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돈 받고 목사 승계, 공공연한 비밀"

안성모 asm@sisapress.com 입력 2011.06.15. 10:51 수정 2011.06.1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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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직 반납' 선언한 김성학 밝은세상교회 목사 인터뷰
"목사가 브로커로 나서는 등 자정 능력 잃어"

김성학 밝은세상교회 교육목사(40)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성직자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목회자의 삶이 그에게는 운명처럼 여겨졌다. 이후 오직 한 길만을 바라보며 살아왔다. 1991년 서울신학대학에 입학해 2000년 대학원을 졸업했고, 2002년 마침내 목사 안수를 받았다. 2007년에는 서울시 동대문구에 새 교회를 성공적으로 개척했다.

ⓒ시사저널 유장훈

그런 그가 최근 "목사직을 반납하겠다"라고 선언했다. 단순히 교회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목사 신분 자체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목사로서 갖는 권한은 물론 목사라는 호칭조차 버려야 하는 어려운 결단이다. 그는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 < 시사저널 > 은 지난 6월1일 저녁 서울대 인근에서 그를 만나 '목사직 반납'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들어보았다.

힘든 결정을 내렸다. 주변의 만류는 없었나?

주변 사람들과 상의를 하지 않았다. 상의했다면 이런저런 이유로 못하게 말렸을 것이다. 부모님께서는 아직도 모르고 계신다. 아내와만 상의했다. 신학대 동기이다. 내가 얼마나 목사가 되기를 원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많이 힘들어했다. 하지만 설득을 했고, 허락을 받았다. 왜 목사직을 반납하려는지에 대해 이해해주었다.

목사직을 반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목사직이 구차하다거나 의미가 없다거나, 세속적인 직업 중 하나로 보고 그러는 것이 아니다. 내게 가장 고귀한 것을 내놓고서라도 교회 지도자로 있는 선배 목사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다. 목사들이 교권에 물들고 자본에 물든 현실에 대해 창피해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교회가 당장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젊은 목사의 객기쯤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한 번의 충격을 줄 수는 있을 것이다. 이러한 충격이 계속 이어진다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한국 교회의 어떤 문제를 지적하고 싶은가?

원로 목사가 퇴임을 하면서 후임 목사에게서 돈을 받아가는 관행이다. 경제적 대가로 교회를 승계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혈연에 의한 세습과 다를 바가 없다. 다른 중요한 기준은 무시한 채 혈연이니까 교회를 물려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돈을 받고 담임목사직을 승계시키는 것도 공정하지가 못하다. 만약 학교 교사나 회사 직원을 채용할 때 돈을 받고 뽑는다면 어떻게 되겠나. 법적으로 처벌을 받거나, 적어도 창피하다고 여길 것이다. 그런데 목사 사회에서는 이러한 일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문제가 제기되면 '다 그러는데 왜 나만 가지고 그러느냐'라고 한다. 죄라고 여기지 않고 재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원로 목사의 퇴직금은 얼마 정도나 되나?

정해진 규정이 없다. 교회 형편에 맞게 한다고들 말하는데, 실상은 목사의 힘이 세면 그만큼 많은 돈을 가지고 나간다. 그것도 이중으로 지급된다. 퇴직금 외에도 연봉의 30~50% 정도를 계속 지급해주는가 하면, 차량과 사택이 지급되기도 한다. 일반 사회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특혜이지만, 목사 사회에서는 당연한 것 아니냐는 인식이 팽배하다. 대형 교회에서는 부르는 것이 값이다. 30억~50억원 생각했는데 20억원 달라고 하면 적게 줬다고 여길 정도이다. 재정이 넉넉지 않은 교회의 경우 돈의 액수도 그렇지만 지급 방식에 문제가 크다. 후임 목사에게 돈을 내게 하는 식으로 치고 빠지기를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인가?

보통 한 교회에서 담임목사를 공모하면 50~100명 정도가 지원을 한다. 그중에서 3~5명으로 압축을 하는데 이후부터 일이 발생한다. 개별적으로 교회 재정을 설명하면서 얼마만큼의 돈을 낼 수 있겠느냐고 묻는 것이다. 세 명의 목사 중 한 목사는 1억원을 내고, 한 목사는 5천만원을 내고, 한 목사는 못 낸다고 하면 누구를 뽑겠나. 결국 돈을 많이 낸 목사가 교회를 승계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언제부터 일어난 것인가?

