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농가에 '성장촉진제' 사용하라니.. 농식품부, 5년만에 입장 돌변

2011. 8. 8.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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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수산식품부가 수출용에는 사용이 금지된 성장촉진제를 쓰도록 농가에 권장하고 있다. 올 추석이 예년보다 빠른 데다 장마, 태풍 등으로 작황이 좋지 않자 과일이 빨리 익도록 해 출하 시기를 맞추려는 조치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2006년에 성장촉진제를 쓰지 말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었다. 불과 5년 만에 입장이 돌변한 것이다. 물가 잡기에 급급한 '근시안 농정'이다.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6월 배 농가를 방문해 "추석 때까지 반사필름으로 과일을 빨리 익게 하고, 성장촉진제를 사용하는 등 제때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며 "정부도 수매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추석명절 필수품인 사과와 배 출하량이 부족할 조짐을 보이자 출하 시기를 앞당겨 달라고 독려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최근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농산물을 지목하고 가격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반기 소비자물가 목표(3.8%)를 달성하기 위해 추석물가 잡기가 필수라는 생각이다.

반면 배 수출협회는 지난 5일 대전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성장촉진제인 '지베렐린' 사용을 금지했다. 협회는 "지베렐린은 배 저장성과 품질을 떨어뜨려 해외에서 한국산 배에 대한 이미지를 저하시키는 물질로, 수출용에는 무조건 사용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지베렐린은 벼의 키다리병균에서 유래한 물질로 씨 없는 포도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등 농가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사람과 가축에는 해를 끼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과일을 무르고 푸석푸석하게 하는 주범으로 지목돼 수차례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농식품부는 2006년에는 지베렐린 사용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 등은 전단지, 포스터를 만들어 대대적인 홍보까지 했다. 당시 농식품부는 "지베렐린을 쓰면 과일이 커지지만 당도가 낮아진다. 저장 등 유통 중에 물러지고 부패하는 경우가 많아 상인들로부터 외면당한다"고 강조했었다.

이 때문에 수출용에는 쓰지 않는 성장촉진제까지 사용하면서 공급량을 늘리는 것을 두고 국내 소비자를 우롱한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외국에는 고급 과일을 팔면서 국내 소비자에게는 저급한 상품을 팔아도 좋다는 논리"라며 "5년 전에는 성장촉진제 사용을 자제하라고 했던 농식품부가 이제 와서 태도를 바꾸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Key Word - 성장촉진제

농작물의 수확 시기를 조절하거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식물의 생리기능을 증진하는 작용을 하는 약제다. 과수농가에선 열매를 크게 만들거나 익는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지베렐린 등 성장촉진제를 사용한다. 지베렐린은 벼의 키다리병균에 의해 생산된 고등식물의 식물생장조절제다. 지베렐린은 작물의 성장을 촉진하지만 과일을 무르고 푸석푸석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어 수출용 배에는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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