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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전 목맨 일병 기억 생생..당했단 얘기 돌았다"

입력 2011. 07. 12. 20:50 수정 2011. 07. 1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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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해병대 출신 한 예비역의 고백

휴가 전날 남성성 키운다며 칫솔로 성기 내려치는 의식

해병대선 전출도 의미없어 기수끼리 통화해 '왕따' 인계

총기사고 난 8연대선 선임병이 후임에 성행위 요구 탈영도

지난 4일 발생한 총기사고와 이를 전후로 자살사건이 잇따르면서 해병대가 우리 사회 이슈의 중심에 서고 있다. 이런 현실을 보며 가장 씁쓸해할 이는 아무래도 해병대 출신 예비역이 아닐까. <한겨레>는 2000년대 초반 해병대사령부에서 일선 초소까지 두루 근무했다는 한 전역병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이번을 계기로 해병대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해병대를 좋아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어느 부대에서 근무했나?

"해병2사단, 해병대사령부, 서울 등 다양한 곳에서 근무했다."

-해병대에서 바뀌어야 하는 것은?

"한마디로 구타와 저변문화다. 구타나 가혹행위가 너무 심하고, 그 바탕에 해병대만의 저변문화란 게 있다. 지원병으로만 꾸려지다 보니, 터프한(거친) 이들이 많다. 마초이즘(남성우월주의)도 강하고. 내 경우에는 서울 출신, 이른바 명문대를 나왔다는 이유로 많이 힘들었다."

-지역과 학교가 무슨 문제냐?

"터프함이 강하다 보니 서울 출신은 '계집애 같다'는 시선으로 대하더라. 자대 전입 당일 내무반에서 고참 중 하나가 '너 아쎄이(신병)냐? 고향은 어디야?'라고 묻더라. '서울입니다'라고 답했더니 '입에 힘 꽉 줘'라고 말하더니 주먹을 날리더라. 대학을 두고서도 '해병대가 언제부터 가방끈 긴 애들이 왔냐'며 빈정대고…."

- 저변문화라니, 다른 실례는 없나?

"2000년 12월○○일. 아직 날짜까지 생생히 기억한다. 해병2사단 5연대 ○○대대 ○○중대에서 김○○ 일병이 자살했다. 수건을 두 갈래로 찢어 건조장에서 목을 매달았다. 일병 휴가 복귀 3~4일 만에 자살했는데 신병비관에 따른 자살로 처리됐다. 하지만 병사들 사이에서는 휴가 나가기 전에 가혹행위, 성적인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말이 돌았다."

-어떤 가혹행위를 말하나?

"해병대는 때리는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챙겨줄 때는 진짜 잘 챙겨준다. 휴가 때 그렇다. 휴가가 결정되면 휴가비를 모아주기도 하고, 전날 굶기기도 한다. 나가서 맛난 것 많이 먹으란 의미다. 해병대원들이 휴가 때 '상륙한다'는 은어를 사용한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여럿이 함께 휴가를 나가면 제일 먼저 윤락가를 찾는다. 그런데 남성성을 키워야 한다며 전날 해주는 의식이 있다. 일명 '×빠따'라고, 사워장에서 칫솔로 성기를 때린다. 칫솔을 뒤로 한껏 꺾었다가 내려친다. 남성성이 강해지라는 의미다. 김○○ 해병은 이런 가혹행위 말고도 초소에서도 좀 당했다는 얘기들이 돌았다."

-초소에서도 가혹행위가 있나?

"물론이다. TOD(열상감시장비) 관측 초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선임병이 후임병에게 자신의 성기를 입으로 빨도록 했는데, 후임병이 거부했다. 선임병이 '이 새끼가~'라며 위협하자, 후임병이 견디다 못해 선임병을 때렸다. 한참 때리다 보니 선임병이 실신해 아무런 반응이 없자 무서워서 탈영을 했다. 부대에 비상이 걸렸고, 결국 둘 다 구속됐다. 후임병은 하극상에 탈영, 선임병은 성추행과 동기유발. 이번에 사고가 터진 8연대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이런 문제들은 왜 고쳐지지 않을까?

"해병대를 지키는 것은 (장교나 부사관이 아닌) 병이라는 의식이 매우 강하다. 인계사항 중 첫째가 (장교나 부사관이 아닌) 선임병들에 대한 대우다."

-인계사항이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어떤 지시를 내려 인계하는 것이다. 일병 5호봉(5개월째)이 되면 인계사항을 내릴 수 있다. 기수열외도 이 가운데 하나다. 고참 일병이 '야, 내 밑으로 언제부터 아무개 상병은 무시해'라는 인계사항을 내리면 다 따라야 한다."

-또 다른 경험은?

"보통 부대에서 문제 사병이 발생하면 전출을 보낸다. 그런데 해병대는 그런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기수 문화 때문이다. 다른 부대에 전화해 자기 기수를 밝히고 같은 기수 부대원을 바꿔달라고 한다. 통화가 되면 동기란 이유만으로 친한 대화가 오간다. '거기서 아무개 전입왔는데 어때?'라고 물어 '상태짓 하다 갔다'(상태가 안 좋다는 뜻의 은어)고 하면 끝이다.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해병대사령부로 전출을 갔는데, 첫날 사령관 집무실에서 구타를 당했다. 두들겨 맞으면서 '구타 척결을 외치는 사령관은 자기 방에서 구타가 이뤄지는 사실을 알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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