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삼성 '10년 뒤 먹고살 것'은 영리병원?

변혜진 입력 2011.08.08. 09:33 수정 2011.08.0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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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인수위 시절 대한병원협회는 "한국 병원계를 살릴 '5000만 프로젝트' 구상"을 발표했다. 이 '5000만 프로젝트'는 "의료 사각지대에 방치된 미국 환자들이 거대한 함정을 타고 태평양을 건너 한국 병원으로 향한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미국의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5000만명을 유치해 막대한 실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병원협회는 "운송수단은 우선 한·미 양국 항공사들로부터 지원을 받고, 이 방안이 용이치 않을 경우 미국 군함을 이용한다"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병원협회는 '수년간 고뇌한 끝에 내놓은 프로젝트'로 "새 정부가 지향하는 정책 방향과도 일치하기 때문에 기대감을 갖게 한다"라며 이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의료산업 발전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병원협회의 일명 '군함 프로젝트'가 대통령직 인수위에 수렴되었던 걸까?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한국 의료의 공공성 전체를 뒤흔들 세 가지 정책 변화를 내비쳤다. 그 내용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영리병원 허용, 민간 의료보험 활성화였다. 이러한 인수위의 추진 계획은 2008년 3월10일 기획재정부의 대통령 업무 보고 자료(의료서비스 규제 완화)로 공식화됐다.

< 중앙일보 > 는 7월 한 주 내내 1면을 의료 민영화 문제에 할애했다. 영리병원의 필요성과 건강관리서비스법안의 시급한 통과를 역설했다.

삼성 보고서와 유사한 정부 계획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2008년 10월까지 구체적 추진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이 내용은 낯익은 것이었다. 이 내용은 2007년 2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내놓은 보고서('의료서비스 산업 고도화의 과제') 내용과 매우 유사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훨씬 노골적으로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려 했다. 미국식 의료로 가자는 것이냐고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었다. 당시 시민사회가 영화 < 식코 > 보기 운동을 추진하던 중이기도 했기에 의료 민영화는 곧 시장화한 미국 의료로 상징됐다. 3월3일 대통령 취임 후부터 시작된 당연지정제 폐지 반대 서명운동은 순식간에 10만명을 넘어섰고, 당연지정제 폐지 철회만이 아니라 의료 민영화 전면 중단이 아니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4월30일 당연지정제 폐지는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국민은 의료 민영화 시도 전체를 중단하라고 바로 이틀 뒤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누구나 기억하는 2008년 뜨거운 여름 이후 대통령은 두 차례 사과를 했고, 그 사과문에서 의료 민영화도 안 한다고 했다. 의료 민영화가 거리의 투쟁과 국민의 항의로 거부된 것이다. 이후 정부는 드러내놓고 당연지정제 폐지와 영리병원 허용 그리고 민간 의료보험 활성화 정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하지만 촛불의 기억이 사그라질 무렵인 2009년 초부터 의료 민영화는 각종 변형된 이름을 달고 개별 법안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건강관리서비스법'과 IT 산업과 접목된 '원격진료'가 바로 그것이다.

IT와 결합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삼성경제연구소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9년 보건복지부는 삼성경제연구소와 무려 5억원 규모의 연구를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미래 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 산업 선진화 방안'이라 이름 붙여진 삼성의 연구 보고서(삼성 의료산업 보고서)가 그 결과다. 삼성은 이 보고서에서 건강보험 체계는 물론 예방·질병치료·재활·건강상담 등 보건의료 서비스 전체를 IT·NT·BT처럼 HT(Health Technology) 산업이라고 새로운 이름까지 붙여주었다. 물론 보고서의 결론은 이 모든 'HT' 산업을 기업들이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은 물론 예방에서 건강관리 및 재활까지 그리고 IT 및 바이오에서 재활·제약까지 통째로 민영화해서 삼성이 그 선두에 서겠다는 야심찬 계획서나 마찬가지다.

ⓒ뉴시스 경북 영주시가 지난해 11월 개최한 '원격 영상진료 시연회'.

이 정도면 이건희 회장님이 10년 전 말했던 '10년 뒤에 뭐 먹고 살지'의 대답이 무엇인지가 감이 잡힐 것이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지금 삼성이 먹고살 길은 바로 '의료 민영화'이다. 대략 현재 규모로 건강보험만 40조원이고 민간 의료보험을 합쳐서는 60조원라고 하니, 이 분야를 이윤 창출 분야로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본다면 삼성이 먹고살 만할 일이다.

< 중앙 > 보도에 복지부가 '화답'

병원협회의 군함 프로젝트처럼 황당한 이야기로밖에 안 보이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다. 이미 이를 위한 법들이 지금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이다. 영리병원은 현재 제주특별법과 경제자유구역법으로 추진 중이다. 원격의료는 의료법 개정안으로 국회에 올라와 있다. 민간 의료보험도 의료법 개정안에 올라와 있다. 순번이 다음으로 미루어졌을 뿐이다. 또 모든 국민의 건강관리를 영리기업이 하겠다는 건강관리서비스법안이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 발의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

얼마 전 삼성전자는 창립 40주년 기념으로 '비전 2020'을 추진하고 있음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의료·바이오에서도 세계 1등이 되겠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에이치엠이(HME) 사업팀'을 만들었고 바이오 칩을 몸속에 심어 몸 상태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U)헬스'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칠 예정이라고 한다. 원격의료·건강서비스와 관련한 법안들이 통과될 경우, 최대의 수혜자가 바로 삼성그룹이다.

최근 < 중앙일보 > 가 이런 삼성의 염원을 어찌 알았는지, 7월 한 주 내내 1면을 의료 민영화에 할애하며 이미 나와 있는 모든 논리의 의료 민영화 관련 주장으로 16건의 의료 민영화 기사를 총출동시켰다. 영리병원의 필요성과 IT·BT 산업의 융합 그리고 원격진료와 건강관리서비스법안의 시급한 통과를 핵심으로 말이다.

그러자 청와대가 "제주도와 송도 영리병원의 차질 없는 실시"를 지시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 중앙일보 > 가 "복지부의 미온적인 태도도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비판하자, 복지부는 "이에 따른 관련 법률의 처리에 미온적이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보도 자료를 냈다. 심지어 < 중앙일보 > 가 "기본적으로 (복지부가) 투자병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라고 지적하자, "복지부는…투자개방형(영리병원) 의료법인 도입을 찬성하는 입장이므로 기사와 같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변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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