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란' 언론경고, 조롱했던 MB정부

2011. 2. 1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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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서민 주거환경 벼랑 끝… 정부는 '부동산 부자' 챙기기

[미디어오늘 류정민 기자]

"640여만 세입자 가구의 아우성은 거칠어질 것이다. '가진 자'를 향해 뭔가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분노가 내년 총선·대선에서 어떤 정치적 대폭발을 유발할지 주목된다."

조선일보 2월 12일자 30면 송희영 논설주간의 < 전세대란 뒤의 더 큰 폭발 > 이라는 칼럼은 경고를 넘어 공포가 담겨 있다. 한 가구당 유권자 2명씩만 계산해도 640만 세입자 가구 유권자는 1280만 명에 이른다. '전세대란'이 서민 주거환경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점이 언론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전셋돈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서민들은 주거 위기를 넘어 삶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조선일보 2월12일자 30면.

중앙일보는 2월 14일자 24~25면에 걸쳐 < 혼자 살 때보다 평수 줄이고…전셋돈 못 구해 파혼 위기 > 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전세대란은 이미 서민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 2년 만에 돌아오는 전세 재계약 시기에 수 천만 원, 심지어 1억 이상의 전셋돈을 감당할 세입자는 많지 않다.

전세대란은 예고된 재앙이다. 서민주거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던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무분별한 뉴타운 바람 때문에 한꺼번에 헐렸다. 건설업자들은 서민주거와 거리가 있는 중대형 아파트 위주의 공급으로 개발이익 챙기기에 열을 올렸고, 정부 역시 말로만 공공 임대주택 약속으로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주택 거래 침체와 집 사기를 꺼려하는 실수요자들의 신중행보가 맞물리면서 전세를 찾는 이들은 더욱 늘어났다. 예고된 재앙 앞에서 정부는 느긋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지난해 9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전세난은 매년 이사철에 나타나는 수준으로 예년에 비해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입자는 물론 학자와 언론의 경고메시지는 당시에도 이어졌지만, 정부는 괜한 호들갑이라는 반응이었다.

정부의 안이한 대응은 '최악의 전세난'으로 이어졌다. 전세대란의 파장은 대학가에까지 옮겨 붙는 실정이다. 문화일보는 2월 10일자 9면 < 고시원 쪽방이 월 40만원 '입이 쩍' > 이라는 기사에서 "'뉴타운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성루 강북 일대 대학 주변은 자취방이나 하숙집이 몰려 있던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한꺼번에 철거되는 탓에 '하숙집 품귀현상'마저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화일보 2월10일자 9면.

국민일보 2월 14일자 10면 < 이번엔 하숙난민…"6개월치 한꺼번에 내라" > 라는 기사에서 "급등한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직장인, 신혼부부 등이 상대적으로 값이 싼 대학가로 몰리면서 대학생들이 '유탄'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 2월14일자 10면.

하숙생·자취생 자녀를 둔 세입자들은 이중 삼중의 부담을 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 1월 13일 전세대책을 발표하면서 "더 이상 내놓을 대책이 없다"고 호언장담했지만, 2월 11일 추가 대책을 발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언론의 '전세대란' 경고를 조롱했던 이명박 정부는 스스로 체면을 구겼다. 한국일보 2월 12일자 < 없다던 전·월세 추가 대책 어디서 나왔나 > 라는 사설에서 "잘못된 상황 판단으로 두 번이나 말을 뒤집고 심지어 장관이 '이제 내 서랍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식의 안이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도 2월 12일자 사설에서 "이번 전세난은 이미 1년 전 주택거래가 극심하게 부진할 때부터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안이하게 낙관론을 폈다. 정책 시행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문제점은 뒤늦은 대책만이 아니었다. 세입자의 주거환경 불안을 해소해달라고 했더니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엉뚱한 대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 세금부담을 완화해주는 데 초점을 맞춘 2·11 대책은 '황당한 처방'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일보는 2월 15일자 15면 < 임대 사업자들 신났다 > 라는 기사에서 "정부의 2·11 전·월세 보완대책이 임대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부동산 업계에서는 각종 세제 혜택으로 임대사업자들이 많게는 수천만 원의 절세혜택을 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전셋돈 걱정에 밤잠을 못자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황당함을 넘어 허탈함을 느끼게 하는 상황이다. 민주노동당 전월세특별위원회는 정부 대책을 이렇게 평가했다.

"'전셋돈은 시장에 맡겨야지 정부의 전세대책은 없다. 그러니 빚을 내서 시장에 조응하라' 이것이 이명박 정부가 전월세 대란으로 고통 받는 서민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다. "이번 2·11대책의 핵심은 다주택을 가진 부동산 부자를 지원하거나 건설업자를 지원하여 부동산경기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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