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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적자지만 회사가치 1000억 넘어.. "회사 팔아라" 전화 하루 30통씩 받죠

김희섭 기자 fireman@chosun.com 입력 2011. 03. 30. 03:47 수정 2011. 03. 3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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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벤처기업은 '카카오'란 회사다. 스마트폰에서 무료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카카오톡(Kakao Talk)' 서비스를 개발해 운영하는 회사다.

서비스 1년 만에 980만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지금 추세라면 31일쯤 1000만명을 돌파한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1000만명 중 90%가 카카오톡을 사용하니 가히 '국민 프로그램'이라고 부를 만하다. '카카오톡'이란 이름을 가진 술집까지 생겨났다.

29일 오후 경기도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에 있는 카카오 사무실에서 이제범(33) 사장과 김범수(45) 이사회 의장을 만났다. 김 의장은 회사를 만든 사람이고, 이 사장은 회사를 이끌고 운영한다. 이 사장은 체크무늬 셔츠에 곱게 빗은 머리카락이 한눈에 봐도 딱 '모범생' 스타일이었다. 김 의장은 코밑에 짧은 수염을 길렀다.

이제범 사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인터넷 회사를 창업해 3년 정도 운영했지만 '대박'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던 2006년 말 서울대 산업공학과 선배인 김범수 의장의 연락을 받았다.

"제범아, 내가 새 회사를 만드는데 네가 와서 좀 도와줘라."

띠동갑 사이인 두 사람은 학교에서 만난 적은 없지만 IT업계에서 일하며 알게 됐다. 김 의장은 1990년대 말 온라인게임 사이트 '한게임'을 창업한 벤처기업인이다. 검색포털 네이버를 만든 삼성SDS 입사 동기인 이해진 현 NHN 이사회 의장과 의기투합해 두 회사를 합병, 국내 최대 인터넷회사 NHN을 키워냈다. NHN에서 10여년을 일한 김범수 의장은 2007년 NHN에서 나왔다.

김 의장은 "업무가 정체된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했지만, 주변에선 "이해진 의장과 파워게임에서 밀렸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이제범 사장을 파트너로 영입했다.

초기 설립 멤버는 두 사람과 개발자 1명, 업무직 1명 등 4명이 전부였다. 성과도 별로였다. 몇 가지 인터넷 서비스를 개발해봤지만 네이버·구글 등 기존 강자에 밀려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갓 싹을 틔우기 시작한 스마트폰에 마지막 승부를 걸기로 했다.

작년 1월 초 김 의장과 이 사장은 직원들과 회의 도중 "휴대폰에서도 무료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한 건당 20원꼴인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PC의 메신저 프로그램처럼 공짜로 보낼 수 있게 하자는 것. 당장 직원 4명을 투입해 개발에 들어갔다.

개발목표는 명확했다. 최대한 빨리,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고, '문자메시지'라는 한 가지 목적만 달성하기로 했다.

두 달 만인 작년 3월에 나온 것이 아이폰용 '카카오톡(Kakao Talk)' 프로그램이다. 이 서비스는 복잡한 개인정보를 넣고 회원으로 가입할 필요가 없다. 프로그램을 내려받으면 자신의 전화번호로 자동 가입된다. 전화번호부에 저장한 사람도 저절로 친구로 등록된다.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딱딱한 사무적 분위기가 나는 반면 카카오톡은 노란색 바탕에 말풍선이 떠서 만화 같은 느낌을 준다.

작년 8월부터 아이폰 외에 갤럭시·옵티머스 등 스마트폰 보급이 늘면서 카카오톡 가입자도 한 달에 100만~150만명씩 급증했다. 미국과 일본뿐 아니라 쿠웨이트·사우디·카타르·UAE 등 중동의 이용자도 수십만명이다. 해외 이용자가 100만명. 전화번호를 분석해볼 때 현재 216개국에서 카카오톡을 쓴다. 하루에 오가는 메시지가 2억건이다. 매일 40억원 분량이 무료로 전달되는 것이다.

이 사장은 "이렇게 빨리 가입자가 늘 줄은 우리도 몰랐다"면서 "서버컴퓨터 50대를 주문했는데 물건이 도착하기도 전에 추가로 주문해야 했다"고 말했다. 직원은 40명으로 불어났다. 절반이 개발자다. 지금도 20명을 더 뽑기 위해 면접을 보고 있다.

성과는 화려하지만 돈은 아직 안 된다. 작년 12월 크리스마스 이브에 도입한 '선물하기' 서비스가 유일한 수익모델이다. 모바일 주문을 통해 친구에게 커피·케이크 같은 간단한 상품을 보낼 수 있는 이 서비스는 매일 1만건 정도의 결제가 이뤄진다. 월 매출은 20억원 정도다. 운영비와 직원 월급을 주고 나면 매달 수억원의 적자를 낸다.

이 사장은 "당장 수익모델을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범수 의장도 "가입자를 많이 확보하면 수익모델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NHN에서 수천억원을 번 김 의장은 지금까지 카카오에 들어간 100억원의 운영비를 모두 개인 자금으로 댔다.

매일 제휴·투자·인수 제안을 하는 전화가 20~30여통이 걸려와 회사 업무를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다.

이 사장은 "대기업·금융회사·엔터테인먼트 회사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회사들은 거의 다 만나봤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회사 가치가 1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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