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오마이뉴스

트위터를 버려 당신의 뇌를 구하라!

입력 2010. 12. 21. 14:21 수정 2010. 12. 21. 14:21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오마이뉴스 강인규 기자]

나는 매사에 게으르다. 일을 잘 미루는 건 당연하고, 다수가 관심을 갖는 유행과 상품에도 별 호기심을 갖지 않는다. 변화에 민감히 주목해 온 영역은 뉴미디어 기술 정도다. 그러나 인식과 소유는 별개여서, 올해 중반에야 내 명의로 된 첫 휴대폰을 갖게 됐다.

한심한 일이지만, 뉴미디어를 연구하고 가르치면서도 제대로 된 웹사이트 한 번 가져본 적이 없다. 블로그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글을 계속 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싸이월드는 계정조차 없고, 페이스북은 오래전부터 '개점폐업'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내게도 예외가 있었다. 트위터였다. 이 신생매체가 한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전부터 '트위터러'로 활동했으니 말이다. 물론 스스로 이런 '기특한' 선택을 했을 리 없다. 지난해 봄, < 오마이뉴스 > 편집부에서 트위터가 시민저널리즘의 발전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생각해 보라고 권한 덕분이다.

써보지 않고 이해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날로 계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익명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소통 방식을 객관적으로 살피기 유리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트위터와 일 년 반, 어떤 변화가?

'140자로 말하기.' 트위터의 글쓰기는 '간결성'과 '자기완결성'을 특징으로 한다. 하나의 포스팅은 140자 이내로 구성되는 동시에, 그 자체만으로 독립된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 둘 이상의 포스팅을 연달아 올릴 수 있지만, 그 글들이 연관된 메시지로 읽힌다는 보장은 없다. 그 둘 사이에 다른 사람들의 글이 혼란스럽게 끼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 강인규

트위터를 시작하자 즉시 깨달음이 왔다. 써보지 않고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은 옳았다. 여기에 새로운 깨달음이 더해졌다. 써봐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 글을 올려도 반응하는 이가 없었다. 남들이 올린 글은 아무런 두서나 맥락도 없이 뒤섞여 올라왔다.

'이런 걸 대체 왜 하는 걸까.'

몇 달 동안 트위터를 하며 든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서서히 '팔로워'와 '팔로위'가 늘면서 매력을 느꼈고, 트위터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일주일에 한두 시간이 이제 하루 한두 시간이 됐다. 나중에는 아예 트위터를 끼고 살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이폰에 먼저 손이 갔고, 식탁에는 국그릇 옆에 밥공기, 밥공기 옆에 아이폰이 놓이기 시작했다. 카트를 밀며 장을 보면서도 전화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런 걸 대체 왜 안 하는 걸까.'

지난 일 년 반에 걸쳐 일어난 인식의 변화다. 생각만 바뀐 게 아니라 삶의 방식도 바뀌었다. 이제 틈날 때 트위터를 하는 게 아니라, 트위터를 하다가 틈날 때 일하는 꼴이 되었다. 집중력이 떨어져서, 조금만 일했다 싶으면 '잠시 쉬기 위해' 트위터로 달려갔다.

매체 소비방식도 바뀌었다.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갖가지 소식을 전해주니, 신문과 잡지를 읽는 시간이 줄었다. 기사를 직접 찾아 읽기보다는 다른 이들이 올리는 링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책을 읽는 시간도 눈에 띄게 줄었다. 트위터가 독서에 쓸 시간을 잡아먹기도 했지만, 짧은 글에 익숙해지면서 긴 문장에 집중하기 더 어려워졌다.

아이패드를 들고 특징을 설명하는 스티브 잡스.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아이패드는 기존 컴퓨터나 전자책과 구분되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했다.

ⓒ M. Buchanan

아이패드, 킨들을 몰아내지 못하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해 보자. 지난 4월 아이패드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리뷰 기사를 통해 두 가지를 예측했다. 하나는 아이패드가 노트북을 대체하지 못하리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아이패드가 아마존의 전자책 '킨들'을 밀어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예측은 대체로 맞아떨어졌다.

12월 초에 발간된 아이씨 인사이츠(IC Insights) 보고서를 보면, 올해 컴퓨터 판매는 전년에 비해 18퍼센트 증가했다. 노트북은 이보다 높은 20퍼센트 성장률을 기록했다. 아이패드가 노트북과 구분되는 시장을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점은 다양한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지난 10월, 앤피디(NPD) 그룹은 아이패드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컴퓨터 대신 아이패드를 샀다고 말한 사람은 13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 와이어드 > 지는 이 보고서를 인용해 '폭발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아이패드는 컴퓨터 판매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고 썼다.

아이패드가 나왔을 때 많은 이들이 '킨들의 몰락'을 예견했으나,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아마존 킨들은 시장의 47%를 차지한 채, 가장 잘 팔리는 전자책 기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부 언론은 아이패드가 나오기 전과 비교해 점유율이 20%포인트 이상 줄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종류가 다른 제품군을 기존 시장에 포함시켜 얻은 무의미한 비율일 뿐이다.

