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새벽 4시30분 전팀원에 e-메일 띄우며 일과 시작하는 독신남 쿡

이나리 입력 2011.01.26. 00:19 수정 2011.01.2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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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나리]

애플의 한 임원은 2009년 미국 시사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스티브 잡스가 제품 개발을 이끌었다면, 팀 쿡은 회사를 현금 더미로 만든 사람이다."

병가를 낸 잡스 최고경영자(CEO) 대신 애플을 이끄는 쿡(51)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 세계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춘·CNBC 같은 미국 언론과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잡스를 대신할 인물은 쿡뿐"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는 모양새다. 잡스와 '닮지 않은 듯 닮은' 리더십 스타일도 화제다.

뉴욕 타임스는 쿡이 카리스마와 독선, 직감으로 똘똘 뭉친 잡스와는 상당히 다른 인물이라고 24일 전했다. '남부 신사'라는 별명처럼 공손하고 부드럽게 말하며, 자신에게 없는 재능을 가진 이를 찾아 쓸 줄 아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잡스처럼 발끈하는 성격도 아닐뿐더러 매우 신중한 스타일이라고 평했다. 타임 또한 "앨라배마주의 작은 도시에서 자란 쿡은 예의 바르고 부드러운 인물"이라며 "잡스처럼 대중적 인기를 끌긴 어렵겠지만, 애플을 이끌기에 충분하다"고 보도했다.

 쿡은 또한 미국 IT업계에서 '관리의 달인'으로 불린다. 잡스가 그를 스카우트한 1998년 당시 애플 창고엔 70일치가 넘는 부품 재고가 쌓여 있었다. 쿡은 100개가 넘던 부품 거래처를 20개로 줄이고 제품 조립처를 중국 공장으로 일원화해 입사 2년 만에 재고 물량을 10일 이하로 줄였다. 잡스는 자신에겐 없는 쿡의 뛰어난 관리 역량을 매우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애플 내부 인사들은 쿡 역시 잡스에 못지않은 일벌레이자 강력한 카리스마의 소유자라고 평한다. CNN머니 인터넷판은 애플의 전 임원이었던 사빈 칸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회의 중 쿡이 "중국 상황이 안 좋다. 누군가 가줘야겠다"는 말을 했다. 그렇게 회의가 30분가량 진행되던 중 쿡이 갑자기 칸을 돌아보며 "아니, 당신 왜 아직까지 거기 있느냐"고 말했다. 칸은 바로 일어나 집에도 들르지 않고 공항으로 달려간 뒤 편도 항공권만 끊어 베이징으로 갔다고 한다.

 뉴욕 타임스는 애플 임원 마이클 제인스의 경험담을 실었다. 쿡과 싱가포르 출장을 갔는데 18시간 비행 내내 옆 사람과 대화 나눌 시간조차 없이 일을 하더라는 거였다. 새벽 6시에 싱가포르에 도착해 샤워만 하고 곧바로 현지 법인으로 향했고, 이후 12시간 동안 마라톤 회의를 이끈 남다른 체력의 소유자란 점도 덧붙였다.

 쿡은 이렇듯 강력한 체력과 일에 대한 열정으로, 51개국 통신사와의 협상을 이끌고 아이폰 판매와 운영을 책임지는 등 애플의 안살림을 사실상 좌지우지하고 있다. 팀원들에게 새벽 4시30분 e-메일을 돌리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며, 한밤중에 걸려오는 국제전화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요일 저녁에도 회의를 열곤 한다. 사무실엔 언제나 제일 먼저 출근해 제일 늦게 퇴근한다.

 쿡은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중심인 팰로앨토 시에 있는 임대주택에 거주한다. 주변 국립공원으로 하이킹을 떠나거나 사이클링을 하는 것이 여가 생활의 전부다.

이나리 기자 < windyjoongang.co.kr >

◆팀 쿡(Timothy D. Cook)

=애플의 2인자. 어번대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뒤 듀크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IBM과 컴팩에서 일했다. 2004년과 2009년 스티브 잡스가 건강 문제로 회사를 잠시 떠났을 때 그의 역할을 대신했다. 2009년 잡스를 대신한 6개월 동안 애플 주가를 외려 60%나 상승시켜 큰 화제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