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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영 "게임 창업하려고 이사까지 가야 하나요"

입력 2011. 01. 09. 22:19 수정 2011. 01. 09.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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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규제 장벽에 사업 못하는 정덕영씨세 든 건물에 아크릴 지붕 있다고 등록 거절 당해"미국선 5분 안에 끝난 일…창업 막기 위한 법인가"

"창업을 막기 위해 법을 만든 것 같아요."

게임개발업체 바르시아스튜디오의 정덕영(39ㆍ사진) 사장은 최근 겪은 일을 생각하면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온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아이폰용 게임 'ROSM'을 국내 판매하기 위해 행정절차를 밟던 중 황당한 일을 겪었다.

국내에서 게임을 판매하려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등급위원회(게등위)에서 사전 등급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게등위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을 하던 중 전용 인증서를 발급회사까지 찾아가 받아와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정 씨는 "발급회사를 찾아갔더니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하면 간단한 일을 왜 굳이 몇 시간씩 걸려 방문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며 어이없어 했다.

그러나 그렇게 받아온 인증서는 홈페이지에서 실명 인증이 되지 않아 소용이 없었다. 실명인증을 받으려면 다른 회사에 사업자등록증을 다시 팩스로 보내야 했다. 팩스를 보낸 뒤 겨우 게등위 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했다.

하지만 진짜 난관은 그 뒤부터 시작됐다. 게임 심의를 받으려면 게임 파일과 함께 인감 증명부터 사업자 등록증까지 온갖 서류를 컴퓨터 파일로 만들어 홈페이지에 올려 놓아야 했다. 특히 신청서는 오로지 문서작성 소프트웨어인 '아래아한글'로만 작성하게 돼 있었다. 정 씨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워드'를 쓰는 사람은 어찌하라는 것이냐"며 "결국 다음날 친구에게서 아래아한글 소프트웨어를 빌려서 신청서를 작성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틀에 걸쳐 신청 작업을 끝낸 뒤 게등위에 전화 확인을 한 결과 일반 사업자 등록증 외에 구청에서 발급하는 게임제작업체 등록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 씨는 허탈했지만 다시 각종 서류를 준비해 6일에 마포구청을 찾아갔다.

그런데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등록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유는 정 씨가 세든 사무건물의 주차장이 불법 개조됐기 때문이었다. 항공 사진 촬영결과 주차장에 비를 막기 위해 설치한 아크릴 지붕이 문제였다. 하필 불법 개조 사실도 그가 입주하고 2주 뒤인 11월에 확인됐다.

정 씨는 "자신의 잘못도 아닌 건물주의 불법 개조 때문에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없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항의했지만 소용 없었다. 담당 공무원도 몹시 미안해 하며 "법이 그래서 어쩔 수 없다"며 "차라리 이사를 가라"고 권유했다.

결국 정 씨는 게임제작업체 등록을 하지 못했다. 건물주가 주차장의 아크릴 지붕을 철거하지 않으면 공들여 만든 게임도 국내에서 팔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그가 만든 게임은 이미 해외 앱스토어에 등록돼 지난해 미국, 일본에서 꽤 인기를 끌었다. 정 씨는 "지난해 일본 전체에서 팔린 아이폰용 유료 앱 가운데 50위를 했다"며 "반응이 좋아 국내에서도 판매하고 싶었지만 좌절됐다"고 속상해 했다. 그는 속상한 사연을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고 다시 트위터에 퍼져 화제가 됐다.

정 씨는 "이번 일을 처리하면서 국내 게임산업의 발전 및 창업을 가로막는 정부의 한심한 행정을 뼈저리게 실감했다"며 "정부에서 실업난 해소를 위해 창업을 권유하지만 이런 환경이라면 어떻게 창업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미국 앱스토어가 인터넷으로 파일 하나만 올리면 5분도 걸리지 않아 간단하게 처리되던 것을 생각하면 복잡한 국내 절차가 씁쓸했다. 정 씨는 "정부에서 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면 전봇대도 옮겨 준다던데, 복잡한 행정절차나 간소화시켜 줬으면 좋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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