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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칸〉[이종원의 아메리카브레이크]미국 젊은이들이 '일본에 은혜 갚기'에 나선 이유

입력 2011. 03. 22. 20:04 수정 2011. 03. 2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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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은혜 갚기'에 나선 일본 망가, 아니메 팬들의 그림.

일본이 미국에 수출한 문화 가운데 가장 히트한 것은 무엇일까. 필자 생각엔 두 가지다. 먼저 스시(Sushi, 생선초밥)다. 미국 어느 동네를 가도 조그마한 재패니스 레스토랑(일식당)이 한 두 개씩은 꼭 있고, 미국인들이 서툰 젓가락질로 초밥을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아니메·망가(Anime, Manga, 일본 애니메이션, 만화)다. 미국 어린이 케이블 채널을 틀면 '드래곤볼'이나 '포켓몬' '유희왕'이 영어로 떠드는 '아니메' 프로그램을 쉽게 볼 수 있고, 학교 도서관을 가면 '세일러문'부터 '맛의 달인'까지 다양한 만화가 영어로 번역돼 있다.

미국 내 일본 망가와 아니메의 위력을 체감할 수 있는 사건이 최근 인터넷상에 벌어졌다. 그 계기는 바로 이번 일본 도호쿠 대지진, 쓰나미 참사였다. 지난 11일 일본 대지진이 일어나자 누구보다 동요한 계층이 바로 일본문화를 즐기는 젊은 계층이었다.

이들은 가만히 기다리지만 않았다. 즉시 일본 돕기 블로그와 페이스북(www.facebook.com/otakushelpjapan)을 개설했다. 인기 일본만화 '원피스'의 그림과 함께 붙인 구호가 '아니메 팬들이 일본에게 은혜를 갚자'(Anime Fans Give Back to Japan) '오타쿠가 일본을 구한다'(otakus help japan)이었다.

미국 내 일본 아니메 팬들의 참여도는 놀라웠다. 아니메만 전문으로 더빙하는 30여명의 성우들이 72시간 마라톤 인터넷 방송을 이어나갔고, 불과 일주일 만에 3만 달러라는 성금이 인터넷으로 모였다. 페이스북에는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아니메를 보며 자랐다. 이제 일본에 은혜를 갚아야 할 때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일본에 은혜 갚기' 운동을 처음 벌인 주역은 미국인 그렉 워너(27)였다. 일본만화를 좋아한 그는 7살 때부터 일본어를 배웠고, 일본 여인과 결혼해 일본에서 5년째 영어를 가르칠 정도로 일본 마니아다. 만화 '원피스'를 가장 좋아한다는 그의 한마디는 이러하다. "원피스의 주제는 우정이다. 나는 이 만화에서 배운 우정을 지금 전 세계의 친구들과 함께 일본에 보여주고 싶다."

뒤집어 생각해보자. 만약 우리나라에 지진이 일어난다면 미국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은혜를 갚겠다'고 나설까. 필자 생각엔 거의 없어 보인다. 한국문화가 젊은이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더걸스'와 '소녀시대' 팬들 정도가 '은혜 갚기'에 나설지도 모르겠다.

보이지 않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어느새 미국 내 젊은이들 사이에 '친일파'(물론 좋은 의미에서)를 길러내고 있다. 일본이 다시 일어선다면 그것은 기부금이 아니라, 일본에 정서적 친근감을 가진 다른 나라 사람들의 마음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문화수출은 과연 어디까지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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