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늄' 민항기로 몰래 운송, 외교행낭 악용한 美 대사관

김향미 기자 2010. 12. 1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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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 핵 개발 정보 얻으려 자국 규정 위반 드러나

버마 주재 미국 대사관이 버마인으로부터 구입한 소량의 우라늄-238을 외교행낭에 담아 민간 항공기를 통해 자국으로 운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폭로 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외교전문 가운데 버마 양곤 주재 미 대사관이 지난 2008년 9월23일 작성한 전문에 따르면 한 버마인이 '우라늄-238이 담긴 무게 50g, 길이 70㎜, 지름 26㎜의 작은 샘플병'을 들고 미국 대사관에 찾아왔다. 그는 금속 분말이 담긴 샘플병과 함께 1992년 중국의 한 대학에서 '방사성의 천연 가루'라는 것을 입증하는 시험을 거쳤다는 증명서도 사진으로 복사해 왔다.

이 버마인은 "동북부 카야주에는 2000㎏의 우라늄을 추출할 수 있는 바위가 있다"며 "현재 우라늄이 함유된 암석 50㎏을 알려지지 않은 곳에 저장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 대사관이 이것들을 사지 않는다면 태국 대사관이나 중국 대사관에 팔 수 있다고 말했다.

미 대사관은 버마인으로부터 우라늄-238을 사들인 뒤 외교행낭에 담아 민간 항공기를 통해 미 애버딘병기시험장으로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버마 당국은 우라늄이 미 대사관에 판매된 것과 미국으로 운송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재외공관이 본국 정부와 문서나 물품을 주고받을 때 쓰는 외교행낭은 국제협약상 주재국 당국도 개봉이나 투시검색을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전문에 따르면 해당 우라늄 샘플병은 겉포장 안에 유리와 나무상자 등으로 겹겹이 포장돼 있었으며 외교행낭 겉에는 '기밀(secret)'이라고 표기됐다.

그러나 이는 미 국무부와 연방항공청(FAA)이 민간 여객기를 통해 방사능 물질을 운송하는 것을 금지해 놓은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지난 6월 FAA는 인도 회사 두 곳에 대해 2년 전 뭄바이발 보스턴행 BA항공기를 통해 열화우라늄을 운송했다는 이유로 43만달러(약 4억9235만원)의 벌금을 물린 바 있다. 외교행낭의 관례를 악용, 자국 규정까지 어겨가면서 우라늄을 운송한 것은 버마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버마 전문가인 아웅 뚜 녜인은 버마 망명 언론인들이 발행하는 '버마 민주주의의 소리(DVB)'에 "미국 정부는 버마 군부의 잠재적인 핵무기 개발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버마에 매장된 우라늄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돈을 지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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