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은 시정 '홍보'관?

2011. 7. 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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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사회부 김효은 기자]

"유서 깊은 서울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보여줌으로써 서울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심화하고, 서울 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2일 서울역사박물관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는 박물관의 '설립목적'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오후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을 직접 가보니 당초 설립목적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었다.

박물관 1층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한눈에 띈 것은 안내데스크를 중심으로 양쪽에 전시된 화려한 모형물.

왼쪽에는 실제 크기의 400분의 1로 축소한 '세빛둥둥섬' 모형물이 반포대교 무지개분수와 함께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세빛둥둥섬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 사업인 '한강르네상스 사업' 중 하나로, 최근 감사원이 민간사업자에 대한 서울시의 특혜성 지원을 문제 삼은 곳이다.

오른편에는 아직 완공되지도 않은 '세운 초록띠 광장'의 모형물이 가로 1m 60cm, 세로 90cm의 유리상자에 전시돼 있었다. 안내표시문에는 "2015년에 전체 구간이 완공되면…"이라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사무실 뿐인 2층을 지나 3층으로 올라서니 서울시를 더 '노골적으로' 홍보하는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서울 디자인 자산 이야기'라는 제목의 전시패널이 한쪽 벽면을 모두 차지하고 있었는데, 총 6개의 영상 전시물 가운데 2개가 광화문 광장에 관한 내용이었다.

왼쪽 코너를 도니 오 시장이 추진 중인 'U-스마트웨이(Smartway·지하도로)' 사업 전시물이 세 개나 등장했다.

또 다른 한켠에는 노들섬에 오페라극장을 짓는다는 '한강예술섬'의 모형물이 600분의 1 크기로 전시돼 있었다.

두 사업 모두 막대한 예산 또는 환경오염 우려 때문에 민주당 서울시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아직 착공조차 하지 못한 상태이다.

서울을 1천500분의 1 크기로 축소한 '도시모형영상관'에도 현재 조성 중인 마곡 워터프론트와 용산국제업무지구, 상암DMC 랜드마크 빌딩 등이 완공된 모습으로 이미 들어서 있었다.

이번에는 같은 층에 마련된 상설전시관에 들러봤다. 수도 서울과 생활, 문화, 고도성장기 서울 등 모두 4개의 전시구역으로 나눠져 있는데, 마지막 네 번째 구역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서울은 공사중'이라는 문구와 함께 포클레인 한 대가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고, '한강 개발', '여의도 개발', '개발 열풍', '영동 개발', '강남으로, 강남으로' 등 대다수의 전시물이 온통 '개발' 일색이었다.

문제는 서울시내에 이미 10여곳의 시정홍보관이 있는데도 서울시가 다른 장소도 아닌 '유서 깊은 역사' 박물관에서 시정을 홍보하기 위한 전시물을 추가로 설치했다는 사실.

김미경 서울시의원(민주당)은 "서울역사박물관은 서울의 역사를 기록·전시하는 공간인데, 추진 여부가 불투명한 홍보 사업과 개발 위주의 공간으로 전시해놓았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지난해 전체 관람객의 절반에 달하는 어린이·청소년들이 이곳에 와서 무엇을 배우고 돌아갔겠냐"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강홍빈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서울시 각 본부에서 제작한 한강예술섬 등 4개 모형에 대해 박물관은 공간을 제공했을 뿐"이라며 "미래관 개념의 시티갤러리가 조성되면 해당 모형물을 이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개발 관련 전시공간과 관련해서는 "전체적인 흐름에서 보면 서울의 공간적 변화와 생활상의 변화, 개발에 가려진 그늘 등 3개의 축을 종합적으로 다뤘다"고 반박했다.afric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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