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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형 법의관 "싸인, 산으로 간다"

권오용 입력 2011. 02. 13. 17:32 수정 2011. 02. 1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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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권오용] 국내에서 처음으로 법의학을 소재로 한 드라마 '싸인'이 인기를 얻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 법의관 역할을 맡은 박신양(윤지훈 역)과 김아중(고다경 역)이 시신을 부검하고 과학적인 증거를 찾아내 사건을 해결해가는 줄거리가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고 있는 것. 그러나 이를 보는 실제 국과수의 법의관들은 마음이 편치 않다. 권력이나 기관의 이익을 위해 부검 결과가 왜곡되거나 조작되는 장면이 자주 나와 국민들이 국과수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지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양천구 국과수에서 만난 박소형 법의관(여, 34)은 "드라마가 산으로 가고 있다"며 한숨지었다. 드라마와 실제가 얼마나 다르기에 그럴까? 국내 19명 밖에 안되는 법의관 중에서도 여성 법의관 3명 중 한 명인 박 법의관으로부터 '죽은 자의 증인' 국과수 법의관 얘기를 들어봤다.

-'싸인'을 본 적이 있나.

"처음에 한 두번 봤다. 부검하고 사인을 분석하다보면 오후 8~11시 퇴근이 다반사다. 하루에 서너 시간 밖에 자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드라마 볼 시간이 없다."

-드라마에서 가장 말이 안되는 것은.

"정치적인 압력으로 사인이 바뀌거나 은폐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싸인'을 본 주변분들이 '실제로도 그런 것 아니냐'고 물어와서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드라마 때문에 국과수를 불신하지나 않을까 걱정되고 속상하다."

-드라마에서 박신양과 김아중은 사건 현장에 나가기도 하던데.

"미국 과학수사 드라마 'CSI'에서도 법의관이 현장에서 시신을 살펴보고 사진도 찍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경찰이 검찰의 부검 지휘에 따라 법원에 시신에 대한 영장을 청구해 허락을 받으면 우리에게 부검을 의뢰한다. 현장은 경찰이 찍어온 사진으로 확인한다. 부검 끝나고 검찰 수사 자료로도 감이 안올 때는 현장에 나가기도 하지만 흔한 일이 아니다."

-박신양이 부검할 시신을 빼돌리는 장면이 나온다.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3일장을 하기 때문에 대부분 마지막날 병원 영안실에서 국과수 부검실로 시신이 옮겨져 온다. 더구나 발인 등 장례 절차가 있기 때문에 한 두 시간만에 부검을 끝내고 다시 장례식장으로 시신을 돌려보내야 한다."

-부검하면 사인이 다 보이나.

"과학수사 드라마에서 뻥 중에 하나는 뺨을 때리면 얼굴에 손자국이 남는다는 것이다. 교통사고시 타이어 자국은 어느 정도 명확히 나오지만 멍은 다르다. 멍이라고 해서 주먹으로 때린 것이라고 단정짓을 수 없다.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사인이 '이건 이거다'라고 쉽게 떨어진다면 얼마나 좋겠나."

-부검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2009년 국과수에 들어와 지금까지 400건의 부검을 했지만 슬픔에 빠져있는 유족들에게 사인을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다."

-첫 부검이 끝나면 선배들이 내장탕이나 곱창을 사준다던데.

"국과수 법의관은 의과대학 4년과 인턴 1년, 전공의 4년 등 총 11년간 공부하고 병리전문의 자격이 있어야 할 수 있다. 국과수 오기 전에 부검은 엄청 해본다는 얘기다. 그래서 김아중처럼 부검을 무서워하거나 긴장하는 일은 없다."

병에 대해 연구하고 싶어 법의관이 됐다는 박 법의관. 그는 부검은 범인을 잡기 위해 사인을 밝히는 것도 있지만 남겨진 유족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것도 있다며 인간애를 가진 법의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권오용 기자 [ban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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