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가 만난 사람]'영어 인강 1타 강사' 김찬휘 티치미 대표이사

2010. 11. 1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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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학교 밖 강사도 교사로서 책임감 가져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사교육 업계의 간부와 대화를 나누다가 우스개성인 듯한 문제를 받았다.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려면 갖추어주어야 할 3박자가 무엇일까. 답은 할아버지의 재력, 어머니의 정보력, 그리고 아버지의 무관심.

앞의 두 조건은 그러려니 했는데 세 번째 조건이 기막히다. 뭘 모르는 아버지가 어설프게 아이의 공부나 진로에 개입하다가는 되레 일을 그르친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아버지, 그 참 편한 역할이지 않은가. 치열하기 이를 데 없고 난해하기 짝이 없는 우리 교육 현실에 대한 뼈있는 풍자로 받아들이기에는 그 뼈가 너무 아프다.

무엇이 대한민국의 아버지를 자녀교육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을까. 공교육? 사교육? 교육제도? 어느 하나만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공교육이 제대로 안 되니까 사교육에 몰리고, 그 대책으로 제도를 바꾼 게 더 나쁜 결과를 낳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게 아닐까 해서다.

답답한 학생이 학원을 찾듯이 그 학부모의 심정으로 사교육에 눈을 돌려보았다. 사교육이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은 많은 문제를 야기하지만 동시에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김찬휘 ㈜티치미 사장을 인터뷰 대상자로 정했다. 여러 가지 점에서 흥미를 끄는 요소를 갖추고 있어서다. 386 운동권 출신, 스타 영어 강사, '사교육의 메카'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개척자, '교육의 평등한 기회'를 기치로 무료 인강(인터넷 강의) 시도 등. 스스로 말하듯이 인강계의 '이단아'라고 할 만하다.

인강 시장이 최근 몇 년 동안 급성장했습니다. 온라인 교육 전문 사이트가 3000개가 넘는다고 하더군요.

"제가 인터넷 강의를 시작한 계기부터 말씀드려야 할 것 같네요. 2004년인데 신문 기사를 읽고 충격을 받았어요. 서울 금천구의 서울대 진학률이 강남구의 57분의 1이라는 거예요. 지금 아마 더 벌어졌을 겁니다. 공교육만이 아니라 총체적인 교육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생각을 크게 하게 되었죠. 그래서 인터넷 강의를 무료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유료도 있고 무료도 있습니다. 인터넷은 지역을 뛰어넘잖아요. 중국 상하이나 미국 로스앤젤레스, 뉴욕에서도 지금 저희 강의를 듣고 있거든요. 지역적 제약 없이 질 높은 교육의 혜택을 골고루 나눌 수 있는 것이 인강의 장점이자 순기능적 역할이라고 할 수 있죠."

김 사장은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영어 강사를 하다가 1997년 대치동에 '깊은생각'(깊생)이라는 보습학원을 열었다. 2004년에는 티치미를 설립해 인강 시장에 뛰어들었고, 2008년 재수학원에도 진출했다. 고등부 재학생·재수생 학원과 인강까지 사교육에서 온·오프라인을 망라하고 있다. 티치미의 온라인 회원 수는 55만여명, 재수생 수강자가 500여명이라고 한다. 깊생 수강자는 2000여명.

스타 강사이면서 학원 경영에서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대치동에 진출할 때는 스타까지는 안 됐어요. 사실은 노량진에 있던 학원에서 잘리는 바람에 저하고 수학에서 유명한 한석원 선생이 서울 지도를 펴놓고 아파트가 많은 곳을 찍어서 간 곳이 대치동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대치동은 허허벌판이었죠. 지금 같은 보습학원은 하나도 없었어요. 저하고 한 선생이 사실상 대치동 역사를 만들었다고 보면 됩니다."

스타 강사답게 그는 청산유수였다. 그가 온라인 시장에 진출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인강 선발 업체의 강의 행태와 내용에 대한 불만이었다고 한다.

"스타 강사라는 사람들을 보니까 말도 안 되는 것을 가르치더라고요. 5등급을 3등급으로 올리는 교묘한 수단이나 비법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3등급을 1등급으로 올리는 그런 방법은 없거든요. '저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제가 결심한 게 아무리 돈을 버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거짓말이나 헛소리를 할 게 아니라 정도를 가르치자는 거였습니다."

얼마 전 EBS 강사가 인강에서 군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게 문제가 되었죠.

"요즘도 '1타 강사'(스타 강사 중에서도 첫 번째로 꼽히는 강사)의 강의를 보면 이게 강의인지 코미디인지 잘 모르는 것도 있습니다. 저는 에듀테인먼트라는 말을 굉장히 싫어하는데, 교육이 아니라 마치 오락, 예능 프로그램 비슷합니다. 이상한 비어를 쓴다든가, 무슨 엉뚱한 복장을 하고 나와서는 '타 사이트의 비밀을 밝힌다'면서 강의를 하는 건지 쇼를 하는 건지…."

