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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기쁨에서 고통으로] (2) '불량 급식' 등 적발된 어린이집 사례 보니..

김연주 기자 입력 2011. 07. 05. 03:17 수정 2011. 07. 0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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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넘은 음식 먹이고.. 아이에 "내다버린다" 으름장

서울 에서 맞벌이를 하던 김미화(35·가명)씨의 '육아전쟁'은 6년 전 딸이 태어나자마자 시작됐다. 처음엔 제주도 시댁에 딸을 맡기고 금요일마다 비행기를 타고 가서 만났다.

18개월간 할머니·할아버지 품에서 자란 딸을 집 근처 어린이집에 보냈다. 하지만 딸아이는 온몸에 상처가 생기고 열이 펄펄 끓은 채 집에 오는 일이 잦았다. 어린이집은 "여러 아이들과 같이 지내다 보면 그럴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딸은 어린이집에 안 가겠다고 떼를 쓰고 울었다.

김씨는 결국 베이비시터(월급 110만원)를 구했다. 사설업체가 경험이 많다고 소개해준 베이비시터였지만 기저귀를 자주 갈아주지 않아 아이 엉덩이가 짓무르기 일쑤였다. 그래도 당장 베이비시터를 바꿀 수는 없었다. '아이 봐주는 사람이 자주 바뀌면 아이 정서에 안 좋다'는 생각에서였다. 베이비시터와 함께 지낸 지 1년. 아이는 갈수록 대인(對人) 기피 증세를 보이고 정서가 불안정해졌다. 작은 일에도 펑펑 울었다. 김씨는 '내가 딸을 내버려두고 뭐 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어 2008년 직장을 그만뒀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부모는 어린이집(43.5%)과 베이비시터(22.1%)에게 아이를 맡기고 있다(2010년 삼성경제연구소의 워킹맘 1308명 설문조사). 아이들을 정성껏 잘 돌보는 어린이집과 베이비시터가 늘었지만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여전히 많아 부모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유통기한 2년 넘은 음식 먹이고

육아휴직 중인 교사 A(34)씨는 며칠 전 복직을 앞두고 19개월 된 아들을 맡기기 위해 어린이집 다섯 군데를 돌았다. 좋다고 소문난 국·공립 어린이집 두 곳은 자리가 없었고, 민간 어린이집 세 곳을 찾았지만 아이를 맡기고 싶지 않았다. 한 곳은 아이들 바로 옆에 지저분한 쓰레기가 쌓여 있고, 벽지에 곰팡이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다른 한 곳은 교사들이 자격증도 없었다. 그나마 무난해 보이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냈지만 영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김씨는 "밥을 먹고 가져오는 식판에 묻은 음식을 보면 식단표에 없는 음식들이 자주 나온다"며 "CCTV를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아이에게 해코지를 할까봐 꾹 참고 있다"고 말했다.

급식 상태가 엉망인 어린이집도 적지않다. 지난달 경기도 는 유통기한을 넘긴 식재료를 사용한 8곳, 원산지를 허위 표시한 21곳 등 불법을 저지른 어린이집 72곳을 적발했다. 이 중엔 유통기한을 2년이나 넘긴 치즈, 1년2개월 지난 팝콘용 옥수수를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달팽이가 들어간 밥과 거미가 섞인 국을 아이들에게 준 어린이집이 행정 처분을 받기도 했다.

"돈 더 주는 데로 옮기겠다" 협박당하기도

워킹맘인 B씨는 3개월 출산휴가가 끝나자 생후 100일이 채 안 된 아기를 사설업체 베이비시터에게 맡겼다. 하지만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베이비시터가 너무 뜨거운 분유를 먹여 아기 입술 주변에 물집이 생겼다. 뜨거운 물로 목욕을 시켜 아기 몸이 벌겋게 되기도 했다. 아이가 우는데도 내버려두고 안방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베이비시터는 4주째가 되자 예고도 없이 그만두었다. 당장 직장에 나가야 하는 B씨는 발을 동동 구르다 지방에 있는 친정에 아이를 맡겼다. 업체에선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소개해주겠다"고 할 뿐이었다.

남매를 둔 김모(38·중소기업 대표)씨는 올 초 집에 있는 세 살짜리 아들과 통화하다 깜짝 놀랐다. 전화기 너머로 베이비시터가 딸(5)에게 "자꾸 말 안 들으면 내다버린다"고 윽박지르고 있었다. 김씨는 "내다버린다는 말은 심한 것 같다"고 했더니 베이비시터는 "당장 관두겠다. 다른 사람 알아봐라"고 했다. 김씨는 아이를 생각해 월급을 20만원 더 올려주기로 하고 그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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