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데 에코라이프? 그건 아니죠4대강! 음, 좋은 방향으로 잘됐으면"

2010. 11. 1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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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윤선 기자]

배우 박진희.

ⓒ 유성호

"커피를 너무나 마시고 싶은 날인데, 텀블러를 안 가져온 거예요. 매장에 앉아 먹고 갈 시간은 안 되고, 커피는 정말 먹고 싶고... 이럴 때 전 그냥 일회용 컵에 마셔요. 제 욕구까지 참아가며 환경운동에 동참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내 삶이 행복한 방향으로, 그렇게 하죠."

듣던 대로, 보던 대로 똑똑하고 야무졌다. 혹시라도 문제가 될 것 같은 질문들은 잘 피했다. 덫을 놓아도 도통 걸려들지 않는다. 우물쭈물 엉기는 법도 없다. 할 소리 또박또박 다 하고, 아닌 듯한 질문엔 그냥 웃었다. 이십대 초반에 탤런트가 되어 종횡무진 일한 끝에 얻은 지혜인 듯 싶기도 했다.

어느덧 서른 줄에 접어든 여배우는 죽음을 앞둔 시한부 인생(영화 < 친정엄마 > )에 이어 사채업자로 변신한 여성 사업가(SBS 드라마 < 자이언트 > ) 역할까지 잘 소화하고 있다. 종영되기는 했지만 인기 사극을 제치고 월화극 1위를 달렸던 < 자이언트 > 에서 여주인공 황정연으로 분한 탤런트 박진희(32)씨를 지난 8일 일산제작센터 커피숍에서 만났다.

치명적 매력이 있는 팜므파탈 같은 것 말고 < 몬스터 > 여주인공 샤를리즈 테론처럼 막장의 삶을 사는 여자, 온갖 냉대와 천대 속에서도 그 삶의 주인공으로 끝끝내 살아내는 여자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그는 여전히 아주 착하고 예뻐보이기만 했다. 악역을 하기엔 지나치게 착하게 생긴 게 아닐까 싶었다.

" < 자이언트 > 끝나면 템플 스테이 갈 겁니다"

또렷한 이목구비의 미인이 앉으니 주변마저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갑자기 불어닥친 한파로 기온이 뚝 떨어진 날 밤에 만났으니 그는 차 주문부터 서둘렀다. 일회용 컵에 김이 오른 커피가 배달됐고, 맞은편 핸드백에 늘 넣고 다닌다는 보온병이 나왔다.

루이보스 티라는데, "아토피에 도움이 된다기에 1년 넘게 마시는 중인데 이 차 때문인지, 조심하는 습관 때문인지 확실히 좋아지기는 했다"며 웃는다. 탤런트이자 영화배우지만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트위터에선 환경운동가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미생물을 이용한 비누를 만드는 법을 올리는가 하면 한지양말을 신은 모습을 트윗픽으로 올린다. 일회용 컵 쓰지 말자는 캠페인은 오래 전부터 해오던 일이고, 최근엔 무슨 글을 쓰려는지 '타자기'를 찾고 있다.

닭 2마리를 집에서 키우며 태양광 에너지로 가정용 전기를 쓰고, 전기차를 살 수 있는 날을 기다리는 그는 느린 삶, 슬로푸드를 즐긴단다. < 자이언트 > 가 끝나면 새 작품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템플 스테이'를 통해 자아를 찾고 싶단다.

미녀 배우가 친환경 세제, 하수오염, 액상 쓰레기 문제는 물론 국적 없는 음식들, 자급자족 로컬 푸드까지 걱정하니 인생 자체가 얼마나 고상할까 싶었으나, 의외의 답변이 쏟아졌다. 동료 여배우들 모였다 하면 그렇게 '쐬주'를 마셔대고, 백숙 먹으러 가면 닭 껍질만 들입다 먹어댄단다. '포차'를 사랑한다는 여배우들, 영화 속과 다른 이미지다.

