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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는 부모를 둔 죄? 저소득층 학생들 출발선부터 '낙오자'

입력 2010. 09. 23. 21:07 수정 2010. 09. 2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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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사회, 길을 묻다] <3> 개천에서 용나기 힘든 교육입학사정관제 등 고소득층에 유리한 구조…교육 기회균등 갈수록 악화

개천에서 용이 나게 하고, 빈곤의 세습을 방지하고, 신분 상승을 유발하는 동력은 교육이다. 불과 5~6년전만 해도 교육이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영향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서울대 신입생들의 부모 직업을 보면 '불공정한 교육'의 일단을 파악하기가 어렵지 않다. 1998년 서울대 신입생 부모의 직업은 관리직, 전문직, 사무직 등 화이트컬러 계층의 비율이 66.1%, 농어민과 생산직, 무직자의 비율은 18.3%였다.

12년이 흐른 2010년, 상황은 급변했다. 경영관리직, 전문직, 사무직 비율은 73.7%로 늘어난 반면 농어민과, 비숙련노동자, 무직자의 비율은 3.9%로 급감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지역균형선발 전형이 없었다면 화이트컬러 부모를 둔 신입생 비율은 더 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이 교육에서 희망을 찾을 때 공정한 사회가 가까워진다"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공정성 도마에 오른 입학사정관제

입학사정관제는 현 정부 교육 정책의 핵심이다. 성적 위주의 평가에서 벗어나 잠재력과 창의력이 반영된 다면적이고 종합적인 평가를 하게되면 사교육비가 줄고 낙후된 교육 환경 속에서 나름의 성취를 이룬 저소득층 학생들에게도 진학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였다.

그렇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객관적인 점수가 아닌 정성적 평가를 통해 뽑고 싶은 학생을 선발토록 했으나 대학들은 학과 공부에 적합한 학생 대신 소위'스펙'이 좋은 우수학생들을 독점하는 데 전형을 악용하고 있다. 객관적 기준이 없어 대학과 입학사정관의 도덕성에 대입의 공정성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 초래한 결과다.

사실상의 고교등급제 적용도 논란이다. '빅3대학'의 하나인 고려대는 2009학년도 수시모집에서 특수목적고나 명문고 출신 학생을 우대한게 법원에 의해 인정돼 파장을 낳았다. 올해 대입 전체 정원의 62%를 선발할 정도로 수시모집은 계속 비중이 커지고있고, 입학사정관 전형도 수시의 14.6%를 차지할 만큼 확대되고 있지만 공정성 확보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찍힌다.

주요 대학들도 입학사정관 전형을 특목고와 외국 소재 고교 출신 학생들의 입학 통로로 활용하면서 '순진한' 교육당국을 비웃고 있다. 지난해 입시에서 성균관대는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뽑은 754명 가운데 492명(65.3%)이 특목고 또는 외국 고교 출신이었다. 이화여대(52%) 연세대(37.7%) 중앙대(33.2%) 한국외국어대 (23.7%) 건국대(21.7%) 등 주요대학의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자 중 특목고 및 외국 고교 출신들도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전국 고교생 가운데 특목고생의 비율이 1.57%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대학들의 특목고 우대는 심각한 수준이다.

학생들의 잠재력을 키우는 교육 대신 선발 효과를 누리려는 대학들의 우수 학생 선점 경쟁이 결국 입학사정관 전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훈찬 전국교직원노조 정책실장은 "대학의 입시 관리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서 정부가 입학사정관 전형을 전면화하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자율고가 낳은 고교 피라미드

"최상위권 학생들은 특목고에 갑니다. 그 다음 상위 10~20%는 자율형사립고(자율고)로 진학해요. 나머지가 일반계고 몫입니다. 일반계고에선 상위권 학생도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는 게 쉽지 않은 이유이지요."서울의 일반계고인 A고 김모 교장의 설명이다.

대학 뿐만 아니라 고교에도 서열이 뚜렷하게 존재한다. 맨 위 꼭지점엔 별도의 전형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특목고가 있고, 그 아래 내신 상위 50% 가운데 추첨을 통해 선발하는 자율고가 있다.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엔 일반계고가 자리잡는다.

이때문에 자율고의 확대를 골자로 하는 정부의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는 학생을 계층별로 나누고, 대다수 일반계고를 소외시키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제적인 부분은 더욱 큰 문제다. 외국어고의 1년 학비는 600만원선이며, 자율고는 500만원 수준이다. 일반계고의 등록금은 145만원으로 자율고의 3분의1이다. 가난한 학생들은 성적이 좋아도 학비가 비싼 외고나 자율고에 다니기 힘든 구조다. 정부는 자율고에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20% 입학시키도록 했지만 학비를 제외한 기숙사비 책값 등 각종 경비만 수백만원이 들어 가난한 학생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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