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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지키느라 5조원 손실

입력 2011. 05. 31. 21:10 수정 2011. 06. 0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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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부, 작년 외평기금 운용보고…금리차로만 3조5천억 날려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위해 운용하는 기금인 외국환평형기금(이하 외평기금)에서 입은 손실이 지난해 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조달·운용 금리의 역마진이 3조5000억원에 육박했다.

31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0년 국가결산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외평기금의 당기순손실은 5조1000억원에 이른다. 환율 변동에 따른 '환평가 손실'이 1조4400억원, 금리차 손실(역마진)과 파생상품 손실을 합친 '이차 손실'이 3조6600억원이었다. 지난해 파생상품 손실은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금리차 손실만 3조5000억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외평기금에서 국채(외평채)를 발행해 자금을 마련한 뒤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여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막는 데 사용해왔다. 이런 식의 외환시장 개입이 늘면서 외평채 잔액은 1997년 4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120조6200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외평기금 조달금리(외평채 금리)보다 운용금리(미국 국채 등에 투자)가 낮기 때문에 구조적인 역마진이 발생한다. 이런 금리 차이는 2009년 2.46%에서 2010년 2.79%로 확대됐고, 금리차 손실도 2조6300억원에서 3조5000억원으로 커졌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2009~2010년 고환율 유지를 위해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외평채(원화) 잔액을 23조8000억원이나 늘렸다. 이 기간의 금리차이를 적용해 계산해보면, 이렇게 외평채를 늘리면서 추가로 늘어난 금리차 손실이 8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외평기금 금리차손실 눈덩이

역마진 2007년 1조4천억→ 2010년 3조5천억세금 손실로 떠받친 고환율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고환율을 유지할 경우, 수출기업에는 큰 이익이 되지만, 일반 국민은 고물가에 시달려야 한다. 하지만 고환율 정책에는 이런 간접적 부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외국환평형기금(이하 외평기금)을 통해 국민 세금이 한해 수조원씩 들어간다.

■ 역마진 지속 증가

외국환평형기금은 참여정부 시절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이 속도를 늦추려는 정부 개입으로 한차례 급증했고, 이명박 정부가 지난 2년 동안 고환율 정책을 펴면서 또 한차례 가파르게 증가했다. 국가채무 가운데 외평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7년 7%에서 지난해 30.5%까지 늘어났다. 국가채무 증가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외평채다.

정부는 "시장개입으로 사들인 달러로 미국 국채 등 외화자산을 다시 사기 때문에 외평채는 다른 국가부채와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즉 '적자성 채무'가 아니라 '금융성 채무'라는 의미다. 하지만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경제학)는 "외평기금의 조달금리(외평채 금리)가 운용금리(미 국채 금리)보다 높아서 생기는 손실을 메우기 위한 외평채는 사실상 적자성 채무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채에 대응하는 외화자산이 없기 때문이다. 외평기금은 이미 부채가 자본보다 큰 자본잠식 상태로 지난해 말 누적적자는 18조8900억원에 이른다.

외평기금의 당기순손익은 매해 환율변동에 따른 환평가손익과 파생상품손익이 포함되기 때문에 들쑥날쑥하다. 하지만 이 두 부분을 제외하고 금리차 손실(역마진)만 보면 2007년 1조4000억원, 2008년 2조100억원, 2009년 2조6300억원, 2010년 3조5000억원(추정) 등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구조상 이 손실은 앞으로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정부는 올해도 외평채를 16조원이나 발행할 계획이다.

■ "정책비용" vs "신중해야"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의 직접적 결과는 두가지다. 하나는 환율 상승, 또 하나는 외환보유액 증가다. 원-달러 환율은 2008년 이후 1100원 선 안팎을 벗어나지 않고 있고, 외환보유액은 지난 4월 말 3072억달러까지 늘어났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막는 것은 국가경제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외환보유액은 금융위기 시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비용은 군대 유지를 위한 국방비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외환당국의 확고한 입장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수출대기업에 돌아가는 혜택만큼, 내수기업과 일반 소비자들은 수입비용 증가와 고물가로 피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에 대한 논란도 크다. 국회 기획재정위는 지난해 말 외평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에서 "2008년 금융위기 시 혼란은 단지 외환보유액이 적어서가 아니라 단기외채 관리와 금융기관 건전성이 취약했기 때문"이라며 "외환을 보유할수록 금리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외환건전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더 역량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주성 교수는 "다른 정책과 마찬가지로 외환시장 개입은 그 편익이 비용을 능가할 때 정당화할 수 있다"며 "외평기금의 재정비용을 고려한다면 외환시장 개입은 좀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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