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칸〉[이종원의 아메리카브레이크]'개구쟁이 아놀드'의 쓸쓸한 최후

입력 2010. 6. 15. 21:18 수정 2010. 6. 15.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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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문에서 아역배우 출신 개리 콜맨(Gary Coleman)이 사망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향년 42세. 5월 28일 유타주 자신의 집에서 굴러떨어졌다가 뇌출혈로 사망했다고 한다.

한국 독자들은 이름만 들으면 잘 모르겠지만, 80년대를 풍미한 미국 시트콤 '개구쟁이 아놀드'의 주인공 '아놀드'(사진)라고 하면 "아! 그 귀여운 흑인 꼬마애?"하고 무릎을 칠지 모르겠다.

한국에서 80년대 KBS에서 방송된 '개구쟁이 아놀드'는 흑인 형제 2명이 어느날 백인 갑부의 가정에 입양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코믹하게 그려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특히 주인공 아놀드는 꼬집어주고 싶은 볼살과 귀여운 연기로 큰 인기를 끌었는데, 더빙판에서 아놀드 역을 맡은 성우 장유진 씨의 "그게 무슨 소리야, 형?"이라는 대사는 아직도 귀에 선하다.

원제가 'Diff'rent Strokes'인 '개구쟁이 아놀드'는 1978년부터 1985년까지 미국 NBC에서 방송된 장수 시트콤이다. 갑부 백인가정에 입양된 가난한 흑인 형제를 소재로 당시로서는 민감했던 인종문제나 계급차별 문제까지 다뤄 '국민 시트콤'이 됐다.

자연히 흑인 형제역 개리 콜먼(아놀드), 토드 브리지스(윌리스), 그리고 백인 누나 역의 킴벌리(다나 플라토)는 미국판 '국민 남동생·여동생'으로 떠올랐다. 최전성기때의 콜먼은 주1회 출연으로 10만달러의 출연료를 받았고, 드라마 출연료만으로 300만 달러의 부를 벌어들였다.

그러나 추억은 추억으로 끝나는 것이 좋았다. 드라마가 끝난 후 세 아역배우의 운명은 순탄치 못했다. 콜먼의 경우 드라마 출연으로 벌어들인 300만달러를 부모가 모두 탕진했다. 콜먼이 나중에 부모를 상대로 재판을 걸어 130만달러의 보상금을 받아냈지만, 이미 주변에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파산한 콜먼은 한때 경비원으로 일하다 폭행 시비에 휘말리고 두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건강 면에 있어서 그는 선천성 신장 이상을 앓고 있어 더이상 성장하지 못했다. 42세 평생 동안 키는 146cm에 머물렀고, 얼굴과 용모 역시 아역 시절 그대로였다. 신장 이식수술에 두번 실패하고 평생 투석을 받아야했다. 그는 결국 부모와 아내가 모두 떠난 상태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다.

다른 배우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백인 누나 역의 다나 플라토는 '개구쟁이 아놀드' 출연중 미성년자 임신을 해 드라마에서 퇴출됐고, 이후 마약중독자로 전락해 성인영화에까지 출연했다가 34세의 나이로 자살했다. 형 윌리 역의 토드 브리지스 역시 마약과 음주운전 등으로 구설수에 시달리는 처지다.

너무 이른 성공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한다. 한때 성공한 아역배우였던 '개구쟁이 아놀드'의 기구한 인생을 보며 TV연예계가 어린이들에게 과연 무엇을 가르치는지 새삼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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