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투데이>인류 금속활자史 한국에 의해 다시 쓰여지나

입력 2010.09.02. 11:00 수정 2010.09.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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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마인츠와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등 서양 여러 도시에는 여전히 요하네스 구텐베르크(1398~1468)의 동상이 우뚝 서 있다. 구텐베르크 금속활자는 '42행 성경'을 찍어냈고, 15세기 종교개혁과 과학혁명을 촉발했다.

그러나 서구의 과학적 자존심은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나온 '직지(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라는 인쇄본 하나로 무너졌다. '42행 성경'보다 78년이나 앞서(1377년) 제작된 현존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는 2001년엔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도 등재됐다.

이 같은 인류 기록역사가 또다시 바뀔 판이다. 이번 진원지도 한국이다. 2일, 서울 경운동 다보성고미술전시관은 직지를 인쇄한 흥덕사자(興德寺字)보다 138년 이상 앞선 것으로 추정되는 '증도가자(證道歌字)' 금속활자 12점을 공개했다. 인쇄본이 아닌 금속활자 실물이다. '불(不)' '어(於)'자 등 각각 가로 1~1.3㎝, 세로 1.2~1.5㎝, 두께 0.1~0.7㎝. 성분은 구리 40~80%, 주석 25~38%, 납 22~32%이다.

현재 국내에 남아 있는 고려 금속활자는 딱 두 글자 뿐.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복'자와 북한 개성역사박물관이 소장한 '전'자다.

이번 '증도가자'는 개인 소장가가 10여년 전 일본에서 사온 것. 소장자는 한국서지학계 권위있는 중진학자로 꼽히는 남권희 경북대 교수(한국서지학회장)에게 연구를 의뢰했고, 남 교수는 4년여의 연구끝에 이 활자가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ㆍ삼성출판박물관 소장)'의 12글자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현존 '증도가'는 목판본이지만, 애당초 1232년 이전에 고려 개경에서 금속활자로 찍은 것으로 문헌은 전한다. 이 같은 연구가 공인되면 국사교과서는 물론이고, 세계 인쇄술의 역사 또한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검증작업 또한 만만치 않다. 나무 등 유기물은 탄소 연대측정이 가능하지만 금속은 과학적 연대측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오춘영 연구관은 "물리적 연대 특정이 불가능에 가깝고, 출처 또한 추적해봐야 하는 등 검증에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도가자'가 세계의 인정을 받으려면 서울시문화재위원회와 문화재청을 거쳐 국내 문화재로 지정되고, 국내외 학계의 엄정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한국이 또다시 전 세계 역사교과서를 바꿔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희윤 기자/imi@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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