박진희씨를 만나 배우로서 삶, 환경운동 하는 삶, 그리고 인간 박진희에 대해 묻고 들었다. 그를 만나고 나서 지금까지 자꾸 걸리는 게 있다. 하나는 일회용 컵에 커피를 마신 일이고, 다른 하나는 늦은 밤 네덜란드산 돼지고기로 만든 뼈 해장국을 저녁으로 먹었다는 점이다. 네덜란드산 돼지고기의 이력이 어떻게 되는지 지금까지도 궁금하다. 허나, 내가 알 길은 전혀 없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연예인이 4끼 먹고 살진 않습니다"

배우 박진희.

ⓒ 유성호

- 사극 < 동이 > 를 제치고 월화극 1등에 올랐던 < 자이언트 > . 이 드라마에서 여성사업가 황정연 역을 맡으셨는데요. 현재 극 후반부를 달리고 있는데, 잘 맞는 옷 같은 느낌인가요?

"한때 1등을 한 적이 있지요 하하. 제가 맡은 황정연 역할은 이미 입은 옷인데 저한테 안 맞았던 옷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어요. (웃음) 물론 분명히 새로 입은 옷이긴 했어요. 기존의 취향을 따지자면 청바지에 티셔츠? 잘 갖춰 입어야 조끼? 이 정도였다면, 황정연이라는 배역은 완전히 다른 옷을 입었던 것 같아요. 캐주얼에서 정장으로 바꿔 입은 것 같은 느낌? 느슨하고 편안한 옷에서 살짝 각이 진 옷? 그런 느낌이에요."

- 이 작품에서 황정연이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살아낸 것과 다름없는데, 박진희표 연기에 어떤 새로운 터닝 포인트가 됐다, 한 고비를 넘겼다, 뭐 이런 평가가 가능할까요?

"꼭 그렇진 않아요. 스스로 제 연기의 한 고비를 넘었다고 판단하는 작품은 < 친정엄마 > 라는 영화예요.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 멜로영화나 드라마에서 아주 슬픈 이별도 해보고, 또 전쟁도 겪을 수 있는데, 사람이 겪을 수 있는 가장 극한의 감정은 뭘까 생각해봤어요.

각자의 고통과 행복은 아주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누구의 슬픔과 고통이 더 크다, 크기를 잴 순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죽음을 앞둔 사람, 그 사람이 가장 극한의 감정을 갖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내 연기가 좀 발전한다면 죽음을 앞둔 시한부 인생 역할을 꼭 해 봐야지 했었는데 그 작품이 제겐 < 친정엄마 > 였죠. 박흥식 감독님의 < 인어공주 > 를 참 좋아해요. 모녀이야기 이런 것도 꼭 해보고 싶었는데 이 두 가지를 충족시켜준 작품이기도 하지요."

- < 자이언트 > 가 4주 분량 정도 남았다고 들었어요. 끝나면 새 작품 들어가나요? 어떤...

"템플 스테이 들어갑니다. 하하하. 2년간 정말 메뚜기처럼 살았어요. 배우는 워낙 팔랑거리는 귀를 가졌고 좋은 작품을 보면 흥분돼서 이 역할을 꼭 잘 해내고 말리라 이렇게 생각하는 동물적 근성을 갖고 있지만, 현재로선 연말을 잘 보내고 신정 즈음에 템플 스테이에 들어갈 생각이에요. 심신수련까지는 아니지만 내 자신을 정화하고 조용히 생각에 잠기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서요. 나를 찾는 시간? 자아를 찾는 시간? 마련하고 싶어요."

- 불자세요?

"무교예요. 종교 없습니다. 전 기독교, 천주교, 이슬람 다 좋아해요."

- 박진희씨가 어느 절에 갔다, 이러면 떼로 팬들이 몰려들지 않을까요?

"네? 하하. 아닐 걸요? 어딜 가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드는 그런 배우는 아니에요. 저 같은 배우에게 달려들기엔 다들 사는 게 너무 바쁘지 않나요? 하하. 제가 아이돌도 아니고, 언니! 누나! 이런 팬 없어요."

- 여배우 하면 통상 그런 이미지가 있는데요.

