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면직 '뇌물 교사들' 다시 교단에 서다니..

입력 2011.05.20. 09:40 수정 2011.05.2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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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돈주고 시험지 건네받아 채용된 배정학원 14명

"징계절차 부당" 승소…재단쪽 '사전 각본' 의혹

재단 이사장한테 돈을 주고 채용시험지를 미리 건네받아 교단에 선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아 학교를 떠났던 교사들이 학교로 복귀해 10개월째 근무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19일 "2008~2010년 학교법인 배정학원 남아무개(55·구속기소) 전 이사장한테 5000만~1억원씩을 주고 채용시험지를 미리 건네받아 정교사로 합격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7월 재단 이사회 결정으로 면직된 재단 산하 3개 학교 교사 15명이 같은 해 8월부터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부산지법이 지난해 8월 면직 처분된 교사 15명이 "징계 절차에 하자가 있다"며 재단을 상대로 낸 면직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지난 13일 본안소송인 '면직처분 무효확인소송'에서도 "사립학교법상 교원을 징계하려면 징계위원회를 열어야 하는데 이를 열지 않았다"며 "교사들의 면직 처분은 무효"라고 선고했다.

뇌물을 주고 채용된 교사들이 법원의 판결을 받아 교단으로 복귀하자 재단 쪽이 사립학교법 징계 규정을 알면서도 법원의 무죄 판결을 끌어내기 위해 일부러 면직 처분된 교사들을 징계위원회에 넘기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재단 쪽은 억울하다는 태도다. 지난해 7월 15명 모두를 징계위원회에 넘기려 했으나 일부가 징계 시효(임용일로부터 3년)를 넘겨 면직 처분을 내릴 수 없음에 따라 재단 이사회를 열어 모두 면직 처분했다는 것이다. 또 부산시교육청과 협의를 거쳐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단 쪽이 뒤늦게 징계위원회를 여는 것도 쉽지 않다. 대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1명을 뺀 14명 가운데 징계 시효를 넘긴 6명을 뺀 8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면 되지만 징계 시효를 넘긴 6명은 면직 처분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교육청과 재단 쪽은 법원의 판결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이 지난해 7월 1심에서 교사 자격 유지가 어려운 징역 4~6월에 집행유예 1년형을 선고했으나 부산고법이 지난해 11월 벌금 500만~700만원으로 감형을 해 줘 교사 자격 유지의 길을 열어 줬다는 것이다.

시교육청 교원정책과 관계자는 "부산고법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했다면 징계위원회 회부 여부와 관계없이 14명 모두를 교단에서 물러나게 할 수 있는데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재단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문을 받아본 뒤 대응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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