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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득보다 잃은 게 더 많다

이숙이 기자 sook@sisain.co.kr 입력 2011. 04. 18. 13:25 수정 2011. 04. 1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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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버티기가 성공했다. 4월27일 재·보선 경남 김해을의 야권 단일 후보로 누가 됐느냐를 떠나, 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민주당과의 협상에서 일단 자기 뜻을 관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오히려 상당한 '내상'을 입었다는 것이 정가의 중론이다. 심지어 참여당 내부에서도 "여러 곳에서 인심을 잃었다"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한 친노무현(친노) 인사는 "그동안 유 대표는 주로 강자를 집중 공격해 여론의 공감을 얻는 방식으로 지지층을 결집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대를 잘못 건드렸다. 그것도 두 명씩이나…"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가 말한 두 명은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과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이다. 김경수 국장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고, 노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내려온 뒤에도 내내 곁을 지킨 핵심 참모이다. 이 때문에 이해찬·한명숙· 문재인 등 친노 진영에서는 당초 김경수 국장을 김해을 재·보선의 '무소속' 후보로 내고자 했다. 민주당에서도 김경수 국장을 필승 카드로 여겼다. 민주당 야권연대 특위의 한 인사는 "김경수 국장을 민주당 후보로 영입하는 게 최선이었지만, 정 안 되면 무소속 단일 후보로 내자고 당 지도부를 설득할 작정이었다. 순천에 이어 김해을까지 민주당이 후보를 못 내는 부담을 져야 했지만, 그만큼 김경수 국장이 지닌 '노무현 상징성'이 컸기 때문에 당 안팎의 공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봤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유시민 대표(왼쪽)는 노무현 대통령 농업특보를 지낸 이봉수 경남도당 위원장을 참여당 후보로 내세웠다.

"유시민, 김경수 국장 불출마 직접 압박했다"

그런데 참여당이 그 흐름을 깼다. 야권연대 논의가 본격화하기도 전에 노무현 대통령 농업특보를 지낸 이봉수 경남도당 위원장을 참여당 후보로 공천하더니, 이후 출마를 검토하던 김경수 국장을 향한 참여당 지지자들의 공세가 집중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공식 홈페이지인 '사람 사는 세상'에는 김 국장의 출마가 '참여당 죽이기'와 '유시민 죽이기'라는 글이 잇따랐고, 견디다 못한 김 국장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유시민 대표가 김 국장의 불출마를 직접 압박했다"라는 설까지 나돌았다. 이에 대해 참여당의 한 고위 인사는 "노건호(노 전 대통령 장남)나 김경수가 출마하면 곧바로 '봉하마을이 정치에 나섰다'며 조·중·동이 공격에 나설 게 뻔했다. 봉하는 정신적 성지로 남는 게 옳다는 생각에서 출마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그래도 김경수 국장이 출마할 경우 공식 선언 직후 우리 후보를 사퇴시키자는 데까지는 지도부 선에서 합의가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국장의 불출마는 친노 진영 인사들의 심기를 불편케 만들었다. 이해찬 전 총리는 "그렇게 마음 약한 친구가 무슨 정치를 하겠다고 그래~"라며 괜한 분통을 터뜨렸고, 한명숙 전 총리는 "나 같은 사람도 버티는데, (한나라당과) 큰 전선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김 국장이) 좀 버텨주지"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시민주권의 한 인사는 "표현은 김 국장에 대한 타박이지만, 안에는 김 국장을 주저앉힌 세력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유시민 대표가 자기 당 후보 내겠다고 김경수를 상처 낸 건 두고두고 부메랑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도 김 국장의 출마가 무산된 것을 무척 아쉬워했다고 한다. 권 여사는 김 국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후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봉하마을을 찾았을 때 "김 국장을 잘 부탁한다"라고 각별히 당부했다.

김경수 국장이 '사심 없는' 노무현 참모로 꼽힌다면,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진정성' 있는 대표 정치인으로 꼽힌다. '야권연대'를 중재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민주당 협상 창구로 이인영 최고위원을 선호하는 이유도 정파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꾸준히 연대와 통합의 비전을 제시해온 그의 이력을 높이 사서다. 이를 인정해 민주당도 그를 '연대연합특위 위원장'에 임명했다.

그런데 유시민 대표는 그런 이인영을 상대로 끊임없이 양보를 요구하다 끝내 깊은 상처를 냈다. "(순천에서 민주당이 후보를 안 내기로 한 건) 별로 의미 없는 일이다. 야권연대를 하는 건 한나라당을 상대하기 위해서인데, 거기(순천)는 한나라당도 없는데 무엇 때문에 야권연대를 하나"(4월5일 MBC 라디오 < 손석희의 시선집중 > )라는 유 대표의 인터뷰가 결정타였다.

