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잇따른 자살..'서남표 개혁' 좌초하나

배준희 기자 2011. 4. 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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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배준희기자]올 들어서만 학생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카이스트의 서남표 총장이 지난 7일 논란이 됐던 '차등수업료제도'를 사실상 폐지키로 했다. 하지만 학생이 4명이나 숨진 뒤에 나온 결정이었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3개월 새 4명 자살...충격에 빠진 카이스트

카이스트에서는 지난 1월 '로봇영재' 조모씨(19)를 시작으로 3개월 동안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씨는 공고 출신으로 카이스트에 입학해 유명세를 탔다. 조씨는 성적부진과 여자친구와의 결별 등으로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스트는 조씨 자살 직후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필수교과목 적응 프로그램 '즐거운 대학생활'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자살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20일에는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서 2학년 김모씨(19)가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달 29일에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 아파트에서 4학년 장모씨(25)가 뛰어내려 숨졌다. 장씨는 4년 동안 조울증 치료를 받아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급기야 지난 7일에는 4번째 자살자가 나왔다. 카이스트 휴학생 박모씨(19)가 인천 남동구 만수동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 한국과학영재고 출신인 박씨는 지난 6일 우울증 진단서와 함께 돌연 휴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등수업료제' 왜 여론 도마에 올랐나

이 과정에서 여론의 도마에 올랐던 것은 '차등수업료제도'다. 이 제도는 2006년 취임한 서 총장이 이듬해 도입했다. 카이스트가 국민 세금 지원을 받는다는 점, 재정의 효율적 운영 등을 고려해서다. 카이스트에서는 원칙적으로 수업료를 내지 않는다.

이 제도에 따르면 평점 2.0~3.0미만인 학생은 최저 6만원에서 600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카이스트는 상대평가체제다. 30%는 평점 3.0미만을 받게 돼 있다. 구조적으로 '징벌적 수업료'를 내야 하는 학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만 전체 7085명(대학원생 포함) 가운데 1006명(12.9%)이 수업료로 1인당 평균 254만여원을 냈다. 비율도 2008년 4.9%, 2009년 8.0% 등으로 증가했다. 학생들에게 '경쟁의 낙오자'라는 열패감을 안겼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잇따라 학부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서 총장은 차등 수업료를 8학기 동안은 면제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8학기 이내에 학부과정을 마치지 못하는 연차 초과자들은 한 학기당 150여만원의 기성회비와 최고 600여만원의 수업료를 내야 한다.

◇'서남표식 개혁정책' 향방은

'서남표식 개혁정책'의 하나였던 차등수업료제가 사실상 폐지됨에 따라 서 총장 취임 후 추진돼 온 각종 개혁정책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 총장은 2007년 신입생부터 차등수업료제도를 적용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무상교육의 혜택을 받는 카이스트 학생들에게 더 엄격한 책임을 지우자고 판단한 것.

서 총장의 개혁은 교수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교수의 정년보장을 뜻하는 이른 바 '테뉴어' 심사를 강화했다. 학부수업도 100% 영어로 강의토록 했다. 서 총장은 이같은 개혁의 성과를 일부 인정받아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구성원들에게 '성과주의에 지나치게 매달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한다', '독선적이라 소통이 안 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서 총장은 일부 우려에도 불구, 연임 초 "반대의견을 존중하지만 목표를 바꿀 수는 없다"며 개혁을 강행해 왔다. 하지만 4명의 인재를 떠나보낸 상황에서 '서남표식 개혁'은 어떤 형태로든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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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배준희기자 gats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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