김 사장이 스타 강사로 뜬 것은 서울 강남구청 인터넷수능방송(http://edu.ingang.

go.kr)에 참여하면서다. 교육 당국은 공교육 강화의 일환으로 EBS 강의를 수능에 반영하도록 했고, 서울 강남구청이 사교육비 절감, 공교육 보완, 균등한 교육 기회 제공이라는 취지로 인강을 개설한 것이다.

"2004년 1월에 강남구청에서 찾아와 도와달라고 했어요. 그때는 인강이라는 말도 모를 정도였어요. '인강'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도메인도 저희가 따준 거예요. 외주 카메라팀 붙여주고 KT 회선 따주고 저희가 주요 강사로 들어가 3년 동안 해서 기틀을 잡았습니다. 그게 한석원·김찬휘가 전국적인 스타가 된 계기인 거죠."

유명 강사 사이에도 경쟁이 치열하더군요. 추가보어사건이나 관계부사사건처럼 말이죠.

"아, 추가보어사건을 다 아시네. 그건 제가 참 억울한 사건이에요. 2005년 9월 모의평가 외국어영역 문법 문제 가운데 하나를 놓고 당시 1타였던 김모 선생께서 해설을 좀 잘 못 했어요. 그걸 다른 김모 선생이 추가보어라는 개념을 갖고 설명을 했는데, 그게 참 괜찮았어요. 저는 좀 다르게 설명했고요. 얼마 후에 제 후임 강남구청 영어 대표강사를 섭외하려고 제가 추가보어 개념을 갖고 설명한 김 선생에게 전화를 했어요. 인사치레로 '한수 배웠습니다'라고 했더니 그걸 갖고 온 데 다니면서 제가 '사과했다'고 하는 거예요. 일일이 해명하자면 노이즈마케팅에 말려드는 꼴이라 아무 얘기를 안 하는 거예요. 그게 추가보어사건입니다."

관계부사사건은 관계부사 'where'의 생략 여부와 관련해 김 사장이 거꾸로 김모 강사에게 한방 먹인 결과를 가져온 사건이다. 인강 업계와 스타 강사의 세계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최근 특정 업체가 '알바'를 고용해 글 작업을 한 내용을 폭로한 '발키리 동영상 사건'도 그런 예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상한 짓을 많이 하는 선생님들이 있지만 그게 인강계의 전체라고 보지 말았으면 해요. 그런 분들이 인강계가 치열하다고 인터뷰할 때 얘기하죠. 자기들이 그렇게 치열하게 사는 거예요. 저는 그렇게 안 삽니다."

시쳇말로 '이빨'로 먹고사는 사람, 그 중에서도 스타 축에 드는 사람을 당할 수 없다. 그의 입심에 말려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번쩍 정신을 차렸다.

교육 문제를 얘기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우리 교육을 멍들게 하는 가장 큰 원흉은 아무래도 사교육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사교육이라는 말을 잘 안 쓰거든요. 사교육이라면 공교육과 대립되는 말 아닙니까. 저는 사립학교도 다 사교육이라고 봅니다. 유럽처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장을 해야 공교육이죠. 그래서 저는 '학교 교육'과 '학교 밖 교육'이라고 말합니다. 학교 밖 교육도 교육의 하나의 요소이고, 학교 교육과 서로 공존하면서 잘 유지되는 게 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학교 밖 교육에서도 강사는 교사로서 책임감을 갖고 가르쳐야 된다고 보는 거죠."

사교육이라고 하든지 학교 밖 교육이라고 하든지 학원이 돈을 버는 만큼 학부모의 부담도 커지는 것 아닙니까.

"이 기회에 꼭 말하고 싶은 게 있어요. 사교육의 최대 수혜자는 건물주입니다. 여기(티치미 재수학원)만 해도 월세만 월 1억원입니다. 연 12억원이에요. 자기 건물이 아닌 다음에야 학원이 돈 벌 수 없는 구조예요. 또 하나는 사교육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하잖아요. EBS 하면서 고등부 학원 때려잡고, 방과후학교를 저녁 10시까지 하게 합니다. 그동안 학원이 많이 도산했어요. 최근 3년 동안 학원비 증가폭은 초등·유치부에서 나온 거예요. '아륀지 사건' 이후 영어유치원이 10배 이상 성장했을 겁니다."

우리나라가 영어 교육에 너무 과잉 투자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제가 항상 학생들한테 하는 얘기가 그거예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발음 들어보라고요. 발음이 엉망이거든요. 그런데 들을 내용이 있으니까 세계의 많은 사람이 듣는 것 아닙니까. '영어'는 다 빠져버리고 회화만 잘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영어 선생밖에 없어요. 그건 사실 국가 경쟁력하고도 관계가 없거든요."

