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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김태형의 신조어로 본 한국, 한국인] <14> 나토족(NATO족)

입력 2011. 05. 31. 22:11 수정 2011. 05. 31.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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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내 사업을 시작할 거야", "조건이 좋은 곳에서 오라고 해서 말이지, 그리로 곧 옮기게 될 것 같아." 이렇게 큰소리를 탕탕 치는 직장인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이나 행동은 자기 말을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 처음에 주변 사람들은 그들의 큰소리를 곧이곧대로 믿고는, "야, 좋겠다"라고 하며 그들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런데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들은 퇴사는커녕 얌전하게 직장을 다닐 뿐이라, 그들은 직장 내에서 곧 허풍쟁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허풍을 잘 쳐서 결국 늑대소년이 되고 마는 이런 직장인들을 '나토족'이라고 한다. 나토(NATO)족은 영어로 'No Action Talking Only'의 약자와 '겨레 족(族)'이 합성된 신조어로서 행동은 하지 않는 유형의 직장인을 일컫는다. 나토족은 일반적으로 자신에게 할당된 업무만을 수행하고 나머지는 허황되게 계획을 떠벌리기만 할 뿐 실천하지 않는 직장인을 뜻한다. 즉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당당히 회사를 박차고 나가 개인 사업을 할 것이라고 원대한 계획을 늘어놓지만 차마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 뭐든지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말로는 얘기하나 그저 말 뿐인 사람들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한 일간지가 2007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나토족과 자신과는 얼마만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매우 관련 있다'와 '관련 있다'에 답한 직장인들이 전체의 41.9%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런 나토족의 심리는 과연 무엇일까? 첫째, 자기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한 불만을 상쇄하기 위해 허풍을 치는 단순한 나토족이 있다. 직장생활에 대한 불만, 그런 직장에 다니고 있는 자기에 대한 불만이 주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큰소리를 치는 경우이다. 또한 비록 실현할 수 없는 헛된 꿈이지만, 마음속의 소망을 무심결에 내뱉는 이들도 여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신중하고 입이 무거운 이들보다는 다소 경망스럽고 입이 가벼운, 그래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앞뒤 재지 않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단순한 나토족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둘째,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거나 경쟁관계에 있는 동료들을 공격하거나 제압하기 위해 허풍을 치는 전형적인 나토족도 있다.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때문에 직장인들은 어떻게든 자기 몸값을 올리려는 유혹을 강하게 받게 된다. 설사 경력을 약간 위조하고 거짓말을 좀 하더라도 경쟁에서 이기고픈 마음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나토족으로 생각하는 직장인들이 많은 것은 이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셋째, 남들한테 자기과시를 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병적이고 뿌리 깊은 나토족이 있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받지 못해서이든, 열등감이 심해서이든 간에 자기과시욕이 대단히 강한 사람들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나르시시스트적인 인격으로 지칭하는데, 아무튼 자기과시욕이 심한 사람은 자기를 돋보이게 하고 싶은 나머지,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내용을 지어내어 허풍을 자주 친다. 비록 그것이 나중에 거짓으로 들통 나더라도 그들이 그런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그런 말을 할 때 타인들이 보여주는 경탄과 부러움에 가득 찬 시선이 주는 만족감을 도저히 뿌리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토족은 본질적으로 늑대소년과 다르지 않으므로 사람들한테 환영받지 못한다. 게다가 드물기는 하지만 자기를 잘 포장해서 몸값을 올려놓고는, 그것을 밑천으로 사기를 치려는 악질적인 나토족도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된다. 궁극적으로는 허풍을 쳐서라도 상대방보다 앞서가려는 압박을 받지 않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나토족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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