"물론 그렇게 팬들이 몰려드는 여배우도 있겠지요. 전 아니란 거예요. 그리고 뭐랄까, 여배우에 대한 선입견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여배우는 이럴 것이다, 뭐 이런 편견 같은 거요.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아는 여배우들은 모였다 하면 그렇게 소주만 마셔대고, 백숙 먹으러 가면 닭 껍질만 먹어대고, 막걸리만 먹고... 하하하. 동네 '포차'에서 모이자는 둥 별로 여배우니 뭐 이런 인식이 없어요."

- 모두 다 그렇게 털털한가요?

"물론! 아닌 분들도 계시겠지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이런 거예요. 와인, 샴페인 다 좋아하는데 만날 와인, 샴페인 마실 순 없잖아요. 만날 소주 마시다가 그중 한 번은 와인도 마셔주고, 샴페인도 먹어주고 뭐 그런단 얘기지요. 사람 사는 거 다 마찬가지란 얘기예요.

가끔 제 트위터에 이런 멘션이 올라와요. 연예인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네요. 아니,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은 거지 뭐 그렇게 다르겠어요? 물론 너무너무 좋은 빌라에 사는 사람과 지하 단칸방에 사는 사람의 삶이 같을 순 없겠지요. 그러나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말처럼 그렇다는 거예요. 연예인이 4끼 먹고 살진 않거든요. 하하."

태양광 지붕 아래서 닭 2마리 키우는 여배우

- 에코 셀러브리티라는 별칭을 갖고 계세요. 본업인 연기 이외에 환경문제에도 관심 갖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붙여주는 별호인데요. 집에서 요즘도 닭 키우세요? "그럼요, 두 마리. 제가 늦게 들어갈 때가 많으니까 엄마가 현관 불을 켜 두시는데요. 그 빛이 상당히 흐릿해요. 제가 그 흐릿한 불빛 아래서 닭들이 싸놓은 변을 밟지 않으려고 상당히 애를 쓰며 집 계단을 올라가곤 합니다. 그런데요, 우리 집 닭들이 도대체 뭘 먹는지, 이건 닭의 변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예요. 너무 커~ 하하."

- 계란은 안 사드시겠네요?

"아우 그럼요. 하루에 2알씩 낳아요. 엄마 말씀이 집에서 기른 닭이 낳은 계란과 마트에서 파는 계란은 천지차이래요."

- MBC 다큐멘터리 < 북극곰을 위한 일주일 > 에도 출연하셨잖아요. 살 만했나요?

"개인적으로는 정말 살 만했어요. 저한테 맞는 생활이었어요. 이런 삶이 맞지 않다면, 아마 피곤해서 못 살 거예요. 여름이면 닭똥 냄새 심하죠. 저거 잡아먹으면 한칼이면 될 텐데... 그런 생각 안 하겠어요? 되게 싫을 수 있지요. 그렇지만 전 매일매일 우리 집 닭들이 예쁜 알을 낳고, 그런 게 너무 신기하고, 가까이에서 이런 광경을 볼 수 있고, 그런 자연에 고맙고. 그런 편이에요.

슬로푸드가 필요하고 중요하다고들 말로만 하는데요. 그땐 정말 실천하는 거였거든요. 콩나물무침을 해먹으려면 일단 1주일은 기다려야 하는 거예요. (웃음) 마트에 가면 당장 살 수 있지만, 일단 콩나물 콩을 사다가 물을 붓고 1주일 기른 다음에야 콩나물무침을 해먹을 수 있는 거지요. 하하.

아주 거시적으로는 요즘의 농산물 시스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요. 농산물까지 대기업의 상품이 돼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현실이니까요. 뭐든 기업화하니 자급자족이 안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 지역민들이 나고 기른 곡물 등 농산물을 먹을 수 없는 게 현실이잖아요. 뭐든지 대량으로, 전 세계 어디서든 배와 비행기로 실어 나르는 현실이니까요. 국내산, 국산이라는 개념이 굉장히 박약해지고 있지요.

한편으로 생각하면 또 이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현대사회는 너무 빠르게 돌아가니까요. 빨리빨리 밥 사먹고 일해야지, 언제 2시간 걸려 밥 해먹고 앉았나요? 점심시간은 1시간인데 밥하는 데 2시간 걸리면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지요. 하하."