영어 교육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영어는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 수단일 뿐입니다. 거기에 싣거나 실리는 인문사회과학이나 폭넓은 교양이 중요한 거죠. 미국에 가도 원어민 영어를 쓰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뉴욕 거리에 가면 전 세계 사람이 다 다른 발음을 합니다. 요새 글로비시(Global+

English)라고 하지 않습니까. 미국식 발음을 하는 인구가 오히려 소수예요."

서울대 경제학과 84학번인 김 사장은 한때 '혁명'을 꿈꾸었던 학생운동권이었다. 학생운동 전력을 캐묻자 "과거 이야기를 잘 안 한다"며 다소 말을 아꼈다. 옛날에 뭘 했노라고 하는 건 지금의 그에게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이런 전력 때문일까. 지금의 교육 제도와 현실에 대해서는 사교육업자답지 않게 매우 비판적이었다.

이제까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마련한 교육제도가 오히려 사교육을 살찌우는 결과가 된 측면이 있다고 보는데요. 예전의 수능·내신·논술이라는 '죽음의 삼각형'에다 이제 입학사정관제까지 더해 학생들이 '죽음의 사각형'에 내몰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봉사활동까지 오각형입니다. '펜타곤'이라고 하죠. 모 대학에 '다빈치 인재 전형'이라는 게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사람이 어디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만, 다빈치 인재 전형 표가 있어요. 오각형을 딱 그려놓습니다. 5가지를 다 잘 하는 사람을 뽑겠다는 겁니다.

교육제도가 자주 바뀌고 복잡해질수록 학원이 번창하는 이유가 뭐라고 봅니까.

"교육제도를 바꿀 때마다 학교가 힘들어져요. 한꺼번에 못 바꾸거든요. 학원은 일주일 만에 바꿉니다. 게다가 제도가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학력 격차는 더 커져요. 학교는 더욱 더 못 따라가게 돼 있고요."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습니까.

"EBS에서 70%를 출제한다고 했어요. 지난 9월 모의평가 영어 독해 문제 33개 가운데 16개 문제에서 EBS 지문과 똑같이 냈습니다. 그걸로 해결이 됩니까. EBS에 안 나온 지문에서 아주 어렵게 냈거든요. 학생들은 EBS 영어 교재 13권을 필수로 다 보고, 다른 것도 또 봐야 됩니다. 죽어나는 겁니다."

김 사장은 특히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성적 위주의 획일적 선발이 아니라 대학에 자율권을 주고 학생들의 잠재력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선발 방식이라고 하지만 우리 실정에 맞지 않을뿐더러 불순한 의도까지 숨어 있다는 것이다.

"유럽은 왜 논술 시험을 칩니까. 인문주의 전통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맨땅에 개척한 나라이기 때문에 잠재력만 보는 입학사정관제가 맞는지 모르겠어요. 우리나라와 중국·일본은 시험이라는 문화적 전통이 있습니다. 입학사정관제가 선진국 제도면 지금도 본고사로 뽑는 일본은 어떻게 해서 선진국이 됐으며, 과학 부문 노벨상 수상자를 15명이나 배출한 건지 묻고 싶습니다.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명백한 제도도 뛰어넘는 부정이 횡행하는 나라에서 입학사정관이 주관적으로 판단해서 합격·불합격시키는 게 어떻게 실정에 맞겠느냐고요."

불순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건 무슨 말입니까.

"미국도 초기에는 입학시험제도였습니다. 그런데 19세기에 유태인들이 밀려들어옵니다. 그 사람들 성적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집안 배경이나 기여도 등 학교 점수 외의 다른 요소까지 결합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습니다. 처음부터 특정한 세력의 제도권 인입을 막는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거든요."

정책 입안자들이 그런 점을 알면서도 도입한 까닭이 무엇이라고 봅니까.

"제가 입학사정관제에 관계된 사람한테 물어봤어요. 이렇게 하면 빈부차가 더 커질 텐에요 하고 말이에요. 차이를 넓히는 게 목표입니다, 이렇게 딱 말하더라고요. 잘 나가는 사람은 더 잘 나가고 그렇게 교육시킬 능력이 없는 사람은 그만큼만 교육시키게 하는 게 자기 목표라는 거예요. 이건 어떤 세계관과 관계가 있는데요. 0.1%가 99.9%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잖아요. 0.1%의 천재가 필요하다는 걸 부정하지는 않지만 99.9%가 0.1%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라면 저는 그런 삶이나 사회를 원치 않습니다."

김 사장은 "대학입시제도를 평등하게 바꾸기 위해서는 거대한 사회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교육기업 CEO가 아닌 교육운동가를 만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잠시 들 정도로 그는 교육에 대한 소신을 강하게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꿈을 물어보았다.

"사술을 쓰지 않고 정도를 걸어서 (인강 시장에서) 이긴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수학 대통령'으로 불리는 한석원 선생이 이런 얘기를 합니다. '정말 제대로 공부하면 공부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라고요. 교육업계에 그런 풍토를 세우는 게 전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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