아이패드가 나온 후 킨들 판매는 오히려 늘었다. 판매량이 작년보다 대폭 상승한 것은 물론, 지난 70여 일 동안 2009년 한 해보다 더 많은 킨들을 팔아치웠다. 아마존의 전자도서 매출은 더 놀랍다. 작년에 비해 무려 200% 가까이 늘었으니 말이다. 시장 점유율은 76%에 달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아마존 전자책 킨들. 단순한 기능만 가지고 있지만, 전자책 단말기 시장의 47%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이패드 이후에도 변함없이 기록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아마존의 전자도서 시장 점유율은 76%에 이른다. 사진 오른쪽은 아마존의 킨들 온라인 매장에서 '움베르토 에코'를 검색한 모습. 모두 6권의 책이 킨들용으로 나와 있다. 애플의 아이북스에서는 같은 검색어로 한 권도 찾을 수 없다.

ⓒ 강인규

'할 게 너무 많은' 매체의 한계

물론 아이패드보다 킨들이 더 가볍고, 눈에 편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킨들의 선전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아이패드의 화려하고 다양한 기능과 비교할 때, 흑백 전자잉크를 쓰는 킨들은 너무나 단순하고 초라해 보인다. 하지만 킨들의 '단순함'은 약점이 아니라 큰 장점이다.

아이패드는 책만 읽기에는 '너무 할 게 많은' 산만한 도구다. 아이패드나 갤럭시탭 같은 태블로이드든, 스마트폰이든, 컴퓨터든 상관없다. 전자책을 열어서 독서를 시작한 후 몇 분이나 집중할 수 있는지 보라. 30분도 지나지 않아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이 구름처럼 몰려올 것이다.

우선 메일을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당장 확인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대단한 이메일이 와 있을 것 같다. 물론 확인해 본 결과는 참담하다. 스팸이나 피싱메일이라도 와 있으면 다행이니 말이다. 얼마 후 자연스레 웹서핑을 시작할 것이고, 당신의 '잠시 휴식'은 계속될 것이다. 물론 쉬면서도 쉬는 게 아니다. 머리는 멍하고 몸은 무기력한 채 검지만 바쁜 상태일 테니 말이다.

아이패드는 전자책 시장에서 킨들에 비해 뒤지는 정도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전자책 시장의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다. 이메일, 웹브라우저, 트위터, 페이스북, 게임, 음악, 비디오 등 기기에 기능이 추가될수록 '전자책'으로서 기능은 무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주목(attention)'은 한정된 자원이다. 특정 기능이 주목을 독점하면, 나머지는 소외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용자의 집중력이 덜 필요한 기능이 '승자'가 되기 쉽다.

실제로 당신 아이패드의 '아이북스' 책장을 열어 어떤 책이 꽂혀 있는지 보라. 공짜로 받은 '아기곰 푸' 한 권, 몇 페이지짜리 샘플 책 두세 권이 전부일 것이다. 책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료로 내려받은 후 펼쳐보지도 않은 허술한 표지의 고전도 몇 권 꽂혀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아직 한국어 책 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탓이기도 하지만, 선택폭이 넓어진다고 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영어권의 사용자도 마찬가지다. 물론 아이패드 사용자들은 자신의 기기로 '독서를 하고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의 최근 연구보고서를 보면, 아이패드 사용자 가운데 74.5%가 '아이패드로 책을 읽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아이패드 사용자들이 '독서'에 투자하는 시간을 보면 민망할 정도다. 그들은 아이패드 사용시간의 가장 큰 부분인 37.7%를 웹서핑, 그리고 23.6%를 이메일,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쓴다고 답했다. 그리고 11.5%를 게임에, 그리고 10.2%를 비디오 시청에 할애한다. 독서는 초라하게 '기타 앱 사용' 시간에 들어가 있을 뿐이다.

아이패드의 '아이북스(iBooks).' 아이패드는 획기적인 제품이지만, '전자책 단말기'로서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무게, 가격, 화면특성, 배터리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다양한 기능이 독서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전자제품의 기능은 많을수록 좋다'는 상식이 항상 옳지는 않음을 보여준다.

ⓒ 애플

전자책 시장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반스앤노블 서점의 단말기 '누크.' 독서 전용기기로는 최초로 천연색을 도입했지만, 킨들과 달리 전자잉크가 아닌 액정화면이다. 컬러 전자잉크 역시 상용화 단계에 있어, 킨들 등이 이를 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 강인규

트위터를 그만둔 이유

의아하게 생각할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트위터를 말하다 왜 갑자기 전자책 이야기를 꺼내는지 말이다. 이 두 매체의 공통된 문제를 말하고 싶어서다. '할 게 너무 많은 매체'의 한계 말이다.