- 어떻게 밥을 하기에 2시간이 걸려요?

"불을 지피는 데 일단 30분이 걸려요. 장작에 불을 피우고 그 위에 밥솥을 올리죠. 태양열로 계란프라이를 하고, 국 끓이고 그럼 그렇게 걸리죠. 한 끼에 2시간이니까 세 끼 먹으려면 6시간이 필요한 거예요. 하하.

제가 아토피가 있어서 한약을 지어먹었는데요. 약 짓고 대개 1주일 이내에 택배로 보내주잖아요. 그런데 화석연료 안 쓰고 살려니 이 약을 달여야 했어요. 3일에 한 번씩 약을 달여야 했으니까 그 또한 만만치 않은 시간들이죠.

현대인 가운데 이렇게 살 수 있는 분들이 아마 거의 없을 것 같아요. 다시 그 옛날로 돌아가는 삶을 살자? 원치 않을 거예요. 대문만 열고 밖으로 나가면 5천원짜리 밥이 수두룩한데 누가 2시간씩 밥하는 데 시간을 쏟으며 살겠어요. 그렇지만 제겐 그렇게 느리게 사는 삶이 맞았다는 거죠."

"우리 인간적으로 일회용 컵은 쓰지 맙시다!"

배우 박진희.

ⓒ 유성호

- 에코라이프 전도사로 알려졌는데, 어떻게 사는 게 친환경적 삶이라고 생각하세요?

"내 삶의 질에 영향을 받지 않는 선에서 에코라이프를 실천하자 뭐 이런 주의예요. 여러분! 일회용 컵 절대로 쓰지 말고 모두 머그컵 들고 다닙시다! 다 좀 하세요! 이런 게 아니라 원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하도록 하는 주의지요. 이 텀블러를 매일 핸드백에 들고 다니면 가방이 무거워요. 이런 게 불편한 사람들도 있거든요. 내가 불편해하면서까지 꼭 환경운동, 에코라이프를 실천해야 돼? 불편하면 하지 마, 이런 주의지요."

- 환경교육을 강조하시잖아요.

"저는 환경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되, 그게 습관이 되면 불편하지 않거든요. 분리수거, 꽤 귀찮은 일이지만 이게 습관이면 너무 당연한 게 되잖아요. 만일 어릴 때부터 분리수거를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자란 아이는 성인이 돼서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분리수거를 하겠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정부가 나서서 쓰레기봉투 사라고 하니까 불편하게 느끼는 거예요.

사람들한테 너무 하지 말라는 게 많으면 귀찮게 여겨요. 예를 들어 저도 커피를 너무나 마시고 싶은데 텀블러를 두고 왔다면 그냥 일회용 컵에 마셔요. 매장에서 먹고 갈 시간은 안 되고 커피는 마시고 싶고 이러면 일회용 컵 써요. 일회용 컵 쓰지 말아야 하니까 커피를 먹지 말아야 하나? 제 욕구까지 참으면서까지 그렇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 삶이 행복한 방향으로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환경운동은 무엇이 있을까요?

"종이컵은 정말 사용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우리가 굉장히 많이 사용하고 있거든요. 우리가 한 번만 안 써도 쓰레기양이 많이 줄어들 것이고, 한 번 쓰고 버리는 물건들이 줄어든다면 그만큼 자원도 덜 소비되겠지요. 이산화탄소 발생을 막을 수도 있을 겁니다."

- 집에 태양광 지붕을 얹으셨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거예요?

"하하. 정부가 설치비용을 지원해주는데 3번 신청했다가 이번에 당첨됐어요. 하하. 태양광에너지를 모아서 직접 전기를 생산하고 이 에너지로 가정용 전기를 쓰는 건데요. 웬만한 가정집에서는 설치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선뜻 나서기가 어려워요.

정부지원을 받으면 가격이 훨씬 저렴해지지만요. 그리고 설치하자마자 전기료가 확 떨어지는 것도 아니라고 하더군요. 당장엔 좀 손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길게 보면 훨씬 이로운 것이니까 저도 태양광 에너지 사용자 군에 동참한 셈이지요."

