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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혼인빙자간음죄 위헌' 소급적용 어디까지..

입력 2010. 12. 07. 02:58 수정 2010. 12. 0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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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헌재 결정따라 전국서 재심 청구 잇따라제주지법, 30여년전 유죄 확정 사건 무죄 선고2002년엔 합헌 결정… 구제 시점 놓고 '골머리'

1979년 제주도에 살던 A씨(당시 24세)는 4년간 동거한 여성과 결혼을 거부했다가 고소당했다. 검찰이 혼인빙자간음 혐의로 재판에 넘겨 이듬해 유죄가 확정됐다.

2009년 10월 헌법재판소가 형법의 혼빙간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자 A씨는 재심을 청구했다. 이에 제주지법은 지난달 무죄를 선고했다. 50대 중반이 된 A씨는 30여년 만에 전과자의 '멍에'를 벗었다.

2002년 혼빙간죄가 처음으로 위헌 심판대에 올랐지만 당시에는 '합헌'으로 결정났다가 7년 후에 다시 '위헌'으로 바뀌면서 전국 법원에서 재심 청구와 무죄 선고가 잇따르고 있다.

통상 위헌 결정의 효력은 선고 때부터 발생하지만, 형벌 조항은 과거 사안에까지 소급 적용된다. 이 덕에 A씨처럼 70년대에 혼빙간죄로 처벌받은 사람도 재심을 청구하면 무죄 선고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처벌 법규를 만들었을 당시에는 분명한 범죄로 인식되다가 시대상황이 바뀌면서 위법성이 없어지거나 희미해지는 경우다. 위헌 결정으로 제정 5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혼빙간죄가 대표적이다. 끊임없이 폐지 요구를 받고 있는 간통죄도 비슷한 사안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70∼80년대에도 의사나 사법연수생 등 사회지도층이 혼빙간죄로 고소당하는 사례가 빈번했다"며 "고소와 기소 건수가 81년에만 각각 2600여명과 260여명에 이를 정도로 사회에서 범죄라는 인식이 분명했다"고 말했다.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국민 정서나 정의감 등에 비춰 볼 때 남성이 결혼을 내세워 여성과 성관계를 갖는 건 파렴치한 범죄로 여겨진 것이다.

헌재는 불과 7년 전인 2002년 혼빙간죄가 위헌심판대에 오르자 재판관 7대2 의견의 압도적 다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여기에서 혼빙간죄 위헌 소급적용을 어느 시점으로 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생긴다.

일부 법조인과 법학자는 2002년 헌재 결정을 근거로 "적어도 2002년까지는 혼빙간죄가 위헌이 아니었다는 논리가 성립할 수 있다"며 "합헌 결정 이후부터 위헌이 선고된 2009년 10월까지 처벌받은 사람만 구제하는 게 맞다"고 주장한다.

헌재는 문제 소지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위헌 결정을 30년 전 사안에까지 적용하더라도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헌재 관계자는 "위헌 결정을 선고할 때 '소급적용 시기'를 특정할 수도 있지만, 자칫 국회 입법권 침해 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헌재가 소급효 범위를 규정할지, 아니면 국회가 입법으로 해결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만 말했다.

서울지역 한 판사는 "시대 변화에 따라 위헌 소지가 있는 법률은 국회가 개정이나 폐지를 해야 하는데, 헌재가 뒤늦게 위헌 결정을 내려 법률을 무효화하는 형태가 되면서 혼란이 야기된 것"이라면서 입법부를 탓했다. 실제 법무부는 1992년 혼빙간죄 삭제 등을 담은 형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국회는 이를 상정하지 않아 폐기된 적이 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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