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연합뉴스

'돈 잃고 이혼경력까지'..국제결혼에 우는 남성

우영식 입력 2011. 01. 26. 16:29 수정 2011. 01. 26. 16:29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고양=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 "하루도 결혼 생활을 한 적이 없는데 '이혼남'이 됐습니다"

지난 25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오피스텔 앞에서 5명의 40대 남성들이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 오피스텔 내에 사무실을 둔 A국제결혼중개업체의 주선으로 국제결혼을 하려다 외국인 여성이 입국과 함께 가출하거나 달아나 1인당 1천만~2천만원을 날리고 가족관계증명원에 이혼경력만 표시되는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다.

충남 천안에 사는 박모(41)씨는 2009년 4월 베트남에서 결혼, 혼인신고 등 서류를 갖춘 뒤 같은 해 9월 베트남 아내와 함께 입국했다.

그러나 베트남 아내는 취업 목적으로 한국에 왔을 뿐 결혼할 의사가 없다며 잠자리를 거부하고 바로 다음날 박씨가 출근한 틈을 이용해 가출했다.

박씨는 두 달 뒤 아내가 베트남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확인하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이혼도 쉽지 않아 직접 이혼에 필요한 증거자료를 수집해 이혼소송을 수행하는 바람에 지난해 12월에야 이혼 판결을 받았다.

박씨는 국제결혼중개업체에 피해보상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7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 이 업체를 상대로 국제결혼을 하는데 소요된 경비 1천500만원과 위자료 600만원 등 모두 2천1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파주에 거주하는 최모(41)씨는 더욱 황당한 피해를 입었다.

2009년 4월 결혼중개업체의 소개로 역시 베트남 여성과 결혼식을 올렸으나 신체적 결함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여성이었다.

이에 결혼중개업체에 항의해 다른 여성과 맞선을 봐 혼인신고까지 하고 베트남 여성을 데려왔으나 이번엔 하반신 대부분에 화상 흉터가 있는 데다 결혼 전 마사지업소에서 일했던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중개업체에 따지자 되려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엄포에 잔금 400만원을 내야 했다.

억울한 마음에 경찰서와 경기도 제2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결과는 계약 때 보증보험을 가입하지 않았다는 사유로 해당 업체에 8일간의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 것이 고작이다.

최씨는 "이혼 경력으로 다시 결혼하기도 어렵고 너무나 억울하다"며 "피해보상을 받으려 해도 외국에서 벌어진 일이라 결혼중개업체의 잘못을 입증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같이 A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해 국제결혼을 하려다 피해를 입은 남성만 6명이며 인근에 사무실을 둔 B결혼정보업체도 4명의 남성이 같은 내용의 피해를 주장하고 있다.

국제결혼사기피해자대책본부 안해성 공동대표는 "국제결혼중개업체가 외국인 여성에 대한 신상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한국 남자들이 억울하게 당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결혼 당사자의 신상정보 제공을 의무화하는 등 국제결혼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결혼중개업 관리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발의되긴 했지만 외국인 여성 인권보호만 강화했을 뿐 한국 남성의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wyshik@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