-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으시니까 하나 더 여쭐게요.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사업, 어떻게 생각하세요?

"음... 뭐가 됐든 좋은 방향으로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 환경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 까닭은 뭐예요.

"부모님의 영향이라고 생각해요. 늘 전깃불 끄고 다녀라, 수돗물 틀어놓고 다니지 말아라. 어렸을 땐 정말 귀찮고 피곤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제가 아무도 없는 분장실에 불 켜 있으면 먼저 가서 끄고, 사람 없는 데 전깃불 켜 있으면 돌아다니면서 다 끄고 다니고 그래요. (웃음) 생각해보면 이런 게 다 어릴 적 엄마의 영향인 것 같아요. 휴지 팍팍 뽑아 쓰면 한 장씩 써! 뭐 이런 것들이 그땐 무진장 싫었지만 이젠 체화된 제 삶의 일부가 된 거지요."

- 요즘도 물티슈 대신 손수건, 포크 겸용 숟가락, 머그컵 다 들고 다니세요?

"그럼요."

- 팬들에게 직접 만든 무공해 비누를 선물하셨단 소식도 있더군요.

"친환경 세제를 만들어 선물한 일이 있긴 해요. EM공법이라고, 효모나 유산균, 누룩균 같은 80여 종의 미생물을 이용해서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건데요. 제가 EM 전문가는 아니어서 정확하겐 모르겠지만 미생물이 환경을 파괴하는 나쁜 세균을 갉아먹어서 환경을 좀 더 좋게 만드는 거라고 들었어요. EM 자체가 미생물인데요, 이걸 오염된 토양, 하천에 뿌려주면 정화가 된다고 해요. 여기에 쌀뜨물이나 밀당을 이용해서 적정량을 발효하면 천연세제가 돼요. 이걸 만드는 과정은 제 트위터에 동영상으로 올리기도 했어요."

"쌀뜨물로 창문 닦아보세요, 깨~끗해집니다"

- 일반인의 환경상식 중에 잘못된 것들로 뭐가 있을까요?

"글쎄요? 하수오염에 대한 인식이요. 음식물 가운데 액상 쓰레기에 대한 인식은 아직 낮은 것 같아요. 하수 오염의 원인이 김치 국물, 된장찌개 국물, 라면 국물 그리고 쌀뜨물이라잖아요. 우리의 주식이 쌀이기 때문에 쌀뜨물은 굉장히 많은 양이 액상 쓰레기로 나오지요.

그런데 이 쌀뜨물이 적정량이 있으면 수질오염에 도움이 된다는 거예요. 미생물과 만나면. 하천오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니까 쌀뜨물을 활용한 작은 환경운동도 실천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한 가지 더 팁을 드리자면, 쌀뜨물로 설거지를 하거나 창문을 닦으면 그렇게 깨끗해질 수가 없어요. 하하하."

- 전기차 홍보대사를 맡아 화제가 된 적 있잖아요. 혹시 전기차를 갖고 계세요?

"아니오. 서울시내에선 운전이 안 돼요. 특수한 경로로 다니는 곳에는 몇 대 있긴 해요. 예를 들어 국회 안을 돌아다니는 순찰차는 전기차예요. 그런데 아직 속도가 60km밖에 안 돼서 고속도로 운전이 안 돼요.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엔 전기차 표지판이 있는데 달리면 안 되는 걸로 표시돼 있어요. 사실 전기차를 사려고 알아봤는데 보험문제 등도 아직 정리가 잘 안 돼 있는 것 같아요. 서울시내 운전도 안 되고. 그래서 아직 실행을 못하고 있지요."

- 미국이나 브라질에선 옥수수를 이용한 바이오에탄올로 달리는 자동차도 있잖아요.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연료를 만들려면 더 많은 식량이 사라져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다는 보도를 접한 일이 있어요. 멕시코에선 옥수수 값이 갑자기 뛰어서 식량파동이 나기도 했잖아요. 그 영향이 우리한테까지 끼쳐서 갑자기 밀가루 값, 라면 값이 한때 확 오른 적도 있잖아요. 뭐가 더 친환경적인가는 따져볼 필요가 있어요.

