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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요즘 왜 고장이 잦나 했더니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입력 2011. 04. 18. 13:25 수정 2011. 04. 1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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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멈췄다. 4월4일 하루에만 KTX 두 대가 철도 위에서 멈춰 섰다. 부산에서 출발한 서울행 KTX는 국내 최장인 금정터널(20.3㎞) 안에서, 서울에서 출발한 목포행 KTX는 한강철교 위에서 정차했다. KTX 관련 사고가 처음은 아니었다. 이미 운행 장애가 11번이나 일어났다(위 오른쪽 표 참조). 특히 2월11일 한국 기술로 개발한 'KTX 산천'의 광명역 탈선은 2007년 11월3일 경부선 부산역에서 일어난 차량 충돌 다음으로 큰 사고로 기록될 KTX '철도 사고'이다(철도공사는 사고를 정도에 따라 철도 사고와 운행 장애로 구분한다. 철도 사고에는 사람 사상·물건 파괴 등이, 운행 장애에는 선로 장애·차량 고장 등이 속한다). 한국철도공사는 "조그마한 이상만 있어도 승객 안전을 위해 멈춰 점검을 하니까 정차 고장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라며 불안감 확산을 차단하고 나섰다. 그러나 최근 KTX는 '고장철'이라는 오명까지 듣고 있다. 철도공사 직원들 사이에서도 "무섭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뉴시스 2월11일 경기도 광명시 광명역사 앞 터널에서 서울행 KTX가 탈선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잦아진 고장이 노동 유연화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4월6일 열린 '철도 사고의 원인 분석과 근본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송호준 철도노조 정책실장은 "철도 사고는 무리한 감원과 외주화가 가져온 결과이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두 번째 한국철도공사 수장으로 취임한 허준영 사장은 '공공기업 선진화'의 일환으로 정규직 직원 5115명을 줄였다. 이 중 58%가 유지·보수 및 정비 업무와 관련된 인력이다보니, 안전 문제가 자연스레 불거진다는 게 철도노조 얘기이다.

전문가들 "구조조정과 잦은 사고 관련 있어"

한국철도공사가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제출한 '철도공사 외주 위탁 실행 현황'을 보면 차량·전기 분야 정규직은 줄고, 비정규직은 늘었다. 2007~2010년 차량 분야는 390명에서 434명, 전기 분야는 352명에서 437명으로 비정규직이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2002년부터 KTX 1단계 사업에 참가했다는 한국철도공사의 한 직원은 "안전 점검 관련 일은 전문성이 필요하다. 1~2년에 한 번씩 다시 계약하는 비정규직에게 맡기는 건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뉴시스 차량·전기 분야 한국철도공사 직원은 2007년부터 매년 줄었다.

인력을 감축하면서 KTX 검수 주기가 연장된 것 또한 안전에 영향을 미친다고 철도노조는 주장한다. 3500㎞에 한 번씩 검수를 받던 KTX는 2010년 8월부터 5000㎞에 한 번씩 검수를 받는 것으로 바뀌었다. KTX뿐만 아니라 전기 기관차, 디젤 기관차 등의 검수 주기도 올 7월부터 늘어난다. 한국철도공사는 차량 검수 주기 연장으로 398명을 감축할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전기 분야 신호설비 또한 2주 점검에서 매월 점검으로 바뀌었다. 무선설비의 경우 일일 점검이 없어졌고, 한 달에 한 번에서 3개월에 한 번씩으로 검수 주기가 늘었다. 모두 2009년부터 시행된 조처이다. 구조조정이 잦은 사고와 무관하지 않다고 전문가들도 지적한다. 김철홍 인천대 교수(산업공학과)는 "2005년 일본 JR 다카라쓰카 선 탈선 사고를 눈여겨봐야 한다. 106명이 사망한 이 사건은 철도 민영화가 낳은 결과였다. JR은 민영화 이후 가공 전차선(전력을 공급하는 전선) 교체 기간을 2배로 늘렸고 관리 인력은 반으로 줄였다"라고 말했다.

한국철도공사는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홍보실 관계자는 "KTX 정비 인력은 2009년 841명에서 2010년 960명으로 오히려 늘었다"라고 말했다. KTX의 검수 주기에 대해서도 "열차를 들여온 프랑스도 5000㎞를 기준으로 검수를 받는다"라며, 인원 감축과 검수 주기 연장은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철도공사 선진화'에 앞장서고 있는 허준영 사장도 2월26일 광명역 탈선과 관련한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사고는 무슨, 사람이 다쳤나?"라고 말했다가 논란이 일자 인터뷰가 와전되었다며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4월5일 국토해양부 항공철도사고 조사위원회가 발표한 광명역 탈선 사고 조사보고서에는 '철도 종사자들이 서로 다른 직종 종사자 간 협조를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한국철도공사는 '협조'보다 '외주'에 초점을 맞춰 아웃소싱을 확대할 방침이다. 2020년까지 전체 시설 분야 노동자의 59%, 전기 분야 36.4%, 차량 분야 28.3%를 외주화할 계획이다.

김은지 기자 /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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