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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연애 ~ 출산까지 비용 2억5000만원

입력 2011. 06. 02. 15:03 수정 2011. 06. 0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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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대졸 취업자 평균연봉으로 11년 4개월치 모아야 가능

이게 다 돈 때문이다. 한 인디 밴드는 "말이 통해야 같이 살지"라고 노래했지만, 2011년의 청년들은 말이 통해도 같이 살 수가 없다. 돈 때문이다. 대체 얼마나 큰 돈이 필요하기에 젊은 영혼들이 '사랑'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나. 4년제 대학 진학률이 6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20대 대졸자 커플을 기준으로 연애, 결혼에서 출산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돈을 < 주간경향 > 에서 구체적으로 따져보았다.

주택가격 올라 결혼비용도 상승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학생 커플이 결혼에서 출산까지 부담해야 하는 총 비용은 무려 2억5130만원에 이른다. 연애비용 2372만원, 결혼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전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 1억7542만원, 결혼 후 여성이 30세에 출산할 경우 부부가 자식을 얻는 대신 포기해야 하는 5216만원을 합산한 결과다.

대졸 취업자의 평균 연봉(2219만2000원)으로 11년 4개월치를 모아야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셈이다. 부부 중 한 명만 취업상태거나 이들이 대졸 미만 학력인 경우 '사랑'의 비용은 더욱 무겁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2007년부터 유행된 '88만원 세대'라는 단어가 상징하듯, 20대 청년세대의 소득은 충분하다고 하기 어렵다. '사랑'을 하기에도 버겁다. 고용노동부의 '2009년 연령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근로상태에 있는 20대의 월평균 급여는 143만6000원이다. 88만원보다는 1.5배 이상 많다. 하지만 올 1·4분기 20대 고용률이 57.4%(20대 628만8000명 중 취업자 361만1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20대 1명당 평균 월 수입은 82만4000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취직한 20대 대졸은 상대적으로 '부유층'에 속한다. 앞서 언급한 고용노동부 자료에 나온 전체 대졸자 연평균 급여 252만3000원에 전체 평균임금에 대한 20대 임금 비율인 73.3%를 곱하면 20대 대졸 취업자의 평균 월급은 184만9000원, 연봉으로 치면 2219만2000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 정도 돈이면 충분히 애인과 함께 살 수 있을까.

지금의 대학생들은 연애에만 1년에 600만원이 넘는 돈을 쓴다. 울산대 가정관리학과 석사학위 소지자인 김미영씨는 전국 소재 대학의 미혼남녀 대학생 30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지난 2009년 '대학생의 이성교제 실태 및 가족 변인에 관한 연구'란 학위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일주일 평균 3.6회 데이트를 하고, 1회 데이트시 평균 3만4000원가량을 지출한다. 1년으로 치면 1인당 624만원을 데이트에 쓰는 셈이다.

논의의 편의상 연애가 결혼으로 바로 이어진다고 가정해보자. 대학생들의 연애비용에 여기에 신혼부부가 결혼하기까지 데이트하는 평균 기간인 1.9년을 곱하면 결혼 전까지 들어가는 총 데이트 비용은 약 2372만원으로, 대졸 취업자의 연봉보다 100만원 이상 많다.

유성렬 백석대 청소년학과 교수와 ㈜좋은만남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가 2010년 발표한 '2009년 한국의 결혼문화 및 결혼비용 보고서'는 구체적인 결혼비용을 분석했다. 앞서 언급한 '결혼에서 데이트까지 평균 기간' 역시 이 보고서를 인용했다. 2009년 결혼한 신혼부부 356쌍을 대상으로 한 이 보고서는 결혼식뿐만 아니라 약혼식과 함들이, 예단과 예물, 혼수, 신혼여행, 신혼집까지 포괄한 '결혼비용'을 구했다. 보고서는 이 비용이 신랑신부 합계 총 1억7542만원이라고 한다. 한국결혼문화연구소가 같은 주제로 실시한 2000년 연구와 비교했을 때 신혼집 비용이 4629만원에서 1억2714만원으로 10년 사이에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 전체 결혼비용 상승의 주요 원인이 됐다.

주택가격이 크게 올라간 것이 결혼비용 상승의 주범인 셈이다. 신혼집 비용은 2000년에서 2003년 사이에 4629만원에서 8465만원으로, 2005년에서 2007년 사이에 8571만원에서 1억2260만원으로 뛰었다. 보고서는 2001년 말 대비 2002년 말 주택 매매가격이 16.4%, 2005년 말 대비 2006년 말 증가율이 11.6%(이상 통계청 '주택 매매가격 동향')에 이르는 것과 결혼비용 상승이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출산에 따른 기회비용 수천만원

결혼비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혼집 비용은 부부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며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68.3%가 신혼집 마련을 가장 부담스럽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부부 사이에 갈등이 가장 심하게 일어난 항목 역시 신혼집 마련이었다. 비용이 큰 만큼 부모의 도움은 피할 수 없다. 신혼부부의 부모들은 자녀들의 신혼집 마련에 43.1%(5468만원)가량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외에도 예단과 예물비, 신혼여행비도 상당한 증가세를 보였다. 예단과 예물비는 2000년 1080만원에서 2009년 1766만원으로 1.7배, 신혼여행비는 2000년의 272만원에서 2009년 454만원으로 1.5배가량 늘었다. 취업 상태인 대졸 남녀가 결혼 전 과정을 온전히 자신들의 힘으로 준비하려면 두 사람의 연봉 합계인 4438만4000원을 한푼도 쓰지 않고 4년간 모아야 한다.

힘겹게 결혼에 성공한 두 사람은 출산을 놓고 또다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출산에 따른 잠재비용(기회비용)이 수천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위원이 2009년 발표한 '출산의 노동시장 잠재비용과 여성의 출산연령 상승'에 따르면,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여성(1970~74년생)이 30세에 출산할 경우 지불해야 하는 노동시장에서의 기회비용은 5216만원이다. 25세 출산인 경우 이 비용은 5836만원으로 올라간다. 출산이 늦어야 그나마 경제적 손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수치상으로 나타난 셈이다.

이 연구서에 따르면 출산 1년 전 대졸 여성은 보통 연간 5.2개월을 일하지만, 출산 이후 이 수치는 점점 떨어져 출산 후 6년이 지난 대졸 여성의 연평균 취업월수는 2.4개월에 불과하게 된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기회비용은 아이를 낳은 이후 재취업이 쉽지 않은 점, 재취업을 하더라도 수입이 줄어드는 점 등을 감안한 결과인 것이다. 최 선임위원은 "이 연구 결과는 노동시장에서의 기회비용만을 계산한 것으로, 육아에 따른 각종 비용은 고려하지 않았다"며 "직장생활을 통한 여성의 자아실현 욕구 등을 감안했을 때 5000여만원이라는 수치도 크지 않게 추정되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2억5000여만원이나 되는 높은 '사랑' 비용에 대해 개인적 해결이 아닌 사회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 선임위원은 "직장을 가지고 있는 여성을 기준으로 하는 출산정책과 사회제도가 필요하며, 여성들이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쉽게 아이를 가지고 키울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연구서에서 "오늘날의 사회 통념상 지금의 결혼비용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라며 "결혼비용의 상당 부분은 주택 마련과 관련이 있으며, 결혼비용의 과다한 지출을 결혼 당사자 혹은 부모의 몰지각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이 문제를 지나치게 개인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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