대개 자전거여행이 가장 친환경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의 한계는 있지요.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움직이고 등등에 소요되는 탄소발자국을 계산하면 차라리 차로 여행하는 편이 훨씬 친환경적이더라, 이런 얘기도 있지요.

환경운동 분야에는 너무나 다양한 의견이 많아서 저조차도 잘 모르겠는 경우도 있어요. 당장 지구온난화의 원인도 비단 이산화탄소 발생 때문만이냐, 꼭 그런 건 아니다 등등 학계의 논란이 많잖아요. 그래서 전 자기 삶이 행복한 선에서 에코라이프를 살자 이래요."

"저 아직 결혼 안 했는데요?"

배우 박진희.

ⓒ 유성호

- 사는 얘기 좀 해보지요.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셨어요. 전 과목 A와 A+로 수석졸업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왜 사회복지학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배우지만 배우이기 전에 저예요, 박진희. 많은 사람들에겐 배우 박진희이지만, 저로 돌아오는 순간 저는 인간 박진희인 거죠. 인간 박진희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바로 아동복지였어요. 아주 간단한대요. 아이들은 나라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애들을 어떻게 돌보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소외받은 아이들을 좀 더 잘 돌봐주고, 바깥쪽에 움츠리고 있는 아이들을 안쪽으로 데리고 와서 잘 돌보면, 또 교육을 못 받는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확장하는 것이 문화적인 발전이요, 경제적인 발전이라고 생각해요. 좀 거창하게 말했는데, 정리하면 아이들을 잘 돌보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석사논문 주제가 '연기자의 스트레스와 우울 및 자살 생각에 관한 연구'예요. 연기자 260명을 직접 면접 조사한 걸로 알려졌는데요. 연구과정에서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400부를 돌렸는데, 설문에 작성해주신 분들은 260명이지요. 한창 활동 중인 배우들 중 조역, 단역까지 합쳐서 받았어요. 그런데 신문에 난 것처럼 연예인들의 우울증이 다른 집단에 비해 아주 심각하다, 이런 건 아니에요.

한 가지 꼭 얘기하고 싶은 건 외국은 정신병원을 이용한다는 것에 대해 훨씬 열린 자세잖아요.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우리는 정신병원에 갔다 왔다고 하면 일단 사회적 낙인이 찍히지요. 아무개 정신병원 다닌데? 소문 쫙 나고, 이러니 치료 자체가 어렵고 비밀보장이 안 되는 문제가 있는 거지요.

또 굳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괴로움이나 외로움을 토로하면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있는데, 연예인들은 직업의 특성상 이런 게 또 쉽지 않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혼자서 끙끙 앓게 되는 거지요.

예를 들어 일반인 같으면 함께 어울려 술 마시고 '김 부장 거지같은 놈 내가 죽여 버릴 거야~' 이럴 수 있잖아요. 그러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이걸 옆집 김모양이 듣고 있다가 인터넷에 아무개가 김 부장 죽인다더라 올리지 않잖아요. 만일 어떤 연예인이 그랬다면? 당장 인터넷에 오르겠지요. 그런 게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치료가 필요한 단계에서 치료가 어려운 단계로 넘어가서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 악플 1위가 여배우란 조사가 있더군요. 댓글을 열심히 읽는 편이세요?

"전 악플 읽을 줄 몰라서 안 읽어요. 어디서 보는지 몰라요. 설령 알아도 찾아서 읽고 싶지는 않아요."

- 결혼하고 아이를 낳게 되더라도 입양은 꼭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까닭이 있나요?

"입양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을 뿐이에요. 전 아직 결혼도 안 했고, 아이를 낳아보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지금 입양을 한다, 만다 이런 말을 하는 게 옳지 못한 것 같아요. 전 굉장히 나약한 인간이랍니다. 한없이 팔랑거리는 귀를 가졌고 국기도 아닌데 한없이 나부낀답니다. 하늘에서 뭐만 내려주면 울렁거리고요. 배포도 크지 않고, 쏘 쿨! 이러지도 못한 채로 늘 연연하고 질질 끌고 살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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