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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이이화의 '아웃사이더' 인생 역사

고영득 기자 입력 2011. 07. 22. 21:10 수정 2011. 07. 2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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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아웃사이더' 살핀 역사가

역사를 쓰다…이이화 | 한겨레출판

팔삭둥이 서자로 태어났다. 가출해 고아 아닌 고아로 자랐다. 보육원에 들어가면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국의 보육원을 전전했다. 문학의 꿈을 키웠지만 형편이 어려워 대학을 중퇴한다. 아이스케키·빈대약 장수, 술집 웨이터, 가정교사 등 20여가지 직업을 거쳤다. 매혈도 했다. 공식 학력은 고졸이다.

당대 최고의 역사가라 불리는 이이화의 굴곡진 이력서다. 익히 알지 못했던 '아웃사이더' 역사가의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밑바닥 인생에 시대상황을 반영한 이 자서전은 본인의 역사이자 한국사로 자리매김되겠다.

이야기는 태생부터 정상적이지 않았고 병치레가 잦았던 유년 시절부터 시작한다. 생활고에 시달려 방황하는 청년기를 거쳐 독학으로 역사학자의 길에 접어들면서 겪은 일화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광복 이후 40여년 독재정권하에서 되풀이된 인권유린의 작태를 되돌아본 시선은 2008년 촛불집회에까지 이른다. 이이화는 촛불을 통해 새 희망을 봤다고 한다.

이이화는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생각이 삐딱하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고 회고한다. 남들과는 다르게 역사를 바라보는 이이화식 시선이 이때부터 자리잡았을 터. 패륜적 폭군으로 폄훼됐던 광해군과 정여립·강홍립 등 역적으로 알려진 인물을 재평가하고, 동학 지도자 전봉준·이필제 등 한국사의 아웃사이더 인물들을 발굴했다. 10년간 공들여 펴낸 22권의 한국통사 < 한국사 이야기 > 는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겠다.

그는 왜 역사가의 길을 택했을까. 또 왜 자신의 역사를 쓰게 된 것일까. "모든 역사는 자신들이 사는 현대와 맞물려 있다"는 한마디에 그 답이 들어 있다. 우리 역사(인생)에는 민족과 민중 그리고 인권문제가 얽혀 있는데, 이런 연구를 기피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이이화는 일반 백성, 노비 등 민중의 삶을 아우른 한국사에 집중하되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춘다. "나는 '교수' 같은 전문직업을 갖지 않은 '프리랜서'로서 원고료나 인세로 살아가야만 했으니 대중을 위한 글을 쓰지 않으면 버텨낼 수 없었다."

이이화식 '역사 대중화'는 역사문제연구소의 설립 목적이기도 했다. 이이화는 책상머리에만 앉아 있지 않았다. 책은 반봉건·반외세를 외친 동학농민전쟁의 바른 인식을 제고하는 데 주력하고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 고구려사 보전, 과거사 정리, 친일청산 운동 등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그의 행보를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그동안 우리 역사학계에서는 사료를 발굴하면 전가의 보도인 양 숨겨놓고 다른 이에게 공개하지 않는다고 꼬집은 이이화는 이런 행태를 "마스터베이션"이라 잘라 말한다. 지나친 독점욕이 학문적 성과의 공유를 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과거사 청산에 누구보다 관심을 기울였으며 권위를 깨고 국민에게 다가가려 노력했다고 평가한다. 그저 웃어넘기기엔 개운치 않은 대목도 나온다. 설이나 추석 때 청와대에서 전통주나 특산물 같은 선물꾸러미를 보내줘 지인들과 나누곤 했는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뚝 끊겼다는 것이다. 무한정 인사를 챙기기에 한계가 있겠지만 씁쓸한 뒷맛은 지울 수가 없다고 한다.

저자의 인생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책 내용은 이이화를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들게 한다. 다만 한 가지 짚을 수 있는 맥은 그가 일반 대중을 역사의 장에 끌어들이는 '마중물'임이 틀림없다는 사실이다. 10대 시절부터 이이화와 교유했다는 전 대한변협 회장 박재승 변호사는 "이 자서전을 꿰뚫고 있는 주제가 자유와 평등, 인권과 평화임을 감안할 때 그의 인생은 삶과 글이 일치했다"며 일독을 권했다.

<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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