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C를 꿈꾸는 그녀들 "열외는 저희도 싫어요"

2010. 9. 2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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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M&M]

'여대 ROTC'

'월남 스키부대'와 함께 농담처럼 내뱉던 그 단어가 이젠 현실이 됐다. 지난 1997년 공군 사관학교에 최초의 여생도가 입학한지 햇수로 14년 만의 일이다.

지난 14일 저녁, 숙명여대는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최초의 여대 ROTC 시범대학으로 선정됐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이 소식을 기뻐한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숙명여대 여군장교 준비동아리' 회원들이다.

"아르바이트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었는데 갑자기 (선정됐다는) 연락이 왔어요. 소리지르고 난리가 났었죠.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골 넣었을 때보다 더 기뻤어요."

지난 여름내내 시범대학 선정을 위해 땀을 흘려온 동아리 회장 최혜미(20세. 시각영상디자인)씨의 말이다.

원래 결과는 이튿날인 15일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소식이 몇 시간 먼저 전해진 탓(?)에 기쁨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최씨에겐 그동안의 고생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사실 여군장교 준비동아리는 만들어진지 불과 2개월 밖에 안된 신생 동아리다. 시범대학 선정경쟁이 본격화되자 학교 측이 전폭적인 지원을 하면서 동아리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장단을 비롯한 많은 회원들은 이보다 훨씬 전부터 개별적으로 여군 장교의 꿈을 키워왔다. '여대생이 장교를 준비하느냐'는 주변의 시선도 있었지만 결국 인정받은 셈이다.

훈련부장을 맡고 있는 우찬송(20세. 체육교육)씨는 어렸을 때부터 장교를 꿈꿔왔다고 했다. 왜사관학교가 아닌 여대를 지원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등학생 때 체육선생과 여군 장교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아 준비가 소홀했었다."고 솔직히 답했다.

아무래도 여학생이다 보니 여군이라는 길을 가는데 조언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의 학교에 진학했고 개인적으로 학사장교를 준비하던 중 ROTC라는 절호의 기회를 만나게 됐다.

ROTC가 2학년 2학기에 지원을 받아 선발을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2학년인 우씨에게는 시기적절하게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그만큼 동아리에 대한 애착도 남달라 보였다.

◆ 시범대학 선정 후 바뀐 주변 시선

부회장 최윤형(20세. 정보방송학)씨에게 시범대학으로 선정된 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물어봤다.

"일단 주변의 시선이 많이 달라졌어요. 친구들도 처음엔 '왜 그런걸 하냐'고 하다가 지금은 응원해주곤 합니다. 동아리 어떻게 들어가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생겼어요."

회원 수도 크게 늘었다. 발표 직후에 추석 연휴가 있었음에도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문을 두드렸기 때문이다. 학생이 아닌 부모가 학교에 문의를 해오는 경우도 있을 정도란다.

단순한 호기심에 들어오는 회원들은 없냐고 물어보니 "분명 있을 것"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훈련일정과 동아리 회칙을 보면 단순한 호기심으로 활동하긴 힘들 것이라고 덧붙인다.

아침 7시 반부터 칼같이 훈련을 시작하고 저녁에도 다같이 모여 훈련을 하기 때문이다. 동아리방 한쪽 벽에는 '지각 5분당 2000원 + 팔굽혀펴기 20회'라는 다소 살벌한 규칙이 적혀있다.

그 덕분인지 호기심에 들어온 회원들은 두어번 훈련을 해보면 알아서 떨어져 나간단다. 무엇보다 자발적으로 가입해 활동하기 때문에 참여도가 높은 편이라 했다.

최윤형 부회장은 집이 인천이라 새벽 첫 차를 타고 학교에 온다고 했다. 아무래도 학업에 소홀할 수도 있을법 하지만 ROTC 선발 기준에 성적도 포함되기 때문에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다며 웃는다.

◆ "취업을 위해서 ROTC가 되고 싶은 건 아닙니다."

훈련 시간 이외에는 무슨 얘기를 하는지 물어봤다. 아무리 장교를 준비한다고 해도 한창 웃고 떠들 20대의 여대생들 아닌가.

최근에는 ROTC 시범대학 선정 기사에 적힌 댓글을 두고 얘기를 많이 한단다. 분명 좋은 내용만 있지는 않았을텐데 신경쓰이지 않냐고 물었다.

"신경쓰이죠. 가장 싫은건 취업 때문에 ROTC가려고 한다는 말이예요. 학교에 문의를 하는 부모 중에선 ROTC가 취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물어보는 경우도 있대요. 그래서인지 여대에 ROTC를 만든다는 것에 부정적인 분들이 많더라구요."

ROTC 출신이 취업에 유리하다는 사회통념이 있는 상황에서 여성만 입학할 수 있는 여대에 ROTC를 만드는 건 또다른 역차별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그녀들은 말한다.

"학교 안에서도 소수의 ROTC보다 더 많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분야에 지원을 해야 한다는 비판도 있어요. 이런 시선과 비판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꼭 ROTC가 돼서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좋은 장교가 되고 싶습니다."

서울신문 M&M 최영진 군사전문기자 zerojin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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