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록 다 없애면 '영포회' 수사 어쩌려고?

2010. 7. 7.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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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전진한 기자]'영포회'라는 조직 하나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공식 권력기관이 아닌 비선 조직에서 이렇게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는 것에 온 국민들이 충격을 받고 있다. 의문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을 사찰할 수 있느냐는 것과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영포회(영일, 포항)라는 사조직이 움직이고 있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국무총리실장은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보고조차 받지 않았다고 말해 그 파장을 더하고 있다.

이제야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가 사찰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던 얘기나 누리꾼들이 제기한 의혹들이 풀리기 시작한다. 만약 위 의혹들이 모두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명박 정부는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전두환 시절 군에 있던 전두환 사조직 '하나회'가 부활한 느낌이다.

1-3년 기록은 멋대로 폐기할 수도

국가기록원 나라기록포털 홈페이지

ⓒ 국가기록원

하지만 정보공개청구 전문가로서 이번 사건을 보는 필자는 전혀 다른 측면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 국가권력은 활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업무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야 하며, 그 결과를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여야 한다. 그리고 생산한 기록을 후대에게 올바르게 전승하기 위해 기록관리를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기록전문요원에게 이 업무를 맡기도록 하고 있다. 이는 이미 지난 2000년부터 시행되어 온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기록물관리법)에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국무총리실은 최근 이런 상식에 가까운 일들을 뒤엎어 버리는 법안(시행령)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법안에서는 모든 기록을 생산하여 폐기할 때에는 보존연도 1년부터 30년까지 해당하는 모든 기록에 대해서 외부 심사관이 참가하는 기록물평가심의회를 개최하여 평가받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보존연도 3년짜리 기록을 3년이 지났다고 해서 무조건 폐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록물평가심의회를 거쳐서 다시 한번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국무총리실은 기록물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보존기간 1년에서 3년 이하 기록물 평가 및 폐기시 기록물평가심의회의 심의를 생략 가능' 하도록 하고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기록물은 보존연도 1년에서 3년 이하 기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만약 이런 일이 가능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수많은 공무원들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일들이나 활동들의 기록을 남길 때 보존연도를 임의로 줄여 외부 심의도 없이 기록물을 폐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번 국무총리실과 같은 일들이 벌어질 때 향후 감시할 수 있는 기록조차 남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나마 자신의 활동을 기록이라도 해야 향후라도 감시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일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얘기가 된다. 도대체 향후에는 감사원 감사, 검찰 수사 등은 무슨 기록을 가지고 할 수 있겠는가?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일을 감시해야 할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원이 이런 국무총리실의 법 개정안을 방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위 대한민국의 기록관리를 관장한다고 하는 국가기록원이 그들 스스로 전문성을 표방할 수 있는 공공기관인지 매우 의심스럽다.

'학력제한 철폐' 명분으로 기록전문요원 자격 완화

게다가 국무총리실은 '학력제한 철폐' 라는 미명하에 기록전문요원의 자격을 완화하려고 하고 있다.

기록전문요원 제도는 노무현 정부시절 기록관리가 너무나 허술하다는 시민사회의 주장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받아들여 전격적으로 시행했다. 이에 따라 수많은 학생들이 '기록관리학' 대학원 과정에서 현대판 사관의 정신으로 기록관리 교육을 받아왔고, 그 결과 공공기관에 들어가 거의 백지상태에 불과하던 기록관리실태를 바꿔 나갔다.

그런데 이런 현실에 단 한번도 기여하지 않았던 이명박 정부는 '학력제한 철폐'라는 이름으로 이런 제도를 무력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가 마련한 구체적인 규정을 보면 학부전공자 중 "기록관리학, 역사학, 문헌정보학, 보존과학을 전공한 자로서 기록물관리 분야 경력 1년 이상이고 행정안전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기록관리학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 자 중에서도 기록관리를 하도록 하고 있다.

자격을 '기록관리학을 전공한 석사 학위 이상을 받은 자'에서 '기록관리학, 역사학, 문헌정보학, 보존과학을 전공한 학사 학위 이상을 받은 자'로 낮춘 것이다.

이 규정이 통과된다면 그동안 운영되던 기록관리학 학문은 하루 아침에 무너질 것이며, 대부분 기관 내에서 일하던 관련 전공 공무원들은 손쉽게 1년 교육을 받아 기록전문요원으로 활동할 것이다.

그렇게 학력차별 철폐를 좋아하면서 로스쿨은 왜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며, 무엇을 위해서 초등학생까지 일제고사를 치면서 학력 경쟁을 시키고 있는지 의아하다. 대학원에서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던 학생들이 어느새 학력차별의 가해자가 되어버린 꼴이다. 도대체 이 정부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대면보고 많다면 종이 문서가 많아야 하는데 왜 없지?

국가기록원 소장 대통령기록물 현황

ⓒ 정진임

이렇듯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은 청와대도 예외가 아니다. 정진임 기자가 지난 6월 23일에 올린 'MB는 대면보고 즐긴다는데 왜 종이문서가 없지?'제목의 기사를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기사에 따르면 최근 청와대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정보공개청구에 의해 공개한 2009년도 대통령기록생산현황에는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일례로 2009년도 '비 전자기록물 생산보고' 내용을 보면 대통령실의 경우, 지난해 총무기획관실에서는 문서 93권, 메시지 기획관실은 문서 3권, 민정수석실은 기타 종이기록물 1427건을 생산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기타 종이기록물은 종이로 들어온 보고서 종류를 의미한다.

정말로 저 이외에는 모든 기록을 전자기록물로 생산했다는 말인가? 업무의 특성상 대면보고가 불가피한 청와대에서 이러한 통계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기록관리 정책을 보면 이명박 정부가 보인다

다시 돌아와서 2010년 7월 현재 이명박 정부는 온갖 문제가 터지고 있다. 정권의 가장 기본인 기록관리 정책을 보면 이런 결과는 당연하다. 시민사회와 토론회 한번 없이 위에서 말한 기록물관리법 개정을 밀어붙이는 국무총리실을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다가도 얼마나 스스로 정당성이 없으면 저런 일을 할까 하는 측은함마저 든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 후반기를 맞아서 스스로 기초부터 잘 지키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온갖 문제가 터져 나올 것이며 그 문제는 쓰나미가 되어 이 정권을 집어 삼킬 것이다.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를 매서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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