ⓒ시사IN 백승기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왼쪽)과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오른쪽)은 최근 유시민 대표로부터 공격과 압박을 받았다.

순천 무공천은 이인영 최고위원에게는 '정치 생명'까지 걸고 일궈낸 야권연대의 초석이다. 임종석 연대연합특위 간사는 "이인영 최고가 호남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을 무릅쓰고 순천 무공천을 관철시킨 건 국민이 원하는 정말 멋진 연대를 만들어보자는 사명감에서다. '다음 재·보선 때는 단일 후보를 안 낸 정당을 우선 배려한다'는 은평 재·보선 때의 약속을 지키자는 측면도 있었고, 민주당이 생살을 뜯어내면 다른 당도 연대의 정신에 더 충실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순천 무공천을 폄훼한다는 건 이인영의 역할 자체를 깡그리 무시하는 행위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월1일 야권연대 결렬을 선언한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양보해서 타협이 될 듯하면 참여당이 내부 회의를 거쳐 또 다른 조건을 들고 나오고, 민주당이 한 번 더 양보하면 참여당이 또 다른 조건을 내걸고…. 그러기를 정말 여러 번 했다. 그 와중에 대표라는 사람(유시민)은 언론에 대고 '손학규 대표가 분당에 나가면 적극 돕겠다'고 했다가, '김해을을 참여당에 주지 않으면 협조하기 어렵다'라는 식으로 좌충우돌하더라.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였겠지만 이 때문에 이인영 최고위원이 무척 힘들어했다"라고 말했다.

유시민·이인영 맞장 뜨면 유시민 더 큰 상처

그래서일까. 협상 결렬 직전에 만난 이인영 최고위원은 단일화 전망을 묻는 기자에게 되레 "유시민이 원래 저런 사람이었나?"라고 물었다. 유 대표와 이 최고위원은 삶의 궤적에서 서로 겹치는 부분이 없다. 유 대표는 1970년대 서울대 운동권 출신으로 이해찬 보좌관→유학→저술 활동→방송 진행자를 거쳐 개혁당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반면, 이 최고위원은 1980년대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전대협 의장→투옥→재야운동을 거쳐 새정치국민회의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정치권에 와서도 유 대표는 '노무현 경호실장'을 자처하며 화려한 이력을 쌓은 반면, 이 최고위원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비주류의 길을 걸었다.

전대협 간부를 지낸 한 정치권 인사는 "대중성은 이인영이 떨어지지만, 유시민과 이인영이 '맞장 뜰' 경우 유시민이 입을 상처가 더 클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인영은 세대 대표성을 가지고 꾸준하게 통합과 연대의 가치를 추구해온 반면, 유시민은 팬클럽 정치를 하면서 끊임없이 차별화와 분열의 길을 걸어왔다. 유시민의 주요 지지층에 30~40대 전대협 세대가 많아 유시민과 이인영이 가치 대결을 벌일 경우, 유시민 지지층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라는 것이다. 협상 과정에서 입을 꾹 다물었던 이인영 최고위원은 유 대표가 순천 무공천을 비판한 직후부터 방송에 나와 유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유 대표가 순천 무공천을 비판한 < 손석희의 시선집중 > 에 본인이 직접 출연해 반박 인터뷰에 나섰다. 좀체 남과 각을 세우지 않던 그로서는 이례적이다.

"유시민, 악역 자임한 거다"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유 대표가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는 점은 유 대표와 참여당 인사들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유 대표의 처지도 이해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항변이다. 참여당의 한 인사는 "유시민이 '대권병' 환자라면 자기 상처 나는 일을 이렇게 했겠나"라며, "당 대표로서 의석 확보라는 절박감이 있었고, 장기적으로는 야권의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의 통 큰 양보가 필요하다는 걸 강조하려고 악역을 자임한 거지, 김경수·이인영 개인을 겨냥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 대표가) 분당을에서 적잖은 득표력을 가진 참여당 후보를 4월7일 사퇴시켰다. 그런데 손 대표는 그렇다 치고 민주당 인사가 한 명도 안 왔다. 누가 더 편협한 거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 지지층의 '단일화' 열망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정치권의 단일화 협상은 회가 늘수록 부상자만 만들어내고 있다. 전국에서 단일화 협상이 벌어질 내년 총선이 벌써부터 걱정된다.

이숙이 기자 /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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