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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수심 6m의 비밀 .. '대운하 사전 작업' 들킬라

박재현 기자 입력 2010. 08. 18. 22:04 수정 2010. 08. 1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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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준설 깊이'에 민감한 반응 왜

지난 17일 불방된 MBC 「PD수첩」의 핵심 내용이 4대강 개발 사업의 수심을 6m로 확정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부분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가 왜 준설 작업의 수심에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심을 6m 이상 확보하면 언제든지 운하로 둔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수심을 6m로 변경한 배경과 이유가 밝혀질 경우 4대강 사업이 대운하 건설 전초작업으로 비쳐질 수 있을 것을 우려해 국토해양부가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라는 무리수를 뒀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6월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후 대운하 대신 '4대강 살리기'를 들고 나왔고 같은 해 12월 '4대강 살리기 초안'을 발표했다.

이때까지는 4대강 사업에서 보와 준설은 주요 사업이 아니었다. 소규모 자연형 보 4개를 설치하고 4대강의 퇴적 구간에서 물길을 넓히기 위해 2.2억㎥를 준설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2009년 6월 확정된 4대강 마스터플랜에서는 보와 준설에 대한 사업이 핵심으로 등장했다. 보는 16개로 늘어나고 준설량도 5.7억㎥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에 따라 예산도 준설의 경우 2조6801억원에서 5조1599억원으로, 보 건설 비용은 114억원에서 1조5201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후 4대강 사업이 대운하 건설을 위한 눈속임이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홍수예방과 수자원 확보 대책으로 '물그릇'을 크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대규모 준설로 수심이 깊어지면 충분히 배를 띄울 수 있다는 학계의 지적이 잇따랐다.

임석민 한신대 교수는 "진정으로 강을 정비할 생각이라면 퇴적된 오니만 2~3m 깊이로 준설하면 된다"면서 "수심 6m면 4000~5000t급, 4m면 2000t급 화물선이 운항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대운하사업 계획에 따르면 낙동강 수심은 6m로 책정돼 있다. 결국 '수심 6m'로 정해진 4대강 사업은 언제든지 대운하 건설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당초 발표와 달리 준설된 강바닥 형태가 운하를 위한 사다리꼴 모양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사다리꼴 준설 공사는 일반 준설보다는 비용이 많이 들고 난도도 높기 때문에 운하를 위한 준설이 아니라면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도 수심 6m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심받고 있다. 보의 높이가 10m 이상 돼야 수심 6m를 확보할 수 있는데 마스터플랜상 낙동강의 보 높이는 평균 11.2m에 이른다.

정부는 2008년 4대강 사업 초안에서 "1~2m의 소형보를 건설하기 때문에 5~10m 이상 높이의 대형보가 필요한 대운하 사업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16개 보 가운데 절반이 낙동강에 집중되어 있고 낙동강의 보 위치도 한반도 대운하의 장암갑문, 구미갑문, 낙단갑문, 상주터미널과 비슷하거나 같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현재도 보와 보 사이는 얼마든지 배가 지나다닐 수 있는 '구간운하' 형식이고 보에 갑문을 설치하면 거대한 한반도 대운하가 된다"면서 "4대강 사업은 대운하의 사전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4대강 사업이 운하 건설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운하 개념인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구상이 빠져있고 운하에 반드시 필요한 갑문과 터미널 설치 계획도 없다는 것이다.

국토해양부 4대강추진본부 관계자는 "4대강 전체 구간 1362.8㎞ 중 6m 이상 수심을 갖는 구간은 361.2㎞로 26.5%에 불과하고 주요 구간의 최소 수심이 0.5~3.0m에 불과해 화물선이 운항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운하를 위해서는 일정한 수로 폭을 유지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구간별로 그 폭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준설 모양만으로 4대강 사업의 준설이 운하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 박재현 기자 parkjh@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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