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건강한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죽었겠어요. 왜 상처받은 아이에게 그렇게 심하게 심문하셨습니까?"
2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418호 법정. 50대 여성이 재판장을 향해 울부짖었다. "앞으로 다른 사람은 죽이지 마십시오"라고 소리치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법정 증언을 한 지 이틀 만에 "판사 질문에 모멸감을 느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성폭행 피해자 변모(28)씨의 유족이었다.
이 법원 형사26부(재판장 정영훈)는 지난 1월 변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중국인 어학연수생 진모(24)씨에게 이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선고 직후 정 부장판사는 변씨의 자살에 대한 심경을 발표했다. 그는 "피고인의 방어권과 피해자의 사생활 비밀이 충돌한 상황에서 재판을 비공개로 열고 비디오 중계를 통해 피해자와 피고인이 만나는 것을 방지하는 등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했다"면서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오로지 순수한 마음에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여러 각도에서 질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사생활이 침해됐다고 느끼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 대해서는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두 번 상처를 입지 않도록 법적으로 허용된 모든 제도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재판부가 급히 퇴장한 뒤에도 "일밖에 모르던 아이가 억울하게 죽었다"며 "이렇게 나쁜 놈에게 왜 징역 3년밖에 선고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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