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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초생활보장제 뿌리 흔드는 '부양의무자 조사'

입력 2011. 07. 22. 19:20 수정 2011. 07. 2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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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부가 지난 5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기초생활보호 대상자의 부양의무자 확인 조사가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지금까지 조사 결과만으로도 10만명 이상이 수급 탈락을, 또 그 이상의 인원이 수급비 삭감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지난 12~13일에는 탈락 통보를 받은 노인 수급자 두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까지 벌어졌다. 정부가 복지예산 절감에 치중한 나머지 가장 취약한 복지서비스 대상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부양의무자 확인 조사는 그동안 기초생활보장제의 사각지대를 낳는 주범으로 꼽혀왔다.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수급 대상에서 제외된 빈곤층이 정부의 공식 통계로도 100만명이 넘는다. 도시화와 핵가족화 등으로 부양의무를 진 가족과 단절된 수급자가 많은데도, 정부가 이런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행정편의주의로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는 탓이다. 특히 올해에는 사회복지통합전산망의 도입과 함께 보건복지부가 부양의무자 조사를 한층 확대·강화했다. 이에 따라 가족과 단절된 가운데 거의 모든 생계수단을 기초생활수급비에 의존해온 이들이 극단적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뒤늦게 억울한 탈락자나 수급비 삭감 대상자가 없는지 파악해 구제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실제 그런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진수희 복지부 장관은 어제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에게 보낸 서한문에서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실제 부양받지 못하는 분들이 억울하게 배제되지 않도록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달라"면서도 "부양의무자 확인 조사는 복지급여의 공정성 확립을 위해 꼭 필요한 조처"라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내년 예산요구안에서, 부양의무자 조사로 수급 대상자 4만5000명을 줄인다는 목표까지 세워둔 상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헌법이 명시한 국민의 사회권적 기본권을 실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다. 사회보장기본법도 정부가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국민 개개인이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제도와 여건을 조성'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복지부가 뻔히 예상되는 부작용을 무시한 채 부양의무자 확인 조사를 밀어붙이는 것은 정부의 책임을 내팽개치는 행위나 다름없다. 복지예산의 효율화보다 더 중요하고 급한 정부의 임무는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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