최근에 들어서다. 예전에는 없던 일이다. 근래 선배 목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담임목사를 맡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어느 교회에 자리가 비었는데 5천만~1억5천만원 정도 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괜히 하는 말이 아니다. 이런 식의 알선을 해주는 사람들은 실제로 그 교회에 자리를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교단 차원에서 막을 수 있지 않은가?

감독하고 지도해야 할 지방 노회와 총회가 기능을 상실했다. 오히려 지방 노회의 임원들과 영향력 있는 교회의 장로들이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다. 어느 교회에 자리가 비었으니 얼마 주고 오지 않겠느냐고 알선을 해준다. 내부 문제이기 때문에 이들만 입을 다물면 외부에서 알기가 쉽지 않다.

브로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목사 경력이 쌓이면 지방 노회에서 보직을 받게 된다. 처음에는 순수한 봉사직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권력화가 되었다. 이제는 브로커 역할까지 하는 것이다. 은퇴할 때까지 자리만 바뀔 뿐 계속해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다른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자신의 교회에 문제가 생겼을 때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로커로 나서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교회에 해악을 주려고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예우 문제이다. 목사들이 서로 챙겨주려고 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뒤를 봐주면 나중에 도움을 받는 식의 연결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학맥이 영향을 미치는가?

육군사관학교의 기수처럼 목사는 대학 학번과 안수 연도가 기수이다. 대다수 교단이 운영하는 대학이 있다. 그 학교 출신이 다른 교단으로 갈 수 없다. 불가능하다. 그래서 학맥이 형성되는 것이다. 노회에서 문제 제기가 있더라도 선배가 가서 '왜 이러느냐'라고 하면 어떻게 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장로나 신도들이 역할을 할 수는 없나?

목사를 견제하라고 장로를 뽑는다. 하지만 매주 한 목사에게서 설교를 듣는데 어떻게 견제를 할 수 있겠나. 장로도 요즘에는 돈이 없으면 못 맡는다. 임직을 받으면 교회에 얼마씩을 내야 한다. 신도들의 경우 브로커가 와서 작업하고 목사가 대놓고 설득하면 대부분 '예스'이다. 목사의 말에 '노'라고 하려면 교회에서 나갈 각오를 해야 한다. 교회 문화가 그렇다. 목사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최근 인천의 한 교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는데.

예전에 다녔던 교회이다. 1997년부터 5년간 전도사로 있었다. 담임목사께서 몸이 많이 좋지 않아서 조기 은퇴를 하셨다. 그런데 퇴직 후 요양원을 인수하려다 보니 목돈이 필요했다. 주변에 있는 네 개 교회에 타진을 했는데, 그중에서 재정적으로 좀 더 여유가 있는 인근 아파트 상가 내 교회가 4억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두 교회가 통합을 한 것이다. 경제적인 대가에 의한 통합이다. 두 교회가 합칠 때에는 목회에 대한 비전과 방향이 맞아야 하는 것이지, 돈을 줬기 때문에 합친다는 것은 옳지 않다.

교회가 이런 식으로 통합하는 경우가 많은가?

특이한 사례이기는 하지만 전혀 없지만도 않다. 교회가 회생 불가능할 때는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경우 두 교회 모두 자립이 가능한데 물러나는 목사의 퇴직금을 마련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통합을 시킨 것이다. 장로 몇 명을 제외하고는 통합을 원하지 않았다. 상대 교회가 돈이 없었으면 통합을 했을까. 그 교회 담임목사 입장에서는 결코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4억원을 들여서 10억원 상당의 건물과 신도 100여 명이 늘어난 셈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교회가 사회에 희망을 주어야 하는데, 지금은 사회가 교회를 걱정하고 있다. 한국 교회는 병이 들었고 자정 능력을 잃었다. 사회가 나서서 교회를 치유해주어야 한다. 회복시켜서 정상 궤도로 올려놓아야 교회가 사회에 희망을 줄 수 있다. 오는 6월20일쯤 총회본부에 목사직을 반납할 예정이다. 가난하고 힘든 목사님들이 피해를 볼까 봐 조심스러운 점은 있다. 가난한 목회자가 은퇴했을 때는 지방 노회나 총회 차원에서 노후 대책을 세워주어야 한다.

안성모 / asm@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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