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열풍 위협하는 '어글리 한류'..바람직한 해외여행은?

박대로 2011. 6. 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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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유럽의 청년들이 한국 인기가수들의 노래와 몸짓에 열광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광경이다. 이처럼 한류 열풍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철없는 해외여행객들이 이른바 '한류 민폐'로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

이유람(가명)씨는 최근 필리핀 세부로 여행을 갔다가 곳곳에서 남부끄러운 장면을 목격했다.

이씨는 머물던 리조트에서부터 낯을 붉혔다. 한국인들이 쓴 식탁은 유독 지저분했고 김치 포장지와 컵라면 용기, 접시에 짜놓은 고추장 등이 식탁 위에 널브러져있기 일쑤였다.

막탄세부 국제공항에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대합실에 도착한 이씨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의자에 드러누운 수많은 한국인들이었다.

다른 승객들이 빈자리를 찾느라 서성거리는데도 한국인들은 혼자서 3~4명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차지한 채 버젓이 누워있었다.

이밖에도 신발 벗은 발을 뻗어 앞 의자에 걸친 남성이 있는가하면 누가 볼까 두려울 정도로 허벅지를 훤히 드러낸 채 잠들어버린 여성까지 눈에 띄었다.

혀를 끌끌 차며 귀국한 이씨는 이같은 꼴불견이 하루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씨는 "더욱 화가 났던 건 다른 사람들이 자리가 없어 서성일 때도 가족과 일행들이 깨우지 않고 방관만 하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아직까지 경제부문에서만 선진국"이라며 "국민의식도 선진국 수준이 되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씨의 체험담은 국내 여행사들이 수집한 사례와 비교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국내 여행사들이 수집한 대표적인 해외여행 꼴불견 사례는 ▲옆자리 승객에게 무작정 좌석변경 요구 ▲항공기 담요 허락 없이 가지고 나가기 ▲항공기 화장실에 비치된 로션이나 휴지 가져가기 ▲잘못을 해놓고 일본사람인 척하기 ▲한국말로 반말·욕설 남발하기 ▲사진 촬영금지 구역에서 사진을 찍기 ▲박물관 소장품 함부로 만지고 훼손하기 ▲유레일패스 날짜를 고쳐서 사용하거나 기간이 남은 패스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기 ▲세면실을 사용한 후 바닥을 온통 물바다로 만들기 등이다.

해외여행지에서 노골적으로 성매매 알선을 요구하는 사례 역시 빈번하다.

여행업체 한 관계자는 "미얀마는 성매매나 성범죄 문제에 있어서 엄격한 곳인데 최근 한국 조폭들이 현지에 가서 성매매 알선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현지 관광안내자들을 폭행해 현지 여론이 악화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을 접한 여행업계는 시기가 시기인 만큼 여행객들이 자제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한류나 한국음식이 본격적으로 세계화되는 중요한 시긴데 몇몇 사람의 행동으로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지면 되겠느냐"며 "해외여행객들이 우리나라 문화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책임 있게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여행업계 종사자들은 이같은 해외여행 행태를 무조건 비난하기보다는 균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조규석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여행업본부장은 "공항에서 오랜 시간 대기할 때 꿋꿋이 서서 기다리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라며 "어느 나라에서든 장시간 대기한다면 누워있거나 고스톱 등 각종 놀이를 하며 적절히 휴식을 취해도 된다"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이어 한국사회의 이중 잣대를 지적했다. 그는 "선진국 국민들이 어떤 행동을 하면 너그럽게 이해하면서도 한국 사람이 같은 행동을 하면 후진국 근성이 드러난다며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해외여행이란 어떤 것일까? 일탈을 꿈꾸되 정도를 지키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조 본부장은 "선진국 국민이든 후진국 국민이든 누구나 해외에 나가면 어느 정도 일탈을 꿈꾸게 되지만 일탈행위도 다른 사람들 눈에 거슬리면 안 된다"며 "곰 발바닥이나 코브라 쓸개 등을 먹는 것은 누가 봐도 혐오스럽고 손가락질 받을만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조 본부장은 해외여행객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요구했다.

조 본부장은 "해외에 나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상류층에 속하는 사람들인데 상류층으로서 의무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해외여행지에서 늘 국가 이미지를 생각하고 달러를 절약하며 국제 범례를 잘 지키고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한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여행사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윤지환 경희대 관광경영학과 학과장은 "패키지여행을 떠나는 분들 중에 간혹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해외여행 매너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며 "여행사들은 상품을 판매할 때 서면이나 이메일로 최소한의 매너와 태도를 알기 쉽게 소개해 여행객들로 하여금 읽어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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