이벤트`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기업 신용위험평가는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며, 평가 결과는 즉시 시장에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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