나는 아이패드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지만 결국 사지 않기로 했다. 내게 꼭 필요한 도구라고 생각하지 않아서이지만, 이 도구가 추가로 빼앗아 갈 '주목' 때문이기도 하다. 노트북과 전화기만으로도 내 집중력은 위태로운 상태다. 물론 아이패드를 사지 않기로 한 데는 '주목'뿐 아니라 '주머니 사정'이라는 또 다른 '한정된 자원'이 큰 몫을 했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트위터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고 한동안 써보기도 했지만, 결국 그만두기로 했다. 그곳에 마지막 글을 올린 게 한 달 반 전이지만, 별 미련은 없다. 아이패드와 트위터 모두 대단히 매력적인 매체임은 분명하다. 다만 개인적으로 그 비용과 시간을 들일 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할 뿐이다.

물론 그 시간에 큰 가치를 부여하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거기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한 '트위터러'가 느낀 문제점을 같이 나누고 고민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쓰면서도 열정과 즐거움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기에.

니콜라스 카의 < 경박: 인터넷이 우리 두뇌에 끼치는 영향 > . 저자는 인터넷이 우리의 사고방식을 얕고 가볍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인터넷은 깊이 없는 단편적 지식을 추구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긴 독서와 사색이라는 귀찮고 '비효율적인' 과정을 건너뛰고 간편한 '검색'을 통해 필요한 정보만 찾는다. 이 과정에서 지식의 깊이는 사라지고 맥락이 배제된 파편화된 정보만 남는다. 사람들은 빠른 검색으로 잔뜩 긁어 온 정보의 조각들을 '박식'으로 착각하는 오류를 범한다.

ⓒ W.W. Norton

미국 작가인 니콜라스 카는 올해 주목할 만한 책을 내놓았다. < 경박: 인터넷이 우리 두뇌에 끼치는 영향 > 이라는 책이다. 마샬 맥루언이 쓴 < 미디어의 이해 > 의 인터넷판이라 할 만한 이 책은, 인터넷이라는 신기술이 인쇄문화에 기초한 인간문명을 전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니체의 타자기가 어떻게 그의 글쓰기 양식을 바꿨는지부터, 런던 택시 운전사들의 뇌가 어떤 방식으로 복잡한 시내 도로에 맞게 재편되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여기서 '뇌 가소성(brain plasticity)'이라는 신경과학 개념을 도입한다. 뇌가 유아나 영아기를 거쳐 고정되는 게 아니라, 직무나 사용도구에 따라 ('가소성 수지' 즉 플라스틱처럼) 끊임없이 바뀌어 간다는 것이다.

저자의 결론은, 트위터와 구글 등 인터넷이 맥락 없는 단편적인 정보만 추구하게 만들며, 이 과정은 뇌의 물리적 변화를 수반한다는 것이다. 책 제목대로 사고를 '경박'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말이다. 나는 저자의 주장을 모두 믿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터넷이 얕은 지식과 사고를 양산할 위험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밖에 없다. 내가 트위터를 쓰면서 느낀 점이기 때문이다.

비생산적인 부지런함

트위터를 쓰며 여러 한계를 발견했지만,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점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정보를 주고받으며 바쁜 사고를 해야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부지런함'이 별로 생산적인 과정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문제점을 발견하면 더 많은 정보를 찾고 차분히 생각하면서 문제의식을 키울 수 있었다. 며칠, 때로는 몇 주나 몇 달이 걸리던 이 과정을 트위터는 몇 분으로 바꿔놓았다. 문제점을 발견하면 즉시 140자로 '분출'한 후 새로운 이슈로 달려가게 만든 것이다.

트위터는 내게 '많이' 생각하게 했을지는 모르나, '깊이' 생각하게 하지는 못한 것 같다. 깊은 글을 쓰기는 더 어려워졌다. 독자들 가운데 트위터 이후 블로그를 방치한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내 생각과 태도가 '인스턴트화'하는 것을 발견했다. 문제의식을 축적하고 심화시키기보다 '해소'하는 선택을 했고, '트친'들의 실시간 반응은 즉각적이고 과장된 만족감을 선사했다. '세상을 바꾸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집에 누워서, 혹은 밥수저를 놀리면서 '간편히' 세상을 바꿀 수 있는데, 왜 세상은 이렇게 한심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걸까.

트위터의 매력과 장점을 모르지 않는다. 다른 방식으로는 말을 건네는 것이 불가능했던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게 해 주었고, 놀라운 '익명의 선의'도 확인하게 해 주었다. 작은 물건을 찾는 것에서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감동적인 장면까지 지켜볼 수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올려주는 음악과 영상에 황홀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위터는 내 능력에 어울리지 않는 매체였다. 나는 트위터 이전의 게으른 자신으로 돌아온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트위터가 나를 더 똑똑하게 만들었는지, 아니면 더 멍청하게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트위터 덕분에 이전보다 훨씬 느긋하게 살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한국인들을 잠시도 쉬지 못하게 하는 강박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적은 책장을 넘기고 있다'는 불안감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 놓고 쉴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적은 '트위터질'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뉴미디어 기술은 다양한 기능으로 편리를 제공하지만, 집중을 방해하는 비생산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사진은 스마트폰의 기능 일부들.

ⓒ 강인규

- Copyrights ⓒ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s ⓒ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